[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2선, 서울 송파병)이 20대 국회 전반기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에 올랐다. 여성인권 신장 및 양성평등 실현 등을 위해 매진해 온 과거 경력을 고려하면 적절한 인선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여성범죄 증가 등 최근 불거진 여성계 현안이 세간의 관심대상에 올라 있다는 점에서 여가위원장으로서 남 의원에게 거는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 비례대표로 4년을 보내고 지역구 선거에 출마했다. 여당이 강세를 보여왔던 지역에 상대 후보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 송파병 출마는 본인 결정이었나? 선거 당시 딸의 도움 유세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선거전 승리의 원동력이 있다면?

"지역구는 내 선택이었다. 송파가 강남 서초 그리고 분당까지 동남권벨트의 일부로 새누리당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인 것은 맞다.

그럼에도 저나 당 모두 도전해 볼만하다고 판단했다. 유권자 분석을 해보니 40대가 중심인 지역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연령층이 너무 높으면 우리 당으로선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인데 그렇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차기 대선을 앞두고 동남권 벨트에서 새누리당 바람 차단을 위해 교두보 마련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른 무엇보다 유권자들과 공감 및 소통 덕분이라 생각한다. 송파 ‘똑순이’로 유세활동을 펼쳤는데 지역주민들께서 ‘일하는 국회의원’, ‘삶의 문제에 있어 소통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후보’라 판단해 주셨기에 선택받은 것으로 안다.

19대 국회 때 언론 등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를 유권자들도 알고 계셨다. 또한 지역구를 갑자기 간게 아니라 선거 1년 반 전부터 지역민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 여성 유권자들에게 여성 정치인으로서 대표성이 어필됐다고는 보지 않나?

"여성 정치인으로서 대표성은 유권자들이 크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다. 일부가 관심을 가질 순 있으나 그런 부분이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상대 후보가 선거 전 ‘똑똑한 여자는 밉상’이란 표현을 썼다가 화제가 됐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별로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여성 후보라는 점보다 ‘일하려 왔구나’ ‘일 잘하겠구나’ 하는 부분이 상대후보와 비교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국회의원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비례대표 의석 수가 19대에 비해 줄어들었음에도 거둔 성과다. 지역구 여성의원 증가는 야당의 공이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성과가 나올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일단 여성의원이 역대 가장 많이 배출된 것은 사실이나 기대에 비해선 다소 못미친 선거였다. 여성의원 비중이 20%를 넘길 바랬으나, 여성 할당 60%를 약속했던 비례대표 공천약속도 다 지켜지지 못했고 비례대표 수 자체도 줄어든 선거였다. 우리 당의 경우 여성후보에 대한 공천율 자체가 낮았다. 당규에도 나와 있는 여성후보 30% 공천이 지켜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 당에서 공천을 받은 지역구 여성후보 당선율이 70%를 상회했다는 점은 주목해 볼만하다. 특히 우리 당 여성후보의 평균 득표율은 당 지지율에 비해 20% 이상 높게 나왔다. 3당 구도라는 특이성이 있었지만, 여성후보의 경쟁력 및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던 선거였다고 본다.

무엇보다 우리 당 여성후보들의 경우 의정활동 기간 중 국민들과 소통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고, 지역에서도 열심히 활동했기에 당선까지 이어졌다고 본다."

- 재선급 이상 여성후보들의 당선사례가 많은 반면 신인급 여성 정치인의 출현은 적었다. 신인급 여성정치인 출현이 적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나? 15대 국회 이후 여성의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는데, 다음 선거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이어질 것이라 보는가?

"정치경험이 없는 여성 정치 초년생들의 등장이 이번 선거에서 다소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는 공천의 문제였다. 여성의 역량과 상관없이 공천 자체를 받지 못하다 보니 여성 신인 정치인의 출현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여성 정치인의 증가 추세는 쭉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비례대표 수가 늘어나면 다음 선거에서는 20% 이상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단계적으로 늘려가면 될 것이다."

- 여성 정치세력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는데, 중앙에 비해 지방에서는 아직 그 세력화가 미약해 보인다. 지방자치에 있어 여성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중앙에 비해 지방에서 여성 정치세력화가 미약하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서울지역 기초단체장 중 여성은 2명 뿐이고, 우리 당 내 기초단체장을 지내는 여성 정치인도 2명에 그치고 있다.

다만 지방의회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 중에는 여성이 많은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여성들이 정치에 첫발을 내딛기엔 중앙보다 지방자치가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지역에 가보면 생협이나 학부모 활동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인 능력 있는 여성들이 많다. 인재도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이들 중 상당수가 정치에 대해 혐오즘을 가지고 있어 정치 참여를 꺼려하는 경향을 보인다는게 문제다. 결국 이들 여성들이 가진 정치 혐오증 개선을 위한 당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비 여성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교육 등이 지금보다 더 많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 여성계 현안 관련 최근 들어 여성 만을 노린 강력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여성혐오 증가와 이 문제를 결부시키고도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여혐 강조가 남녀 갈등의 원인이 될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강남역 살해사건을 그와 같은 시각에서 보는건 맞다고 생각한다. 여성혐오가 수년동안 SNS나 오프라인 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있어 왔고 그와 같은 밑바탕이 있었기에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고 본다. 우리 사회 분위기가 여성혐오라는 또다른 차별현상을 낳았고 범죄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여성혐오를 강조하는 게 남녀간의 대립을 조장한다는 것은 일부의 의견일 뿐이다. 성평등을 요구한다는 게 남녀 대결구도로 가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여성, 아동, 노인든 사회적 약자가 차별과 폭력에 자주 노출돼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중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직접 나서서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는 것은 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다."

- 여성혐오 현상을 줄이기 위한 대안이 있다면 무엇이겠는가? 최근 당내 여성인권특위 설치 및 소속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등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가? 

"여성 대상범죄를 줄이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경찰의 단속 강화 등 물리적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국민의 인식변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학교교육이나 평생교육 등을 통한 ‘성평등 인식강화 교육’ 등이 생애 주기별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한 법안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실제 범죄는 그 사각지대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한 또 다른 예방 법안 등을 준비 중이다.

국회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는 19대 국회 때도 했던 것이다. 정책을 입안하는 자리에 있는 의원들에게 성인지적 관점이 중요하고 기존 교육에 불참하는 분들도 계시다 보니 이를 강조하기 위해 했던 말이다."

- 20대 전반기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여가위가 겸임 상임위다 보니 의원들 사이에서 위원장을 기피한다는 말도 있었고 그래서 재선급 의원이 맡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신임 여가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 및 각오 한마디 부탁한다.

"우리 당에서는 여성이 상임위원장 중 두 석을 맡도록 되어 있다. 위원장 선임에 있어 선수가 중요하지만 여성의원이 부족하다 보니 재선인 내가 여가위원장을 맡게 됐다. 내 소명이라 생각하고 맡은 것이다. 의원들이 위원장직을 기피했다는 건 일부 언론의 오해다.

물론 여가위의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가 타 정부부처에 비해 규모가 작은 건 사실이지만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책 중에서 돈이 안 드는 것들도 많다.

여성과 청소년 그리고 가족 관련한 업무에 있어서 다른 상임위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독자적인 업무추진은 물론 타 위원회와 연석회의 등을 통해 여타 상임위에서도 여성 관련 의제가 주요 논의사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당장 큰 현안들이 있는데 여성살해 등에 있어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부처와의 협의 및 논의 등을 심도 있게 진행할 방침이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보호하는 일에 각별히 신경을 쓸 예정이다. 정부간 협상이 외통위 소관이지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한일 재협상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한일 재협상은 기존 위안부 피해자들과 이를 지원해 온 단체들에서 밝혔듯이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와 진실규명 그리고 정확한 역사교육 실시 등이 이뤄지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출 야 할 것이라 본다."

- 19대에 이어 또 한 번 보건복지위원회에 배정됐다. 지난 번 임기 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모자보건법’을 통과시키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번 임기 중에는 어떤 부분에 우선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지 알고 싶다.

"19대 국회 때 통과시키지 못하고 멈춰선 법안들이 있다. 이들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일단은 주력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도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부모교육 의무 등을 담은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 통과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아동학대에 있어 부모에 의한 학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상당수 부모들이 양육 기술 및 태도에 있어 훈육과 학대의 차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모교육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생각 중인 교육실시 방안으로는 양육수당 수령 시 부모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것이 있다. 교육은 사이버상으로도 가능하며 오프라인으로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학대 부모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서는 이미 19대 국회 때 충분히 마련됐다고 본다. 지금은 처벌보다 예방 및 보호 인프라를 강화할 때라고 생각한다.

앞서도 말했듯 성평등 교육의 생애 주기별 실시도 준비 중이다. 남성과 여성의 교육내용이 다르고 노소에서도 차이가 있다. 대상에 맞는 교육을 실시토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듣는 교육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기에 기존 편견을 깨기 위한 토론식 교육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정치인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국민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정계 입문하면서 가졌던 생각이 ‘치유와 대안의 정치’였다.

이는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다. 오랫동안 여성계 일을 해오면서 극심한 양극화 현상 속에 상처받고 아픔받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다만 이들 개개인에 대한 치유가 아닌 사회적 치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치유의 정치’를 생각하게 됐다.

‘대안의 정치’는 우리 당의 입장에서 볼 때, 국민들에게 신뢰와 대안을 제시할 수 있고 나아가 수권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 아래 만든 것이다. 특히 대안의 정치를 실현을 위해 청년과 여성 그리고 아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국민들에게는 선거에 강조했던 ‘똑순이’의 이미지로 남고 싶다. 말만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똑순이처럼 부지런히 현장을 다니고 일좀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 줄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드리고 싶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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