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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 원인두고 날선 공방전“계획적인 여혐범죄” VS “여혐범죄 단정 어려워”
김영 기자 | 승인 2016.05.23 18:26
강남역 10번 출구 앞,  여성 희생자에 대한 추모 메세지를 적고 있는 한 노신사.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지난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 노래방 여자화장실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해사건’ 이후 희생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위로하기 위한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는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마련된 추모 공간에 희생자를 애도하는 꽃과 화환 그리고 메모지 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있다. 반면 이번 사건의 원인을 두고서는 일반대중과 범죄 전문가들 사이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남역 인근에서 20대 여성에 대한 묻지마 살해사건이 발생한 후 4일 지난 찾은 강남역 10번 출구 앞은 추모공간 찾은 시민들과 취재진의 행렬로 발디딜틈 없이 북적였다.

평소에도 드나드는 인파가 많은 곳이지만 희생자를 위한 추모행렬이 이어지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은 것으로, 추모현장인지 모르고 지나가던 이들 또한 현장에 마련된 추모메모를 마주하면 잠시라도 희생자를 위한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20대 젊은 여성이 평일 새벽 도심 번화가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30대 남성에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 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또한 좌절한 모습이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을 두고서는 대중과 범죄문제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여성혐오가 범죄 원인?

당초 이번 사건의 가해남성은 “평소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고 그래서 이번 범죄를 준비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이후 가해남성은 살해 원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대중들 특히 젊은 여성들 중심으로 “우리 사회 뿌리 깊은 여성혐오가 결국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성혐오가 사고 원인이라는 시민들의 인식은 추모현장에 붙은 수많은 여성혐오 지탄 문구에서도 확인할수 있었다. 추모 현장 곳곳에 ‘여성이기 때문에 살해당했다’ 내지 여성혐오 현상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상당히 많이 붙어 있었던 것.

여성단체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사회의 성차별과 여성혐오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성명을 통해 “여성차별과 혐오로 인한 여성폭력·살해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끊이지 않았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그러나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과 폭력은 개인적인 일로 됐고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주목을 받았다. 그마저도 사건의 원인은 여성에게 전가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에 기반을 둔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 비하와 혐오를 동반한다”며 “신체적, 성적, 심리적 폭력 및 협박, 강제, 자유 박탈 등으로 행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역시 “한국사회에 난무하는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젠더(gender)불평등 문제를 중요하고 시급한 사회적 의제로 삼아야 한다”며 “차별과 폭력 없는 사회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연대와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연은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신적, 물리적 폭력에 시달려 왔고 살해당해왔다”며 “이를 젠더 불평등 문제로 인식하고 공감해 나가는 것이 또 다른 ‘여성 살해’를 막기 위한 출발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민우회도 “‘여자들이 나를 무시한 것’이 살인의 이유로 이야기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의 문화가 이러한 ‘이유’를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온라인을 통해 희생자 추모행사에 동참한 20대 젊은 여성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결과에 대해 반발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번 사건의 원인에 대해 프로파일러 등이 투입된 서울 서초경찰서의 심리분석 조사결과를 토대로 “강남역 살인사건이 ‘정신질환 범죄 유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원인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페미니스트 등이 중심이 된 20대 여성들이 23일 오후 서초경찰서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행사를 가진 것. 이들은 가해자가 1시간 가량 화장실에서 숨어서 범죄를 계획했다는 점, 불특정 다수가 아닌 ‘여성’만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번 사건이 묻지마 살인이 아닌 여성혐오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혐오로 단정은 어려워

범죄 전문가 사이에서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여성혐오에 의한 사건으로 단순화 해서는 안될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해남성의 정신질환 치료병력을 근거로 볼 때 여성혐오가 원인 중 하나일수는 있으나, 그 때문만은 아닐수 있고 이번 사건을 우리나라 남성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해서도 안될 것이란 주장이다.

프로파일러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본인 SNS에 올린 글을 통해 “피의자의 정신질환 경력 등 ‘여성 혐오 범죄’로 단정 짓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표 당선자는 “‘낯모르는, 관계없는 여성을 대상으로’한 계획적인 범행임은 분명하며, 그 저변에는 일베와 소라넷 등으로 대변되는 비뚤어진 남성중심주의 하위문화가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여성변호사회 회장 출신인 국민의당 김삼화 당선인 또한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에 의한 사건이라 단정짓긴 어렵다”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다만 가해남성의 살해 동기를 정신질환에만 맞춰가는 것 또한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판단은 법원에서 할 일이나, 이번 사건에 있어 정신질환 등에 따른 정상참작의 사유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요유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역시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도 계획범죄가 가능하다”며 이를 여성혐오에 의한 사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권 팀장은 “정신분열 자체가 모든 생활을 와해시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잘못된 사고와 지각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직접 범죄와 관련된 경우들이 많지는 않다”며 “어떤 경계선적인 상황과 상태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체계적인 행동들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역 살인사건)피의자의 경우 여성 뿐 아니라 자신을 제외한 타인에게 모두 분노의 감정을 갖고 있어서 여성 혐오 범죄로 볼 수 없다”며 “‘엄마를 증오했다’는 표현은 병원에 입원치료 받게 한 부분에 대해서 나타나는 분노 표현이다. 식당에서 일을 하던 중에는 남성들과도 사소한 마찰이 잦았다. 쳐다보는 것 자체도 자신을 무시한다고 왜곡되게 느끼는 증상이 조사됐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사회학자들의 경우 남성 위주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성의 입장을 고려하면 최근 제기된 여성혐오 규탄 움직임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보이고 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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