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금융당국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압박을 받은 국책은행들이 노사 합의없이 성과연봉제를 일부 도입하며 노사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직원들에게 개별 동의서를 징구한 뒤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확대 실시한다고 발표했으며, 기업은행은 23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동의서를 받는 작업을 진행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산업은행이 개별 동의서 징구 뒤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처리한 것을 두고, 기업은행의 행보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반대성명서를 발표했음에도 개별 동의서를 직원들의 동의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은 노조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과연봉제 도입 투표에서 94.9%가 반대 의사를 밝혔고 기은 노조 또한 89%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서명을 진행했다.

방만경영을 철폐하고 성과 중심의 직무 현장을 만들겠다는 금융당국의 취지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노사 간 신뢰를 깨고 도입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성과연봉제가 성공적으로 잘 이뤄지려면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우선돼야 하는데, 정부의 숙제를 떠맡은 은행들이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겨우 따라가고 있기 때문.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국책은행들이 떠안은 기업여신 또한 성과연봉제 도입 이유로 떠오르고 있어, 정부 정책의 과실 또한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책은행의 시스템이 시중은행으로 확산되는 영향력을 이용, 국책은행에게 성과연봉제 우선도입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노사 간 합의 없는 도입 과정 또한 시중은행이 답습할 우려도 크다.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기능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국책은행의 역할이지만 노사 간 소통 체계 및 인권을 보장하는 것도 국책은행의 또다른 책임인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 속도보다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 협의가 필요하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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