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건강을 헤칠 수 있다는 죄책감은 있지만 달콤한 음식과 음료의 유혹을 이길 용기가 나질 않는다. 스트레스 많은 현대인들에게 설탕을 듬뿍 넣은 ‘달달한 커피’나 ‘달콤한 케이크’, 설탕과 얼음으로 맛을 낸 시원한 탄산음료는 삶의 활력소이며 멋이라고 변명도 한다. 설탕 중독 증상이다.

40여년 전 미국의 사회운동가이며 저술가인 더프티(William Dufty)는 설탕의 과다섭취가 건강에 유해함을 깨닫고 그의 책 슈가블루스(Sugar Blues,1975)에서 ‘정제 설탕은 가장 달콤한 독성물질’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책은 전 세계적으로 2백만 부 가량이 팔렸다고 하며 수많은 연구논문이 설탕 유해론을 증명하고 있으나 세계적인 설탕소비 증가는 계속되고 있다. 드디어 여러 나라에서는 설탕중독 즉 설탕 과다섭취로 인한 각종 만성질환 증가를 막아보고자 설탕세(Sugar Tax) 도입을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덴마크에서 2011년에 설탕세와 유사한 비만세(Fat Tax)를 도입했고 그 후 멕시코, 노르웨이, 프랑스, 미국 버클리시 등지에서 탄산음료에 10~20%의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호주와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설탕세 논란이 뜨겁다.

우리 정부는 입법화 추진에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주관으로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섭취를 줄여나가기 위한 ‘제1차 당류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소위 말하는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설탕이나 옥수수 시럽과 같은 정제된 당류를 섭취하면 이러한 당류는 소화관내에서 빠르게 흡수된다. 흡수된 당류는 체내에서 즉각적인 에너지원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세로토닌(serotonin)이나 도파민(dopamin)과 같은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촉진시켜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오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고 우리 몸은 높아진 혈당수준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insulin)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서 빠르게 혈당치를 떨어뜨린다. 그 결과로 우리의 몸은 낮아진 저혈당 때문에 힘이 빠지고 현기증과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우리 몸은 더 많은 당류나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게 되는 악순환 즉 설탕중독 현상을 나타낸다. 정제된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의 두 개의 당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구조의 탄수화물로서 다른 당류에 비해 단맛이 강하고 사탕수수와 사탕무우로부터 대량 생산 되므로 비교적 경제성이 높은 감미료이다.

설탕과 더불어 감미료로 널리 쓰이는 옥수수 시럽은 옥수수 전분을 효소로서 가수분해 시킨 정제당으로 두 분자의 포도당으로 구성된 맥아당 또는 말토스(maltose)가 주성분이다. 따라서 옥수수시럽의 과다섭취 또한 설탕중독을 유발한다.

정제당의 과다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을 문헌 조사한 애플턴(Nancy Appleton)박사에 의하면 설탕의 과다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140 가지 이상이다. 그 중 핵심이 되는 것은 정제당류 섭취 후 췌장으로부터 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면서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연쇄반응 즉 체지방합성으로 인한 비만과 코티졸(cortisol), 에피네프린(epinephrine)과 같은 호르몬 과다 분비는 체내 염증발생, 심장과 혈관의 약화, 및 면역력 저하 등 생리적 이상증세를 유발한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인슐린 과다 분비는 IGF와 같은 물질의 분비로 각종 암 발생을 촉진시킨다. 그리고 연속되는 인슐린 과다 분비로 결국 몸 안의 각 세포와 조직들이 이 호르몬에 대한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을 갖게 되며 이것이 비만, 고혈압, 지방간, 시력감퇴 등 대사성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정제 당류의 섭취와 당뇨발생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에는 당 섭취가 비만을 초래하고 비만으로 인하여 당뇨발생이 오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연구보고에 의하면 비만이 아닌 경우에도 당의 과다섭취가 당뇨병의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고 한다.

더욱이 최근 미국 메이요(Mayo)병원 보고에 의하면 70세 이상 노인들이 정제당을 과다섭취하면 인지능력 저해를 가져온다고 경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워싱턴 의대 연구팀의 보고에 의하면 임산부가 과당을 과다섭취하면 태반에 악영향을 주어 태아의 성장과 발달이 저해되고 출생 후 대사성질환 발생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정제 당류의 과다섭취가 미국 최대의 사망유발 요인이라는 연구결과에 따라 하루 정제당 섭취량을 50g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당류의 과다섭취로 인한 유해성을 최소화하고자 설탕세까지 도입해보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별로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2011년에 덴마크는 비만세를 도입했으나 시민들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 식료품 사재기가 시작되는 등 소기의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경제적 부작용만 발생하여 1년 만에 폐기됐고 멕시코에서도 탄산음료의 소비가 6%정도 감소했으나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설탕세를 낮추는 등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한번 빠져든 설탕중독은 헤어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설탕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설탕세는 당류섭취 저감 효과는 없고 증세와 물가상승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당뇨병을 포함한 만성대사질환 발병율의 급속한 증가와 국민 일인당 정제 당류의 섭취량이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1일 50g에 거의 육박한 것으로 미루어 설탕세를 포함한 강력한 정책추진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시의 적절하다.

다만 당류섭취 저감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좀 더 신중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즉 설탕세 또는 탄산음료세와 같은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법적인 조치 이전에 정제당류 과다섭취의 위험과 피해를 전 국민에게 알리고 스스로 정제당의 함량이 높은 식음료의 소비를 줄여나가는 캠페인과 시민사회운동이 있어야 하겠다.

영국의 인기 요리사인 올리버(Jamie Oliver)가 설탕세 도입에 앞장섰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TV쇼에 출연하여 인기를 누리고 있는 ‘쿡방’ 인기 요리사들이 앞장선다면 더욱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

TV방송에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나오지 않도록 하듯이 음식에 설탕을 부어넣는 모습도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각종 공중매체와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설탕의 과다섭취가 훗날 비만과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이 됨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교육이 필수이다.

정부는 가공식품에 정제당류 함량저하 및 대체 감미료 사용을 위한 연구 개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설탕세에 앞서 설탕과의 전쟁을 시민사회운동으로 전개하는 것이 우선이 되길 바란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