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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신드롬 이후의 과제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 <유종일 이사장>
김정섭 성신여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승인 2016.05.18 16:04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년 2월 24일~4월 14일)가 대히트하면서 ‘드라마 한류’ 재연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영화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을 배급해 ‘1000만명 작품’으로 히트시킨 영화 수입·배급·투자사 NEW가 드라마 사업으로 외연을 넓히면서 처음 제작한 드라마다.

대본은 SBS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와 MBC '여왕의 교실'의 김원석 작가가 공동 집필했다.

130억원이란 많은 제작비를 들여 드라마업계가 꺼리던 사전제작 드라마로 제작해 선보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모처럼 큰 즐거움과 흥미를 제공했다.

결국 우리나라(종영일 시청점유율 38%)와 중국(동영상 사이트 누적 20억 뷰)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수익에서도 ‘대박’을 기록했다.

극에 등장한 ‘군대 말투’가 유행하고 수익은 이미 손익분기점을 초과하는 등 사회·문화와 경제적 성과도 적지 않았다.

과도한 간접광고(PPL) 삽입은 옥에 티로 지적됐다. 이 작품은 안정된 원작 콘텐츠, 스타 파워의 활용, 전략적인 한·중 마케팅 등 현대 문화 콘텐츠의 ‘흥행 방정식’에 충실하여 제작함으로써 성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유치, 제작, 수출 과정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은 이 드라마의 성공은 방송사·외주사·작가·배우 단체들로 하여금 더 이상 힘겨루기를 멈추고 협력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사전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안착시키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정부에게도 양질의 작품 제작이 가능한 드라마 생태계와 수출에 장애가 없는 환경을 구축하라는 과제를 남겼다.
 
'태양의 후예'는 영화 수입·배급·투자사 NEW(Next Entertainment World)와 KBS 자회사의 합자회사인 태양의후예문화전문유한회사(태양의후예문전사)가 만들었다.

2008년 6월 창립한 NEW는 2015년 현재 매출액 825억 (연결재무제표 기준) 규모의 기업으로 미디어플렉스와 메가박스 대표이사를 차례로 지낸 김우택씨가 경영을 맡고 있다.

창사 첫해 외국영화 '트와일라잇'(관객 130만명)을 수입한 뒤 2009년 국산 영화 '킹콩을 들다', '청담보살' 등에 투자했다.

2013년에는 배급한 '7번방의 선물'(,281만명)이, 2014년에는 '변호인'(1141만명)이 히트하면서 한때 국내 영화배급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뮤직앤뉴(음원 유통), 콘텐츠판다(부가 판권), 쇼앤뉴(공연), 스포츠앤뉴(스포츠 마케팅) 등의 자회사를 두고 문화사업의 영역을 넓혀 왔다.

2016년 1월에는 중국과 합작 영화를 만들기 위해 화처미디어(華策影視)의 투자를 받아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결국 수익 다각화의 연속선상에서 드라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NEW는 KBS와 논의해 2014년 16부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제작키로 하고 스타 작가 김은숙과 김원석에게 극본의 공동 집필을 맡겼다.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감각적인 대사와 감미로운 로맨스 구조를 선보여온 김은숙 작가는 '상속자들'(2013), '신사의 품격'(2012), '시크릿 가든'(2010~2011), '연인'(2006~2007), '프라하의 연인'(2005), '파리의 연인'(2004) 등의 수작을 남겼다.

영화 연출부, 조감독, 각색자 등을 거치며 스케일이 큰 영화와 섬세한 드라마 문법을 접목해온 김원석 작가는 드라마 작가로 변신한 후 이런 융합 문법을 담아 '여왕의 교실'(2013),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9) 등을 집필했다.

NEW는 이어 KBS와 편성계약을 맺고 KBS 자회사 KGCS(KBS Global Contents Syndication)와 10억씩 분담해 자본금 20억원 규모로 태양의후예문전사란 제작·판권판매 회사를 2015년 6월 26일 설립했다.

제작비 투자와 수익 배분은 60(NEW) 대 40(KGCS)으로 계약했다는 것이 NEW 측의 설명이다. 이런 형태의 제작사는 제작비를 원활하게 투자받기 위한 것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의 일종이다.

KBS '추노'(2010) 제작 당시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가 ‘추노문화산업전문회사’를, SBS '내게 거짓말을 해봐'(2011) 제작 당시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가 ‘내게거짓말을해봐문화산업전문회사’를 설립해 운용한 사례가 있다.

당초 국내용으로 기획된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하면서 준비를 탄탄하게 하다보니 수출까지 꿈꾸게 되었다.

무려 258일 간 촬영을 하고 후반작업을 해 완성했다. 충분한 준비를 거쳐 촬영과 수정을 하고 정교한 후반작업을 통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게 사전제작의 장점이지만 당시 제작사에게는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언제 방송될지 몰라 기업들이 투자를 꺼렸다.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한·중 합작 드라마 '비천무'(2004)와 '사랑해'(2008), '로드 넘버원'(2010), '탐나는도다'(2009) 등의 작품도 모두 실패해 두려움이 앞섰다.

제작사는 사전제작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수출에 도전키로 하고 투자를 받은 중국 업체 등의 도움을 받아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를 중국 판권 수출 파트너로 선정했다.'

'태양의 후예'는 결국 2월 24일 한·중 동시 실시간으로 첫 방송된 이후 양국 시청자들을 흡인함으로써 신드롬을 일으켰다.

'태양의 후예'는 매회 해외 파병지와 의료봉사 등 시청자들에게 다소 낯선 배경을 토대로 다채로운 로맨스를 선보이면서 시청점유율 38.8%(종영일 기준, 닐슨코리아 조사)로 막을 내렸다.

그리하여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닐슨코리아 28.1%)이후 주춤하던 국내 드라마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시청점유율 30%를 넘긴 KBS 미니 시리즈는 2010년 '추노'와 '제빵왕 김탁구' 이후 6년 만이기 때문에 KBS에게도 의미가 컸다.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윤미래, 엑소(EXO) 첸, 다비치, 거미, 케이윌, 에릭남, 김준수 등이 부른 10곡의 배경음악(OST)도 히트해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동시 방영된 중국의 아이치도 회당 조회 수가 1억뷰, 누적 20억 뷰를 돌파했다.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의 누적 클릭 수도 80억을 넘었다.

히트 드라마가 새로운 스타와 유행을 만들어내는 것은 <태양의 후예>도 예외가 아니었다. 송중기·송혜교를 대륙의 스타로 등극시키며 ‘한국 화장품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정작 군대에서는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특유의 군대식 어투인 “~했지 말입니다”를 유행시켜 한동안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했다.

'별에서 온 그대'가 김수현과 전지현을 글로벌 스타로 각인시키며 중국에 ‘치맥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과 대비된다.

특히 송중기는 군 제대 이후 첫 복귀 작품이 성공하면서 아시아 전역에서 ‘신 한류 아이콘’의 위상을 얻었다.

대통령 행사에 초청된데 이어 이미 ‘제주항공’ 등 많은 기업의 모델로 발탁됐다. 송중기의 파트너인 송혜교와 진구, 김지원 등도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시청자들은 극중 사랑이 무르익는 과정을 보면서 송중기·송혜교 커플을 ‘송송 커플’로, 진구·김지원 커플을 ‘구원커플’로 각각 부르며 로맨스에 대한 깊은 교감과 갈망을 드러냈다.

특히 4.13 총선에 출마한 각 당의 후보들은 이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해 군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패러디하여 삽입한 포스터를 내걸고 홍보 경쟁을 벌였다.

해외의 관심도 뜨거웠다. 중국 웨이보(微博)와 아이치이의 초청으로 최근 중국을 방문한 배우 진구는 베이징 공항에 나온 팬들의 환영 열기로 홍역을 치렀다.

중국 푸젠, 저장, 쓰촨, 윈난, 광둥 등 5개 TV 방송국은 세트장으로 사용된 태백 한보탄광 폐광 터와 삼탄아트마인 등을 촬영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

드라마 촬영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철거한 태백시 세트장을 다시 복원토록 지시했다.
 
이 드라마가 거둔 경제적 효과도 컸다. 먼저 KBS는 자회사가 투자한 태양의후예문전사로부터 40억원에 방송권을 사서 광고(CF)로만 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 판권과 부가상품 매출 등에서 수익 배분율(40%)에 해당하는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6년 만에 ‘대박 드라마’가 나옴으로써 KBS의 브랜드 가치도 크게 향상됐다.

KBS는 특히 배우 송중기를 KBS 1TV '뉴스9'에 출연시키고 종영 후 제작 뒷이야기를 담은 ‘특별 3부작’을 추가 편성해 그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NEW와 제작사 태양의후예문전사는 KBS 40억, 아이치 48억,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 35억 원 등 공개된 실적만 봐도 방송권 판매와 해외수출 등으로 이미 제작비를 회수했다.

중국 48억원, 일본은 20억원 외에도 대만, 태국,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호주 등 해외 30여 국가에 판권 수출 계약을 체결해 현지 매체의 방송에 수반되는 각종 광고 수입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케이블 채널의 재방송권, 주문형 비디오(VOD), 주제곡(OST), 리메이크 판권까지 덧붙이면 최소 2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 상장사인 NEW의 주가도 방송 시작 전 9000원에서 절정기 1만7000원으로 올라 주주 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거뒀다.

드라마 한편이 야기한 다른 파급 효과도 작지 않았다. 미국의 블름버그통신은 4월 11일자 기사에서 “‘태양의 후예’ 덕분에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과 한국 상품의 수출 증가, 중국 기업들의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체 투자 확대 등 상당한 경제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국내를 찾은 중국인들의 구매 열기로 극중 송혜교가 사용한 화장품 ‘BB쿠션’은 3월 매출액이 전월 대비 10배 이상 올랐고, ‘투톤 립 바’는 아리따움 매장에서 한 달 새 16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송혜교가 착용한 십자가 모양 귀걸이, 삼각 귀걸이 등도 불타나게 팔렸다.

간접광고로 삽입된 정관장, 현대차, 롯데칠성음료 등 여러 기업의 상품도 매출이 급상승했다고 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충과 어려움을 간과한 채 지나치게 아름다운 로맨스의 배경으로 미화된 해외 파병지나 병영의 실상 왜곡 논란 등은 차치하고라도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핑계로 짙어진 상업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제작사는 총제작비의 약 27%(35억원)를 PPL로 충당했다. 그렇다보니 회당 약 10개의 상품이 등장해 드라마에 대한 집중을 방해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라 해도 방송의 공익성과 방송문화의 창달을 고려할 때 용인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태양의 후예'는 몇 가지 논란도 있었지만 사전제작이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그 성공 요인을 면밀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 드라마는 표면적으로 정교한 준비와 투자, 검증된 작가와 팬덤이 두터운 스타배우의 캐스팅, 경쟁 프로그램의 부재 등을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좀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원작 콘텐츠의 경쟁력, 스타 파워 활용, 수용자의 기호와 트렌드 반영, 기획·제작사의 경쟁력, 마케팅 방법과 능력, 가외 변수(흥행 예측 및 리스크 대비 능력)에 대한 대응 등 작품의 흥행과 성공에 필요한 6가지 요소 6)를 대부분 충족하여 서로 시너지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산업의 특성인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구조를 고려해 KBS로부터 미리 편성권을 확보하고 콘텐츠의 강점과 스타 파워를 활용해 시청률을 끌어올린 점이 특히 돋보였다.

이 작품의 원작은 김원석 작가가 써서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국경없는 의사회'였다.

국제 의료 구호단체를 배경으로 써서 스케일이 큰 이야기 구조였기 때문에 세밀한 인물 묘사와 로맨스를 곁들여 각색하면 승산이 있었다.

영화계 출신이라 큰 그림을 그리는데 능숙한 김원석 작가와 그것을 세밀하게 갈고 다듬는데 뛰어난 김은숙 작가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 돋보였다.

주연으로 캐스팅한 배우 송중기·송혜교의 팬덤과 감성적인 연기 호흡도 위험 헤지(hedge)에 제격이었다. 특히 꽃미남 이미지였던 배우 송중기는 군대에서 막 제대한데다 극에서 군 장교로 등장해 절도와 남성미가 배어나오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해외 파병지와 의료봉사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싹튼 로맨스는 팬들에게 정서적 교감과 동화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영화 배급과 마케팅에 경험이 많은 제작사답게 양국에서 입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까다로운 사전심의를 피하기 위해 심의 대상이 아닌 동영상 사이트를 중국 방송 파트너로 택했다.

외국 작품인 이 드라마가 중국 방송 채널에 방영되려면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데다 통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다른 방송사에 시청률을 잠식하는 강력한 드라마가 편성되지 않은 점도 호재였다.

신드롬 이후의 과제는 무엇인가
 
이 드라마는 영화 투자·배급사가 처음 시도한 사전제작 드라마로 전략적인 마케팅을 구사하여 히트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 드라마의 성공이 ‘이례적’이라 평가되는 것은 그만큼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방증하기에 ‘태양의 후예 신드롬’ 이후 국내 드라마업계와 한류 수출을 지원하는 정부에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선진국에 이미 정착된 것처럼 드라마의 정석은 사전제작이기 때문에 방송사와 제작사 등 관련 단체가 이 시스템의 정착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상파 3사가 매일 밤 주시청시간대에만 드라마를 2편씩 편성하고 있다. 이렇게 드라마 편수가 넘치다 보니 제작 투자나 작품 흥행이 여의치 않고 광고를 유인하기 위한 시청률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그래서 시청률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사전 제작을 외면하고 기형적인 동시 제작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를 1~2회 먼저 방영 후 부진하면 흥행 코드를 삽입하는 식으로 계속 대본 수정을 되풀이 하고 있다.

작가, 제작진, 스텝들은 번거롭고 배우들은 화급히 팩스로 들어온 바뀐 내용의 ‘쪽 대본’이나 ‘회치기 대본’을 받아들고 “예술가인지 기계인지 모르겠다”는 자탄을 하며 연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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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투자 여력이 작은 좁은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제작비가 많이 드는 블록버스터가 쉽게 나오기 어렵고, 중소 크기의 드라마도 제작비 문제로 주변 인물의 설정이 모두 생략되어 조·단역 배우들의 생존마저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시장을 키우는 대대적인 환경 변화가 없다면 방송사들이 적정한 드라마 방영편수에 합의하고 방송사, 제작사, 배우 단체들은 힘겨루기 9)를 멈추고 제작비 연동 출연료 상한제 같은 ‘룰’을 마련해야 한다.

전면적인 사전제작이 두려우면 제작사와 방송사가 편성계약을 맺은 후 사전 제작하는 단계를 거친 뒤, 제작사가 투자를 받아 독자적으로 사전제작 드라마를 만들어 방송사 등에게 어필한 뒤 편성권을 확보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둘째, 드라마의 다양성을 대폭 확대하고 국제적으로 소통되는 드라마를 만드는데 에너지를 집중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그간 톱스타를 기용한 순정 로맨스, 신분·연령 격차를 구도로 한 멜로, 불륜 등 파격적 애정 관계를 다룬 가족극, 액션과 로맨스가 결합된 사극 등이 주류를 이뤄왔다.

최근에는 만화, 웹툰 등 검증된 스토리를 극화하는데 천착하고 있다. 도전보다 안주에 길들여진 것이다.

콘텐츠 기업에서 으뜸 지식기반자원인 창의성이 고갈되면 콘텐츠 부실과 다양성 축소를 야기해 결국 문화를 빈곤하게 한다.

방송사들은 앞으로는 이런 구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창의적인 작품을 발굴해야 한다.

단막극과 예술성·실험성이 높은 드라마도 늘려 내용과 형식에서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드라마가 문화를 이끌고 사회·문화적 담론으로서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

스토리를 개발할 때 지금까지 가장 한국적이거나 보편적인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가 한류를 이끌었다는 점을 고려하는 동시에 성공에 대한 예측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앞에서 제시한 ‘성공 방정식’을 반영해야 한다.

특정 시장에 대한 면밀한 고려도 추가되어야 한다. 가령 중국이 한국 드라마에 대해 사전심의를 완화하지 않는 이유는 문화주권과 경제이익 보호란 이유도 있지만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지극히 상업적인 배경이나 비윤리적인 내용에 인민들이 동화될까봐 크게 우려하기 때문이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넷째, 정부의 다각적인 드라마 수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태양의 후예'와 같은 히트작이 나오면 주연 배우를 앞세워 이를 정부의 정책 성과인양 포장하는 데만 치중했다.

정작 좋은 드라마, 수출 잘 되는 드라마를 만드는데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고민하며 대안을 마련하는 데는 소홀했다.

특히 현 정부는 문화융성을 주창했지만 이런 부문의 각론 제시가 크게 미진한 실정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큰 틀에서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포함한 문화예술 생태계 전반을 건강하게 구축하는데 나서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투자펀드 등이 문화 콘텐츠 투자에 많은 관심을 갖도록 촉진 정책을 마련하고 기업이 드라마 등에 직접 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한류 경험이 한국 상품의 구매 의도를 촉진11)하고, 한류 콘텐츠 100달러어치를 수출할 때 휴대폰·화장품·의류 등 소비재 412 달러어치 수출 효과가 있다는 등의 연구 결과를 눈여겨본다면 방송사, 제작사, 기업, 외교·통상 당국이 참여하는 협의체의 구성도 필요하다.

드라마와 소비재 상품 수출 전략을 사전에 연계하여 상호 이익을 도모함으로써 한류 수출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중국 등 한류 수출국의 관련 정보를 제때 파악해 국내에 알리는 동시에 문화 교류를 확대하고 심의 제도를 완화하도록 중국 등 관련 당사국을 상대로 외교적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 이러한 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가 많이 제작해 재미를 봤던 웹 드라마도 올해부터 방송 드라마 수준으로 검열하겠다고 나섰다. 첩첩산중이 아닐 수 없다.

문화 교역의 상황에 따라 각국의 규제 환경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문화예술계와 공조하여 현장을 중심으로 더욱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류 수출의 장벽 해소와 한류가 지속되는 환경 구축이 불가능해진다.

김정섭 성신여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office.good6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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