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 추진이 여당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4일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체 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CJ특혜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면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안건에서 제외시켰다. 지난달 25일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CJ라는 거대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방통위는 오는 7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체 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킬 계획이나 역시 여당이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면서 예정대로 진행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실무진은 계획대로 상정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7일 전체 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라면서도 "상임위원들은 정치권의 목소리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당인 새누리당 한선교 문방위원장을 비롯해 같은 당 소속 간사 조해진·이우현 의원 등은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문방위 위원간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이번 개정안이 CJ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특정 방송채널사업자(PP)가 국내 전체 PP 시장 매출액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49％까지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체 PP 시장에서 약 27％을 차지하고 있는 콘텐츠·미디어 기업인 CJ E＆M은 이론상 최대 49％까지 매출액을 늘릴 수 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전체 케이블TV 가입자의 3분의 1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위성방송·인터넷TV(IPTV)·케이블TV를 모두 포함하는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약 2100만명의 3분의 1로 완화했다. 이론상 국내 1위 SO인 CJ헬로비전은 700만명까지 가입자를 늘릴 수 있다. 현재 CJ헬로비전의 가입자는 약 350만명을 넘어섰다.

조해진 의원은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했을 때 다른 경쟁업체들도 도태되지 않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지, 또 전체 시장 발전 측면에서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득이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문방위 위원간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뒤 전체 회의에 상정하라고 방통위에 몇 번 얘기했었다"며 "방송법 시행령 개정 여부는 전체 방송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게 섰을 때 결정해야 한다.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방통위가 시행령을 확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우현 의원 측은 "CJ에 혜택을 주는 것은 제2, 제3의 종편을 만드는 것과 같다"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통과되지 말아야 한다는 이 의원의 의지가 강력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방위 내부에서는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내달 5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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