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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내용을 듣지 않고 감정을 듣는다
김진미 빅픽쳐가족연구소 소장 | 승인 2016.05.10 15:02

[여성소비자신문]"제가 아이에게 강조하는 건 한 가지예요. 좋은 선택을 하라는 거죠. '네가 나쁜 선택을 하니까 엄마랑 싸우게 되고, 기분 상하고, 시간 낭비하고 이렇게 되지 않느냐'고 몇 년 째 말하는데 달라지지가 않아요."

미국에서 Family Saver Center 소장으로 한인 대상 상담을 할 때 찾아왔던 한 엄마의 하소연이다.

좋은 선택은 뭐고 나쁜 선택은 뭐냐고 질문하자 아이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은 참고 해야 하는데 꼭 짜증을 내고 게으름을 부린다는 것이다. 바이올린 연습 30분 하는데 5분 하고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20분 동안 안 나오고, 몇 번이나 불러서 나오면 5분 하고 또 화장실에 들어간다고 한다.

엄마는 결국 소리를 지르게 되고 둘 다 기분이 상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엄마는 말한다.

"제가 그렇게 오랫동안 말을 했으면 이제는 알아듣고 이해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엄마 말을 이해 못할 나이가 아니잖아요?"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다.

엄마는 답답하다. 매번 같은 태도를 반복하는 아이, 번번이 나쁜 선택을 하는 아이가 답답하고 이해가 안된다. 아이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골탕 먹이려는 것 같아 아이가 미워진다.

그런데 이 사연 속에는 엄마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몇 가지 오해가 숨어있다.첫째는 아이가 나쁜 선택을 했기 때문에 상황이 나빠진다는 생각이다. 아이가 바이올린 연습 30분을 하기 싫어도 참고 하면 될텐데 꾀를 부려서 서로의 감정이 상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원인이 아이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엄마는 아이를 원망하게 된다. '네가 나쁜 선택을 하니까 엄마랑 싸우게 되고, 기분 상하고, 시간 낭비하고 이렇게 되지 않느냐'는 엄마의 말은 ‘너 때문에 엄마가 화를 냈으니 너의 잘못이다’라는 의미이다.

아이는 죄책감을 갖게 된다. 자신을 자책하며 쓸모없는 못된 아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자존감이 낮아진다. 자존감이 낮아진 아이는 점점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되풀이하게 된다.

둘째는 아이의 눈높이를 생각하지 못했다.초등학생이 바이올린 30분을 쉬지 않고 하는 것이 쉬울까? 게다가 바이올린 할 때마다 엄마의 잔소리를 들었던 아이는 바이올린 연습 시간이 즐거울 리 없다. 30분이 30시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10분 연습하고 10분 쉬게 해야 한다. 또한 10분 연습하는 동안 간섭이나 지적하기보다는 신기해하고 칭찬하며 경청해야 한다. 아이가 연습 시간을 즐거워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셋째는 너무 추상적인 단어로 설명을 했다.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 결과가 나쁘면 나쁜 선택인가? 엄마 마음에 흡족하지 않으면 나쁜 선택인가? 아직 논리적이고 추상적인 사고가 발달하지 못한 연령의 아이에게 추상적인 단어의 선택은 아이를 혼란스럽게만 한다. 좀 더 쉽고 간결한 설명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 번 째다. 엄마는 아이들이 언어를 문맥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으로 이해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엄마가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감정이 상해서 하는 말들은 아이들에게 문맥의 내용이 들리는 게 아니라 자신을 비난하는 감정 그 하나로 전달된다.

백 번을 말해도 찡그린 얼굴과 성난 목소리로 말하면 그 내용은 아이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다. 사례 속의 엄마는 똑같은 말을 계속 강조했지만 그 때마다 아이를 비난하면서 말했기 때문에 아이는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고 행동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엄마와 아이는 좋아졌을까? 네 가지 오해를 바로잡은 엄마는 아이에 대한 원망의 감정이 풀렸고, 아이와의 관계도 서서히  좋아졌다. 아이로 인해 상처받는 부모는 그 관계 가운데 숨어있는 오해를 먼저 풀어야 한다.

김진미 빅픽쳐가족연구소 소장  bphigh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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