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박상문 기자] 정부가 지난달 29일 새로운 면세점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사업권 기간을 다시 10년으로 연장하고, 신규 면세점 4곳을 추가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13년 관세법을 개정해 면세점 사업권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기한이 끝나면 사업권이 자동 갱신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업자와의 경쟁을 통해 재입찰하도록 했다. 과거 8조원이 넘는 면세점 시장을 롯데와 신라 등 재벌기업이 매출액 기준 총 80%를 차지, 이에 따른 독과점 및 특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해 11월 입찰심사 결과 HDC-신라, 한화, 두산, 신세계, 하나투어가 신규 사업권을 얻었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이 특허를 박탈당했다. 이에 따라 워커힐면세점은 오는 5월 16일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6월말에 영업을 종료하고 문을 닫는다. 그리고 6개월 이내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신규 특허 승인 조건에 따라 이달 18일 이전에 두산과 신세계가 각각 면세점을 오픈한다.

하지만 이번 관세법 재개정에 따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이 회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지난해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한정된 면세점 사업권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경쟁이 무색해지게 됐다.

현재 영업 중인 서울 시내 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소공점·월드타워점·코엑스점, 신라면세점 서울점,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동화면세점,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 SM면세점 서울점 등 9곳이다. 여기에 대기업 3곳, 중소중견 1곳 등 4개의 면세점이 추가돼 내년 서울 시내 면세점은 13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2013년 면세법 개정안에 따라 문을 닫게 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정부는 근시안적인 입법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재벌의 특혜를 없애겠다며 면세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기존 면세점이 문을 닫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예기된 혼란에 부딪쳐 입법취지를 시험해보지도 못하고 폐기하게된 것이다.

이번 재개정에 따라 면세점의 경제·사회공헌은 다시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

관세청의 사업자 선정 기준에는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정도',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 등이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실제로 신세계는 남대문시장 활성화와 도심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향후 5년간 53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하겠다고 말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 영업이익의 12%를 지역축제와 의료관광 국제화 등에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지난해 기업들은 사업권을 차지하기 위해 각종 상생전략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공언된 경제·사회공헌안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여부도 평가하기 쉽지 않아질 전망이다. 특허 기간이 다시 10년으로 연장된데다 갱신도 허용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기업들에게 그 의무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재개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하더라도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도 추가 선정이 완료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고용규모만 2200여명, 매출은 연간 7500억원에 이르는 두 면세점은 영업중단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인력 배치, 거래처 계약, 매장 유지관리 등 해결해야 할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상문 기자  msp2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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