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서유리 기자] 가습기 살균제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받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가 한국법인 대표이사 아타 사프달을 통해 5년만에 진행한 첫 공식입장 발표에서 구체적 보상안도 없는 형식적 사과로 피해자 가족 및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사진=옥시레킷벤키저 아타 사프달 대표이사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사프달 대표는 2일 오전 11시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 가슴 깊이 사과한다”며 “믿음과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피해보상을 진행 하겠다”고 밝혔다.

옥시 관계자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관련 공식사과를 한 것은 지난 2011년 첫 희생자 발생 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검찰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와 옥시 전·현직 연구진, 광고 담당자, 인사 담당자 등을 조사한 데 이어, 옥시 의뢰를 받고 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을 제조한 한빛화학 정모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일부 약사들 중심으로는 옥시에 대한 불매운동도 확산되고 있으며, 수원 YWCA와 수원여성회 등 시민단체에서는 옥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는 앞으로 옥시 소모품을 쓰지 않도록 하겠다”며 옥시 제품 불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있어 논란이 된 원재료를 처음 공급받아 사용한 업체가 옥시였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며 회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가 진행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차원의 기자회견을 뒤늦게 개최한 모습이다.

옥시, 두루뭉술 답변만 

이날 아타 사프달 대표는 “1등급과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 가운데 옥시 제품을 사용한 분들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며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 받은 다른 이들을 위해 지난 2014년 출연한 50억 원의 인도적 기금 외에 추가로 50억 원을 출연, 총 100억 원의 기금이 잘 쓰일 수 있도록 피해자들과 함께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피해자들을 위한 조속하고 공정한 보상안을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오는 7월까지 구성하겠다"며, "피해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최종안은 피해자들과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련 업계 차원에서 피해자들에게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보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 다른 제조·판매사들이 동참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타 대표는 '본사 차원이 아닌 한국 지사 차원의 사과인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한국과 영국 모두를 대표한다고 보면 된다”며 “영국 본사 대표도 '죄송하다'는 사과를 전해달라고 했다. 영국 본사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타 대표는 피해자에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사측책임론을 지적하는 기자들의 추가 질문도 받지 않았으며, 답변에 대한 추가 질의에도 응답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사진=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 최승운 대표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피해자 가족, 수사 면피용 사과에 강력 반발…진정 어린 사과 요구

옥시 측의 공식사과 기자회견이 마무리된 직후 피해자 가족들은 "이번 기자회견이 검찰 수사 무마를 위한 면피용 사과"라고 지적하며, "옥시가 한국법인만의 문제로 한정,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속셈이 아니냐"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어 “그동안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면서 언론을 이용해 기자회견을 여는 행위는 면피용 사과에 불과하다”며 “2∼3년 근무하다 떠나는 한국법인 대표가 아니라 영국 본사 측과 이야기하게 해달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족 대표 최승운 씨는 "아이를 잘 키워보려고 가습기 살균제를 매일같이 썼다가 아이가 만 1세에 병원에 입원해 8개월 만에 처절하게 사망했다. 내 손으로 4개월 동안 아이를 서서히 죽인 셈”이라며 “피해자들의 실수가 아닌, 이번 사태가 명백한 옥시의 잘못임을 인지하고 피해자들이 납득할 때까지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사명을 두 번 씩이나 변경하며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제품으로 사회에 위험을 가하는 옥시는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퇴출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더 이상 우리 같은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나 입법적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유리 기자  yulee@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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