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울산 공장.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정권발 기업 구조조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밝힌 구조조정 가속화 방침에 여당은 물론 야3당 모두 동의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글로벌 경기둔화 속 실적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해운‧조선‧철강‧정유‧석유화학 등의 업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 빅3업체는 총 8조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규모 분식회계가 발견된 대우조선해양이 연결 재무제표 기준 5조 505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1조 5041억원과 1조 5019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들 세 업체가 나란히 조(兆)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업계 4위 업체인 한진중공업 또한 영업손실 739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지속됐다.

조선업체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직접적 원인은 건조경험이 부족한 해양플랜트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공정지연 등에 따른 추가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앞서 조선업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조선업은 전자·자동차·화학 등과 함께 우리 경제의 버팀목 중 하나로 불렸다. 일본을 따라잡으며 세계 1위에 올랐던 것도 그때쯤이었다.

그러나 해운업과 마찬가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조선업은 극심한 부진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세계경기 둔화 속 물동량이 줄자 자연스레 선박수주 물량도 크게 감소한 것. 그나마 활황을 보인 중국시장에서는 과거 우리와 비슷하게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업체들에게 크게 밀렸다. 국내 업체들이 중국 업체와 비교 연료소비효율 및 내구성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중국산 선박 가격이 최소 5%에서 많게는 20%이상 싼 상황인 것.

이에 마지못해 개척했던 신시장이 해양플랜트 분야였으나 결국 이 사업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메워지지 않는 해양플랜트 부실

우리 조선업체들이 리스크가 큰 해양플랜트 사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단가 때문이었다. 일반 상선 가격이 척당 3억 달러 내외인 반면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의 경우 1기 가격이 20억 달러를 웃돌았던 것.

이에 우리 조선업체들은 턴키방식(설계·시공 일괄입찰)으로 일감을 따오며 초대형 계약에 장밋빛 미래를 전망했으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 경험부족에서 오는 공사지연으로 되레 더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으로 지난해 조선 3사 적자 중 7조원 이상이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했다.

또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양플랜트 발주사의 계약 취소와 대금 지급 이행 등이 미뤄지는 등 시기도 좋지 못했다.

다만 올해 초 조선 3사는 대규모 적자 소식을 전하며 올해는 다를 것이라 장담했다. 지난해 재무에 부실 실적을 모두 반영한 만큼 향후 실적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었다.

그럼에도 업계 내에서는 세계 조선경기 회복이 올해 중으로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선박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신규 발주가 늘어나기까지 최소한 2017년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란 의견이다.

국내 업체들의 영업 부진도 눈에 띈다. 올 1분기 수주 실적이 8척(17만1000CGT)으로 2001년 4분기 이후 최하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감이 줄어들자 주요 조선소들이 거제 등에서는 지자체장이 직접 나서 ‘고용 위기 지역’ 지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규모 구조조정 예고, 합병설까지

실적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회복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겹쳐지자 조선업체들 또한 회생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국내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이미 모든 계열사들의 긴축경영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그룹 전 계열사 사장단이 급여 전액을, 임원들은 직급에 따라 최대 50%를 반납했다. 조선 관련 계열사 부서장들도 급여 10%를 반납했다.

보유 유가증권도 지속적으로 매각했으며, 그룹 역량을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현대종합상사를 계열 분리하기도 했다. 또한 풍력기어박스를 생산하는 독일 야케와 건설장비 엔진을 생산하는 현대커민스 등 자회사는 청산할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최대 3000명을 줄이는 인력 감축 계획까지 시중에 나돌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상시적인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 소재 공장과 건물도 매각했으며, 최근에는 거제에 기숙사 용도로 보유 중이던 아파트 300여채까지 팔았다.

그런가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과 합의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한진중공업은 채권단과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업계에서는 정부 주도로 조선사간 대규모 인수합병설까지 나돌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설 내지 각 조선사별로 흩어진 방위산업부문을 통폐합할 것이란 설 등이다.

다만 조선업체 합병에 대해서는 실효성 및 실현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한 강성노조로 유명한 현대중공업 노조의 경우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 차원의 대규모 구조조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정몽준 대주주를 비롯한 경영진의 무한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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