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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는 개, 안짖는 개, 알파고(AlphaGo)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6.03.17 16:00

[여성소비자신문] 전쟁위협으로 아슬아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땅에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불안의 낌새는 찾아 볼 수 없고 오히려 사람과 기계간의 바둑시합으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이 시각 우리나라 이야기다. 북한 정권은 밤낮 없이 저질스러운 욕설과 막말로 우리정부를 비난하며 청와대를 잿가루로 만들 ‘서울해방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위협한다.

이에 대비한 우리 국군은 미군과 함께 핵추진항공모함 등 최신 전력무기를 동원하며 유사시에 대비한 합동훈련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는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이 영국의 딥마인드(DeepMind)회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기사인 알파고(AlphaGo)와 대국을 벌이고 있고 온 국민은 이 9단의 패배에 아쉬워하고 승리에 환호하며 인공지능과의 바둑대결에 열광하고 있다.

북한의 ‘서울 해방작전’은 짖어대는 개소리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짖는 개는 물지 않기 때문이란다.

‘짖는 개는 정말 물지 않는 거야?’

가축과 동물을 공부해온 나에게 친구나 친지들이 요즈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국내외의 많은 언론 매체들이 삼대세습의 북한 정권이 우리나라와 우방에 대해 가하고 있는 거친 반응을 개짖음으로 비유하기 때문이다.

개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보면 지레 겁을 먹고 공격 대신에 짖어대는 것처럼 북한도 상대하기에 버거운 우리나라와 미국 등 우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보이는 방어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을 대단한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과연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은 믿을 만한가? 그렇지 않다.

우선 이 속담의 우리말 해석이 잘못 되었다. ‘Barking dogs seldom bite'라는 말에서  seldom 즉 ‘좀처럼 않는다’라는 말을 우리는 ‘않는다’라는 단정적 표현을 쓰고 있다.

동물행동학 측면에서 볼 때 개가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짖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막상 자신에게 해를 가하려 하거나 자신의 욕구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주인까지도 물게 된다.

하물며 낯선 사람이 개에 대하여 방심하고 행동하면 그 개에게 물리기 십상이다. 한편 도사견이나 핏불테리어와 같이 공격성이 강한 품종이나 병에 걸린 소위 말하는 미친 개들은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거나 불리하다고 여기면 짖지 않고도 상대방을 물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즉 개는 자신을 지키고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약한 것은 물어뜯지만 강한 상대에게는 꼬리를 내려서 복종의 뜻을 표한다.

이러한 개의 본능적인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개를 다루거나 짖는 개에 대처하는 기본이다. 아무튼 개의 행동양식에 관계없이 개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개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이 있거나 개의 행동양식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개가 짖기를 멈추도록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다만 개가 짖을 때마다 개의 요구를 들어주면 개는 더욱 요란스럽게 짖어댄다. 마치 과거 우리나라 대북정책처럼. 이제야 우리나라는 북한의 속성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정말 어려운 문제는 짖지 않는 개와 같이 소리 없이 다가오는 것 들이다. 이세돌 9단을 3연승으로 이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발달은 우리가 잘 대비하지 않으면 짖지 않는 개와 같이 우리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

첫째,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인공지능 개발에 앞선 나라들에 대한 두려움이다. 미국에 비해서는 8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일본에도 뒤져있고, 중국과는 비슷하지만 현재 중국은 미국 저명 과학자들을 초청하여 인공지능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를 추월하기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은 물론 GM이나 포드와 같은 자동차 기업들도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커즈와일(Kurzweil)같은 미래학자는 앞으로 30년후인 2045년쯤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번에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로 등극한 알파고는 바둑 두기를 하지 않는 영국이라는 나라의 벤처기업인 딥마인드라는 회사에서 하사비스(Hassabis) 박사의 주도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다.

이처럼 국가와 문화의 벽을 초월한 인공지능 기술은 이것이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며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우리를 두렵게 하는 소리없는 도전은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진화에 따른 일자리의 감소이다.

미국 IBM회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은 의사를 대신해서 암 진단을 한다. 환자의 각종 진료기록을 종합하고 인터넷에 들어있는 수백만 편의 논문과 자료를 검색해서 병명을 진단한다.

자궁경부암 100%, 대장암 98% 등 세계 최고 명의보다도 더 정확한 진단수준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이 유명 펀드매니저 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두어들인다.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은 농업에 까지 들어왔다. 대규모화, 자동화된 농작물, 가축 그리고 물고기의 스마트 양식 또한 시간문제이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히브리대 하라리(Harari)교수는 “30년 안에 지금 존재하는 직업의 50%가 사라질 것”이며, “인간이 적응할 시간을 주지않고 기술이 너무 빨리 진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과학기술의 변화는 우리생활의 편리성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에 뒤떨어진 개인이나 국가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아무리 대학에서 취업지도를 잘 해본들 인공지능이나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대처하지 못한 나라에서 어떻게 취업률이 높아지겠는가?

일자리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청년수당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할까?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들은 세계 각지에서 날로 진화하여 머지않아 우리의 삶과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들이 마치 짖지 않는 개와 같이 무서운 존재로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오늘도 앞에 놓인 먹이를 빼앗기지 않으려 요란스럽게 짖는 개들과 같이 패거리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경제 지도자들은 형제들 간의 재산싸움과 약자들 괴롭히는 갑질 하기에 바쁘다.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기업인, 노조, 각종 이익단체들은 국가와 사회의 장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네 주장들만을 외쳐대고 있다.

미국 MS회사의 나델라(Nadella)회장이 말한 대로 모든 새로운 시대에는 징조가 보이기 마련이다. 이번에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인 알파고가 바로 증기, 전기, IT에 이은 ‘4차 산업혁명’의 징조이다.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는 물론 우리 국민 모두는 알파고 앞에서 이세돌 9단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긴장해야 한다.

‘짖는 개가 무느냐, 물지 않느냐’로 논란을 벌이는 것을 중단하자. 앞에 놓인 고깃덩어리를 놓고 서로 먼저 먹겠다고 으르렁 거리기보다 서로 힘을 합하여 먹을거리를 더 모으는 지혜를 발휘하자. 이세돌 9단이 지고 이기는데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에도 엄청난 변화는 우리에게 크나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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