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전국 각지에서는 친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며,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전해주고 있다. 훈육이란 이름 아래 아이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자신의 장난감처럼 다루며 감금‧폭행 등을 일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학대하던 아이가 숨을 거두자 시체를 방치하거나 암매장하는 철면피 부모들의 존재가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친딸을 집안에 감금하고 2년여간 학대해 온 친부.

2015년 12월 인천 연수구에서는 친부와 계모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해온 김모(가명‧11살)양이 극적으로 탈출해 구조된 사건이 있었다.

발견 당시 김양은 체중이 16kg에 불과할 정도로 말라 있었고, 과자봉지 하나 뜯지 못할 만큼 쇄약해진 상태였다. 또한 김양의 온 몸에서는 구타에 의한 타박상 흔적이 남아 있었으며 갈비뼈는 골절돼 있었다.

게임 중독자로 알려진 김양의 친부 김모(가명‧32세)씨와 계모 박모(가명‧35세)씨 그리고 계모 친구 이모(가명‧34세)씨 등 어른 3명이 학교에 다녀야 할 김양을 약 2년여에 걸쳐 자택 화장실과 세탁실 등에 감금한 채 학대해왔던 것이다.

인근 주민들 역시 “매일 김양 집에서 아이를 혼내고 때리는 소리와 김양의 울음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친부 김씨의 경우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아이가 아무거나 주워 먹어서 때렸는데 나중에는 꼴 보기 싫어서 때렸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김씨 등을 상습특수폭행,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집단흉기 등 상해·공동감금,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상습아동유기방임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양 학대 사건 이후 정부에서는 ‘집에 방치돼 학대받고 있는 아이들을 찾아 보호하겠다’며 전국 5900개 초등학교의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난달부터 실시 중이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는 충격적인 아동 학대 소식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는데, 그 정도가 상상 이상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아이 교육은 부모 책임’이란 고정관념에만 사로잡혀 친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 문제를 간과해오는 사이,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새 도를 넘어선 모습이다.

큰딸을 살해한 후 야산에 유기한 비정한 어머니가 현장 검증을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부모 손에 세상 떠난 아이들

김양 사건 발생 이후 한달여가 지난 2016년 1월 13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2012년부터 장기결석 중인 최모(당시 7세)군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가, 그 부모로부터 최군의 실종 소식을 전해들었다.

경찰은 최군 부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아이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실종 신고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얼마 뒤 경찰은 최군이 실종된 것이 아니라 아버지 최씨(34세)에 의해 지난 2012년 11월 이미 살해됐으며, 친모 한모(34세)씨의 묵인아래 시신마저 훼손 당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평소 아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복적인 폭행을 가했던 최씨가, 사고 당일에도 아들을 실신할 만큼 주먹으로 때렸고 그로인해 최군이 숨을 거둔 것.

최씨는 아들 시신을 자택 화장실에서 훼손한 뒤 자택 냉장고에 보관해 왔으나, 얼마 전 이를 지인의 냉장고로 옮겨 놓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또한 최씨는 경찰에 처음 붙잡혔을 당시 아들 살해 혐의를 부인하며 “화장실에서 넘어져 다쳤고 이를 방치했을 뿐인데, 한달여만에 사망한 것”이라는 거짓 진술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친모 한씨는 남편이 아들을 죽이고 시신까지 훼손했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둘째 딸의 양육 등을 이유로 이를 모른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2월 3일에는 경기 부천 소사에서 중학생 딸을 때려 죽인 뒤 시체를 10개월 가량 집에 그대로 방치해 미라로 만든 엽기적인 친부와 계모가 아동복지특례법상 폭행치사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목사인 전모(가명‧47세)씨와 아내인 정모(가명‧40세)씨는 2015년 3월 17일 자택에서 딸인 전모(가명‧당시 14세)양을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5시간 동안 빗자루와 빨래대로 구타했다. 손바닥과 종아리 및 허벅지 등을 한번에 50~70대씩 빗자루가 불어질 정도로 집중적으로 때렸다.

경찰에서는 전씨 부부가 구타 후 딸의 생명이 위급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해 숨지게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전씨는 “딸이 사망한 당일 훈계를 했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죽어 있었다”며 “집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전부터 가출을 자주 했는데, 그에 대해 혼을 내던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 해명했다.

반면 전양의 친구들은 경찰 진술에서 “사망하기 전 만났을 때도 몸에 맞은 상처 자국이 많았다”며 친부에 의한 학대가 그 이전부터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런가 하면 전씨는 딸이 사망한 뒤 그 시신을 집에 보관 중이었음에도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는가 하면, 시신 방치 이유에 대해 “기도만 하면 딸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2월 15일 경기 광주시 초월읍 해곡로 인근 야산에서는 2011년 10월 친모 박모(42세)씨에게 살해된 뒤 암매장 된 김모(사망 당시 7세)양의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남편과 헤어져 두딸을 홀로 키우던 박씨가 2009년부터 함께 살아온 지인 이모(45‧여)씨‧백모(45‧여)씨 등과 함께 딸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결국 큰딸을 사망에까지 이르게 만든 것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박씨는 물론 이씨와 백씨 등도 김양을 자주 폭행했는데, 이들은 김양이 사망하자 본인들의 폭행 및 학대 사실이 탄로날 것을 우려해 시체를 인근 야산에 암매장하기로 공모하기도 했다.

또한 박씨 일행은 사망 전 김양에게 하루 한끼만 주는 등의 학대행위를 일삼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 등의 범행이 알려지게 된 계기 또한 장기결석아동 전수조사 당시 학교에 가지 않던 김양 동생에 대한 학대 의혹이 불거졌고, 이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김양의 실종사실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직 제대로 된 의사표현도 할 수 없는 영‧유아에 대한 친부모의 아동 학대 사례도 최근 들어 그 발생 건수가 늘고 있다.

1월 15일 경기도 평택에서는 생후 7개월된 아들을 바닥에 던진 뒤 주먹으로 패 두개골에 상처를 입힌 친모 최모(22‧가명)씨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산후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최씨는 이전부터 아이들 상습적으로 폭행해 왔다.

3일 뒤인 1월 18일 대전에서는 생후 9개월된 세쌍둥이 중 둘째 여아에게 플라스틱 재질의 깜짝볼(656g)을 던져 숨지게 한 친모 강모(가명‧29)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남편의 묵인아래 평소에도 아이들이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폭력을 자주 행사해 왔으며, 숨진 아이의 머리와 허벅지 및 옆구리를 걷어차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친부모에 의한 별의별 아동 학대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지난 1월 18일 경기 수원에서는 10대 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고 자신의 성관계 장면까지 강제적으로 보게 한 친부 박모(가명‧43)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박씨는 딸이 12살이던 2010년부터 15살된 2013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했고, 이 기간 동안 “성관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이유로 부인과의 성관계 모습을 딸에게 강제로 보게 만들었다.

지난 2014년 제작된 아동인권 조형물.

원인은 복합적인 경우 많아

심리학에서는 아동학대에 대해 신체적, 성적, 심리적 학대 및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이 중 신체적 학대에는 심각한 부상이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위협적인 행동 등은 물론 정도가 심한 신체적 처벌과 거친 대우까지 포함된다.

성적 학대는 성적인 신체 접촉과 성적인 행동을 요청‧권유하는 것, 아동을 외설적 자극에 노출시키는 것 외 성적 학대할 대상을 찾아오도록 협박하는 행위 등이다.

심리적 학대는 정서적 학대로도 불리는데, 부모 또는 양육자가 아동의 인지, 정서, 사회, 심리학적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일련의 양식 속에서 가해지는 모든 학대 행위가 그에 속한다.

끝으로 방치는 부모 및 양육자가 아동에게 필요한 음식, 옷, 거주지, 의료 서비스, 건강관리, 안전, 행복 등을 적절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걸을 의미한다.

아동 학대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선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일단 부부 갈등 및 그에 따른 배우자 폭력 경험이 아동학대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우자에게 물리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사람이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원하지 않는 임신 또한 아동 학대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경우 정신건강상 문제를 앓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부모의 어린시절 학대 경험이 그 아이에게 전달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부모의 중독(알콜올, 마약 등) 문제 또한 학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외 부모가 느끼는 사회 경제적 문제가 학대 원인이 되기도 하며, 장애 아동이 학대를 받는 경우도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년간 딸을 방치하고 학대한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인천 연수구의 친부 김씨 역시 어린 시절 계부에 의한 학대 경험 및 빠른 나이에 경험한 이혼과 어려운 경제여건 등이 학대를 하게 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기도 광주 야산에 큰딸을 암매장하고 작은 딸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학대 행위를 해 온 친모 박씨도 이혼 후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 및 경제적 궁핍 등이 학대를 자행하게 된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홍창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협력팀장은 “한부모 가정은 경제적인 어려움, 혼자 도맡는 양육부담, 한부모 가정이라는 주위의 시선 등에서 비롯된 스트레스가 아동의 학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대 원인을 하나로 정리하는게 쉽지 않은 만큼 친부모 등에 의한 아동 학대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조치 역시 단순하고 지엽적일 경우 큰 효과를 볼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아동 학대가 발생하는 복합적인 원인들을 모두 제거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대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범사회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아동복지 전문기관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최근 인천계양경찰서에서 전국 최초로 아동 학대 수사팀을 발족시켰다.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한 조치로 보이지만, 이전까지는 이 같은 조직이 전국에 전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경찰 측의 늦은 대처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동 학대가 범죄라는 인식만이라도 우리 국민들에게 제대로 심어주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에서도 최근 아동 학대 근절을 위한 인성교육 실천 운동 계획을 밝혔는데 그 실효성에도 의문이 든다”며 “사회적 반짝 이슈에 내놓은 캠페인성 운동으로 보이기 때문으로 얼마나 장기간 제대로 지속될 수 있을지 장담키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피해 방지책도 필요해

아동 학대에 있어 고려해야 할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학대 피해가 발생할 때와 그 이후 모두 아이가 첫 번째로 의존할 곳이 학대 가해자인 경우가 가장 많다는 점이다.

2년 간 집안에 감금된 채 친부와 계모로부터 폭행을 당해오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김양 역시 현재 장기적으로 돌봐줄 만한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할아버지‧할머니와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으며, 친모와도 세 살때 헤어진 뒤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것. 친모에 대해선 김양 또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현재 아동보호 쉼터에서 지내고 있는 김양으로서는 향후 아동복지시설 등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외도 다수의 학대 피해 아이들이 학대 혐의에 따라 친부모의 친권이 소멸됐거나 그렇게 될 예정이나, 그로 인해 미성년자 나이에 보호자가 없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학대 피해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만큼 학대 피해 아이들이 추가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한 정책적인 제도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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