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모르는 군대이야기가 있어도 남자가 모르는 군대이야기도 있을까?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영화는 1987년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고동락이란 말이 왜 있던가. 같은 고생을 했던 사람이라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공감이 있기 마련이다. 여자는 물론 남자에게도 낯선 군대이야기. 영화 <육방>은 이렇게 시작한다.

전직 사진기자 출신에 고문의 후유증으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아버지. 그 바람에 미국으로 떠나버린 어머니. 멀쩡한 23살 '낙만'은 순식간에 집안이 콩가루가 난 것을 목도해야 했다. 하지만 특수한 가정환경은 꼭 나쁜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6시에 칼 퇴근하는 6개월 방위, 일명 신의 아들 '육방'으로 입대했기 때문이다.

헌병대에 배치된 '낙만'. 군생활하면 3년 간의 빡센 훈련에 살얼음 같은 내무 생활. 이를 모두 회피할 수 있는데다가 군생활도 6분의 1로 떨어진다면야 그 기분을 어디에 비할까. 하지만 사람사는 곳에서 남보다 월등히 편한 사람은 미움을 받기 마련이다.

이발병으로 보직이 잡힌 '낙만'이지만 고참들은 그에게 사진 찍기, 바둑 두기, 변소 청소, 거기에 헌병 대신 영창근무까지 온갖 근무를 떠넘긴다. 말그대로 잡병으로 취급 당하던 '낙만'의 바람은 오직 하나. 이 '육방' 생활을 마무리하고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떠나고 싶지만 세상만사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다.

자신을 눈엣가시라 생각하는 중대장의 딴지와 시시콜콜 군대의 온갖 일을 시키는 선임병들의 횡포가 시시각각 '낙만'의 군생활을 위협해 오기 때문. 6개월 방위 '낙만'의 파란만장한 병영생활과 그 보다 더 파란만장한 1987년 그 시절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 <미운오리새끼>.

영화 <미운오리새끼>에서 보여지는 리얼리티는 감독이 곽병택이기 때문이다.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영화 <친구>. 영화의 내용이 실화로 알려지면서 더욱 뜨거운 화제를 불러 모았던 곽경택 감독은 또다시 본인의 실제 체험에서 <미운 오리 새끼>를 뽑아 냈다.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20대 시절을 담은 단편 영화 <영창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장편 영화 <미운 오리 새끼>.

"(자신과 같은 처지라면) 특별한 1%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자신을 미운 오리 새끼로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특히 군대에 갓 들어간 군인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나 또한 그 시절에는 오늘날의 나를 생각하지 못한 미운 오리 새끼라고 생각한다"라며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자신의 연출 의도를 밝힌 곽경택 감독.

영화 <친구>가 흥행했던 것처럼, 이번 <미운 오리 새끼> 또한 완벽한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에서 오는 웃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준구, 오달수, 조지환 출연, 곽경택 감독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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