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들이 우리사회 일원으로 동화(同化)되는 것은 통일시대를 대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현재 남한에 거주 중인 상당수 탈북민, 그 중에서도 여성들의 경우 전문적인 직업을 갖기보다 제조업체와 식당 등에서 단순노무 및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 또한 갈수록 커져만 가는 모습이다.

남북하나재단에서 2014년 개최한 탈북민 남한 정착 성과 보고회.

2016년 들어 남북관계는 북한의 핵실험 강행 등으로 긴장관계가 이어지고 있으나 한편에선 통일시대 준비를 위한 노력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외교부에서는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북한 도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도 북한 체제의 변화를 유도,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통일시대를 열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각계에서도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진행 중인데 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인 탈북민들의 안정적인 남한사회 정착이다. 향후 이들이 통일시대 전도사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여성소비자신문>은 탈북민 그 중에서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탈북여성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잘 적응해 가고 있는지를 남북하나재단에서 발표하는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살펴봤다.

탈북 이유는 ‘배고픔’

남북하나재단은 탈북민들의 남한 정착을 돕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지난 2011년부터 매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자료는 지난 2014년 12월에 나온 것으로 당시 조사에는 남한에 거주 중인 탈북민 2만 7500여명 중 1만 2777명(55.2%)이 참여했다.

당시 조사 응답자 중에는 여성이 9538명(74.6%)에 달했는데, 이에 대해 재단 측은 “2010년 이후 탈북민 수가 급증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탈북민 중 여성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남쪽을 찾은 가장 큰 이유로는 ‘식량부족과 경제적 어려움’(47.6%) 및 ‘자유를 찾아서’(32.2%)가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탈북여성만 따로 놓고 보면 ‘식량부족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탈북한 사례는 52.3%였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24.9%)를 탈북이유로 고른 여성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탈북여성 중 77.2%가 경제적 이유로 남한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탈북남성들의 경우 24.4%가 ‘북한체제가 싫어서’를 탈북 이유로 꼽았는데, 여성 중 이 같은 이유로 탈북 했다는 대답은 16.5%에 불과했다.

북한 체제의 경제적 위기감이 높아진 2010년 이후 국경선 인근 여성 탈북민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최근의 언론보도와 상응하는 조사결과다.

다만 황해도 해주 출신의 이가연 통일교육 전문강사는 탈북민들의 탈북이유에 대해 다소 다른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탈북여성 수가 2010년 이후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김정은 체제가 자리잡은 2015년 이후로는 다시 소푹 감소한 것으로 안다”며 “과거에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탈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요근래 들어서는 한류의 영향으로 남한을 찾는 탈북민들도 상당하다”고 답했다.

북한 내 여성인권에 대해 말하고 있는 탈북여성.

중학교 이상 졸업자 과반 이상

탈북민들의 재북 당시 최종 학력을 살펴보면 의무교육이 실시되는 중학교(남한의 고등학교 과정)까지 학업 이수자가 61.3%로 가장 많았다.

탈북 남성과 여성의 최종 학력에서는 다소 차이가 보였다. 여성의 경우 중학교 졸업자가 64.9%로 50.4%인 남성들보다 비중이 높았으나, 대학교 이상 졸업자 비중은 남성(12.9%)이 여성(6.5%)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이어 탈북민들의 재북 시절 직업을 살펴보면 남녀 공통으로 노동자(34.5%) 출신이 가장 많았고 이어 학생(16.5%), 사무원(7.2%), 농장원(7.0%) 순이었다. 군인이 많은 북한 사회 특성상 군인 출신 탈북민도 4.8%나 됐다.

여성으로만 국한해 살펴봐도 노동자 출신이 35.6%로 가장 많았으며 학생(14.2%) 사무원(7.6%), 농장원(8.2%) 순이었다.

재북 시절 직업에 있어 남녀 차이로는 남성 중 군인(11.5%) 및 관리직(3.8%) 출신이 여성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 정도였다. 여자 중 군인 출신은 2.6%였다.

탈북민 가운데 남한으로 들어오기 전 제3국 거주 경험이 있는지와 그곳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도 확인됐는데, 이를 살펴보면 남성(49.4%)에 비해 여성(75%)의 제3국 거주 경험이 훨씬 높았다. 또 제3국 거주시 탈북여성들의 주요 직업은 ‘무직이거나 주부’(29.7%) 및 ‘식당일’(19.5%)이었다.

북한에서 남성 대졸자가 여성에 비해 많은 이유에 대해 이 강사는 “남자의 경우 군대와 대학을 나와야 그나마 좋은 직장을 구할수 있다보니 자연스레 전문대학이라도 보내려고 한다”며 “반면 여성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중학교 졸업 후 산업시설에 바로 취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남성의 경우 제3국에서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다 보니 바로 남한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 여성은 뭐라도 할 수 있다 보니 제3국 체류 경험 등이 많다”고 답했다.

제조업 및 숙박‧음식점업 종사자가 많아

주목해 볼 부분은 힘겹게 남한을 찾은 탈북민들이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직업 갖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탈북민들이 현재 남한에서 종사하는 직업을 산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종사자가 31.1%로 가장 많았으며,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가 16.2%로 그 뒤를 이었다. 여성으로만 한정해 보면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 비중은 21.6%까지 올라갔다.

또 탈북여성 중 9.4%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남성의 해당업종 종사자 비중은 2.2%였다. 이와 달리 탈북남성 중 20.5%가 근무하는 건설 및 운수업에 있어 여성의 비중은 2.0%였다.

이를 일반국민들과 비교해 살펴보면 제조업 종사자 비중이 높은 것은 유사하나 집중도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일반국민의 제조업 종사 비율은 16.8%였다. 탈북여성이 주로 많이 근무하는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 비중에 있어서도 일반국민은 8.2%에 그쳤다.

이어 직업유형으로 탈북민 직업을 살펴보면 단순노무 종사자가 32.6%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서비스 종사자(23.1%)였다. 그 뒤를 기능원 및 관련 기능종사자(12.2%) 사무종사자(8.3%) 관리자(6.7%) 등이 이엇다.

여성만 놓고 보면 단순노무 종사자(30.4%)와 서비스 종사자(28.9%)가 거의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고, 사무종사자(10.4%) 기능원 및 관련기능종사자(8.2%) 관리자(5.9%) 등이 다음이었다. 남성에 비해 기능직 근로자 및 관리자 비중이 적고 서비스 및 사무직 종사자가 많은 것.

이를 다시 일반국민들과 비교해 보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비중이었다. 일반국민의 경우 19.9%가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였으나, 탈북민들의 경우 6.0%에 불과했던 것. 탈북여성으로만 놓고 보면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비중은 5.3%로 더 낮아진다.

채신아 통일부 통일교육원 통일전문강사는 탈북민들의 직업 선택 어려움에 대해 “언어를 시작으로 처음부터 다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며 “지인 중 북한에서 디자인 일을 했던 이가 있는데 남한에서 같은 일을 하려고 하니 수준도 다를뿐더러 쓰는 말도 달라 결국 포기했다”고 밝혔다.

탈북민 출신 채신아 통일교육 강사.

북한에선 중하류, 남한에서 하류라는 인식 커

탈북민들의 남한사회 정착이 수월하지 않다는 점은 이들이 받고 있는 월 평균 임금 및 근로시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2014년 12월 기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탈북민들의 월평균 임금은 145만원이었으며, 근로시간은 주당 48.2시간이었다. 남한 평균 월 임금이 223만원, 근로시간이 44시간인 점과 큰 차이를 보인 것.

탈북여성의 상황은 더욱 안좋다. 탈북남성의 월 평균 임금이 180만원인데 비해 여성의 월 임금은 130만원으로 월 50만원 정도의 격차를 보인 것. 다만 근로시간에 있어서는 탈북남성이 50.8시간으로 47.1시간을 근무하는 여성에 비해 3시간가량 더 길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한 생활에 있어 탈북민들이 느끼는 생활수준의 격차 또한 북한시절보다 큰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 조사 당시 재북 시절 본인의 생활수준을 상류층이라 밝힌 이는 12.7%, 중간층 36.6%, 하류층 50.5%였다. 탈북여성만 높고봐도 상류층 11.8%, 중간층 36.0%, 하류층 52.0%였다.

그러나 현재 남한에서 자신의 생활수준이 상류층이라 밝힌 탈북민은 3.3%로 크게 줄었고 중간층이라 답한 이 또한 23.1%로 하락했다. 대신 하류층이라는 대답은 73.2%로 늘었다. 탈북여성만 놓고 봐도 상류층 3.3%, 중간층 23.7%, 하류층 72.6%였다. 우리 사회 빈부격차를 탈북민 역시 그대로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남한생활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67.6%가 남한생활에 대해 매우 만족 또는 만족이라 답한 것으로 불만족이라는 답변은 3.4%에 불과했다. 탈북여성이 느끼는 불만족 수치는 더 낮아 조사대상자 중 69.5%가 만족을 택했고 2.6%만이 불만족하다고 응답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남한생활에 있어 불만족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과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 편견’ 그리고 ‘나의 능력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격차’ 및 ‘남한 사회문화 적응의 어려움’ 등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조사에서는 탈북여성이 남성들에 비해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불만족 수치가 더 높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 강사는 “기대를 안고 남한에 넘어왔지만 아무래도 모두 못사는 북한에 비해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구조같다”며 “더 아쉬운게 있다면 남한에서도 잘사는 북한 사람이 사실 북한에서도 집권층의 대우를 받고 살던 사람들이란 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혜가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탈북민들이 남한사회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나 회사에서 다소의 특혜 정책을 수립해 주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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