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육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백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요.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2015년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백세인생’이라는 제목의 가요 중 일부이다. 20대부터 80대 이상의 고령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국민가요가 되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같은 단순하고도 감칠맛 나는 멜로디의 중독성과 패러디하기 좋은 가사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늘어나는 기대수명 만큼 누구나 걱정 없이 건강한 노후를 백세까지도 즐기고 싶다는 소망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노약해져 가는데 자식 키우느라 많이 모아 놓지도 못한 돈 마져도 잦은 병 치례로 의사와 나누어 가져야 하며 사회적으로는 따돌림 속에 오래 산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자괴감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백세인생’을 열창하게 만드는 것 같다.

건강관리 잘하고 노후대책 잘 세워서 하나뿐인 나의 인생을 좀 더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살다 가고 싶다는 염원이다.

모두 다 건강하고 활기 있는 노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면 ‘백세인생’의 노래가 이처럼 인기 있는 가요가 되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성인들이 건강에 자신이 없다는 것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잘 나타나고 있다.

작년에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우리나라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2명 중 1명은 당뇨, 고혈압, 비만, 고콜레스테롤혈증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 만성질환들은 결국 훗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소위 말하는 ‘선행질환’이다. 선행질환 보유율을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높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보유율이 높아진다.

즉, 60대의 선행질환 보유율이 74.2%에 달하고 70대에는 77.5%에 이른다. 물론 흡연, 높은 음주량, 운동부족, 부적절한 영양섭취 등과 같은 건강관리에 소홀한 사람은 건강생활 습관 소유자에 비해 선행질환 유병률이 2배나 높다.

그래서 인지 스스로 건강이 좋다고 여기는 성인은 3명중 1명인 32.4%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세계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즉, 우리나라 성인들은 외국인들에 비해 자기 건강에 대해 자신감이 매우 낮음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한데서 오는 좌절과 포기로 노인들의 자살율이 높아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인구 십만명 당 82명의 자살율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14.5명, 일본의 17.9명에 비해 5~6배 높은 숫자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연구소나 학자들이 내놓은 장수를 위한 처방, 소위 말하는 ‘장수비결’을 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있다.

즉 적절한 영양섭취, 적절한 운동, 그리고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라는 세 가지 건강습관이 그것이다. ‘인생의 99%는 습관의 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는 것도 건강습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이 세 가지 건강습관들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을까?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나타난 바와 같이 높은 선행질환 수치는 적절하지 못한 영양섭취의 결과다.

열량과 염분이 높은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만 그 외의 영양소 즉, 단백질, 광물질 및 비타민 함량이 높은 음식은 적게 먹는 식습관의 결과이다.

우리나라 영양학자들의 논문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령층의 영양상태가 예상보다는 훨씬 열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65세 이상 노인의 1/3 이상은 소금 섭취량을 제하고는 영양소섭취량이 영양소 권장량의 75%에도 못 미친다.

특히 칼슘, 비타민A, 리보플라빈의 섭취수준은 권장량의 75% 미만의 영양불량 상태이다.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들의 영양상태는 더욱 열악하다.

뼈의 구성분이 되는 칼슘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골다공증과 같은 골격관련 질병으로 고생하는 성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비타민A와 리보플라빈과 같은 면역영양소의 섭취가 충분하지 않으니 면역력저하에 따른 질병 감염율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적절한 운동 또한 무병장수에 꼭 필요한 요건이다. 우리나라 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운동과 같은 건강생활을 실천하는 성인 남성은 13.3% 그리고 여성은 2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1994년 대학입시에서 체력장이 사라진 뒤 학교에서 땀 흘려 운동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여학생이 무려 70%라고 한다.

노인들의 사망 원인 가운데 심장과 뇌의 혈관장애가 3명중 1명이다. 심혈관계 질병 예방의 최고는 단연 적절한 운동이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일주일에 3회씩 20분간 걷거나 자전거 타기 등 운동을 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29%나 감소하였고,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은 31%나 낮게 나타났다.

운동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은 물론 근력, 사고력,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엔돌핀 분비를 증가 시키고 수면에 도움이 되어 스트레스 해소와 우울증 예방으로 삶의 질이 향상된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운동은 우리의 몸속에 면역력을 높여서 질병예방에도 꼭 필요한 건강 습관이다.

즉 평생 운동의 개념으로 규칙적이고 꾸준히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수명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더없이 중요하다.

이밖에도 무병장수를 위해서 매일 매일 실천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지만 최소한도 적절한 영양섭취와 적절한 운동에서 얻어지는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주도적인 태도는 어떤 것보다 중요하기에 꾸준히 지켜나가야 할 생활습관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건강생활습관으로 당당한 노후를 즐길 때 ‘백세인생’에 열광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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