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공급자들은 한결같이 ‘소비자는 왕’이라고 외친다. 소비자도 상품을 구매할 때는 ‘소비자는 왕’인가 하는 착각을 하지만, 막상 구매 후 소비자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는 ‘왕이 아닌 봉‘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3년전에 구입한 LG전자의 TV에 화면 아래위로 미세한 줄이 생기는 이상 현상이 생겼다. 눈에 거슬려 LG전자 A/S센터에 전화했다. 다음날 서비스 직원이 방문해 TV를 방바닥에 눕혀 놓고 메인 보드를 교체했으나 화면의 줄은 없어지지 않았다.

서비스 직원은 액정도 뜯어서 보았으나 줄은 없어지지 않았다. 자기 손으로는 어찌 할 수 없다며 휴대폰으로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서 본사로 보냈다.

그러면서 액정을 수선하거나 교체하려면 품질보증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고가의 비용이 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와이프가 ‘품질보증기간 3년은 너무 짧고, TV의 핵심부품인 액정에 이상이 있으리라는 것은 생각치도 못하는 일이다.

핵심부품에 하자가 있기 LG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했다.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며칠 후 LG전자에서 연락이 왔다.

기존 50인치보다 5인치 더 큰 55인치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겠다는 것이다. 와이프는 어린아이 처럼 좋아 하면서 역시 대기업 제품이 좋다는 말을 했다.

9년 전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거실과 안방의 욕실 양변기를 대림바스 것으로 욕심을 내어 좋은 것으로 교체해 설치했다.

몇 년 전 부터 변기가 터지는 것처럼 미세한 실선이 생기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보기에는 좋지 않았지만 기능에 지장이 없기에 그대로 사용했다.

최근 두 곳에 있는 양변기가 사용 후 물이 채워지지 않고 계속 그대로 흘러내려 한 달 수도료가 20만원이 넘게 나오기도 했다. 물공급 장치를 잠가놓고 물을 대야에 담아 부어 처리해야 하는 불편한 방식으로 사용 중이다.

대림바스에 A/S를 신청했더니, 서비스직원이 방문해서는 부속품이 고장난 것이 아니라 실선이 생겨서 물이 새는 것이기 때문에 부속품을 교체수리해도 소용없으니 변기를 교체하라는 말만하고 돌아갔다.

다시 대림바스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A/S을 신청했다. 상담직원과의 통화에서 ‘변기가 터져 미세한 금이 가는 것은 사용상의 부주의나 잘 못이거나 외부충격에 의해 실선이 가는 것이 아니라,

변기 자체를 잘 못 구워 터지는 것이니 교체해 주고 변기를 수거해 가서 원인을 분석해 다시는 이러한 제품이 안 나오도록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하라’고 했더니, 품질보증기간이 지나 ‘교체해 줄 수 없고, 필요 없다’며 일거에 거절했다.

변기가 터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비자의 잘못도 아닌 100% 제품의 하자인 중대한 소비자문제가 발생했지만 대림바스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A/S와 대화를 거부했다. 그러니까 ‘대림바스’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겪은 두 가지 소비자문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 사례에서 세계적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식차이를 극명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모든 기업들은 ‘소비자는 왕’이라고 말한다. 제품을 판매할 때는 정말 그 심정으로 물건을 팔지만, 팔고나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보험 상품을 팔 때는 판매자는 간이라도 빼어 줄 듯 소비자를 ‘왕’으로 대하다가, 팔고나서 보험금 줄 때 보험사가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이다.

일본이나 대만의 대부분 중소기업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거나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는 강소기업들이 많다. 이들은 상품의 경쟁력이나 서비스는 탁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강소기업’들이 많지 않고 찾아보기가 힘들다. 기술수준의 평준화로 기업간 상품의 품질이나 디자인은 이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기업이나 상품의 성공여부는 소비자의 마음을 ‘잡는가? 못 잡는가?’ 하는 ‘소비자 신뢰’에서 결정된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문제는 오히려 명확하게 상품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소비자와 소통하여 소비자신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렇게 해서 소비자가 만드는 상품인 프로슈머 상품이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소비자신뢰를 얻는 수단으로 여기는 기업은 성공한다.

그런 LG전자는 세계적 기업이고, 그렇지 않은 대림바스는 이름도 잘 모르는 약소기업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 때보다 A/S할 때가 ‘소비자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라는 것을 기업들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조연행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이사장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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