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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남성들의 불평등을 고발하는 영화 ‘히스테리아’
송혜란 기자 | 승인 2012.08.22 11:28

   
 
근대 남성들의 불평등한 시선과 폭력을 경쾌하게 고발하는 영화 ‘히스테리아’가 주목받고 있다.

‘히스테리아’는 더키가 개발되기 약 100년 전 자위기구가 아니라 치료기구로서 탄생했던 바이브레이터의 발명기를 그린 영화다. 치료해야 할 질병의 병명은 히스테리이며, 환자는 물론 여성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19세기의 런던이다. 급진적인 치료법을 주장하다가 늘 직장을 잃고 쫓겨나는 의사 ‘모티머’(휴 댄시)는 ‘달림플 박사’(조나단 프라이스)의 여성 전문 병원에 일자리를 얻는다. 그는 새 직장에서 손으로 회음부를 자극하는 치료법을 전수받는다. 모티머는 힘있고 현란한 손놀림으로 금세 환자들과 달림플 박사의 총애를 얻지만, 몰려드는 환자들 탓에 그만 손목에 이상이 생기고 만다. 이에 모티머는 손의 근육 노동 없이도 24시간 언제라도 강력한 모터와 함께 움직이는 히스테리아 치료기를 발명하기에 이른다.

‘바이브레이터의 탄생기’라는 측면에서 볼 때, ‘히스테리아’는 꽤 흥미롭지만 여성들의 히스테리를 ‘치료’한다는 영화 속 발상을 뒤집어보면, 그리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히스테리아’가 바이브레이터를 통해 주목하는 건, 여성들이 욕망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탓에 그러한 여성들을 환자로 치부했던 어리석은 시대다. 빈틈의 시대를 다루는 영화의 태도는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고 여유롭지만 히스테리가 심각한 여성의 경우에는 정신병동에 입원시키거나 자궁을 적출해야 한다는 당시의 발상을 듣고 있자면, 웃을 수만은 없다. 그런 점에서 ‘히스테리아’는 존재하지도 않던 날조된 병의 진단 아래 행해졌던 근대 남성들의 불평등한 시선과 폭력을 경쾌하게 고발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송혜란 기자  hrso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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