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지난 일요일 한국 장학재단에서 진행하는 차세대리더 육성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다른 두 명의 멘토와 함께 20명의 멘티들과 연합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이날은 11월까지의 1년간 공식 일정을 끝내고 뜻을 같이하는 세 명의 멘토들이 주제 제한 없이 자신의 멘티들이 묻고자 하는 질문들을 사전에 받아서 그 질문들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 되었는데, 총 50개 가까운 항목들에 대해서 마라톤 회의 형식으로 도시락을 먹으면서 4시간 넘게 질의 응답을 계속하였다.

학생들의 질문내용은 경력개발부터 미래산업의 흐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고 일요일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장시간 계속되는 가운데도 모두가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질의 응답에 참여했다.

많은 질문들 가운데 필자에게 창조경제하의 기업문화와 관련해 하나의 숙제로 다가온 문제가 있어 공유하고자 한다. 그 질문은 이러했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본인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나 정황상 그 말을 꺼내기가 힘들 때, 어떠한 방법으로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셨나요? 예를 들어, 상사가 자신의 생각에는 정말 허점이 많은 것을 추진하려 할 때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상황에 맞게, 상사의 기분을 최대한 좋게 하면서 전달하셨나요?”

학교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며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해왔던 필자였기에 유수의 기업들에서 CEO와 임원 직을 지냈던 다른 멘토들의 답변이 나름 궁금하기도 했다.

두 멘토들의 답변은, 조직에서는 팀플레이가 매우 중요하고 상사의 생각과 방향이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지내놓고 보면 내가 모르는 더 “큰 뜻”이 있으니 우선 따르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필자 역시 조직생활 초기에는 자기의 생각을 자주 주장하기 보다는 적절한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인내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였다.

조직을 운영할 때 자신의 주장을 매번 내세우며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직원들이 거슬렸던 기억도 있고 조직이 빨리,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의견, 특히 신입사원들의 생각은 거의 들을 생각도 않는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를 생각하면 옳은 답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기대하다 실망한 듯한 학생들의 표정을 보니 내심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는 과거 40여 년간 너무나 많은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고 그 성장의 주인공은 언제나 큰 역할을 하는 주체들 즉,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종업원 들보다는 임원들이었다.

그들의 강한 추진력 하에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정말 그들만이 항상 옳은 것일까?

요즘 경제 선진국의 최고 기업들이 조직을 상하 구분이 적은 유기적 조직으로 개편하고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현장 종업원들이 의견을 듣고자 노력하는 추세라는데 우리의 기업문화는 아직도 자신의 의견을 자주 피력하는 신입사원이 있다면 상사의 눈 밖에 나서 승진에서 누락되고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살아야 하는 우울한 젊은 세대들을 만들어 내고 있지는 않을까?

PC의 대중화와 휴대전화, 인터넷의 확산에 따른 디지털 혁명기 한복판에서 성장기를 보낸 30대 미만의 세대를 디지털 세대라 지칭하는데 그들은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마치 특정 언어의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해서 디지털 원주민이라고도 한다.

그들 세대가  인기 있는 디지털 장비에도 익숙하지 않은 많은 기성세대들과는 생각도 언어도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런데 기술과 경제가 초 고속으로 바뀌는 시대에 과거에 많은 것을 성취하고 경험한 상사가 항상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들이 신입사원이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가질 수 있다면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이 월등히 향상되지 않을까?

2007년 Great Place to Work Conference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Fortune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장기 수익성은 일반적인 고성과 기업을 2~3배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제 우리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가 이룬 많은 성과에 도취해 우리의 사고와 과거의 성공공식을 젊은 세대가 그대로 따르기를 바라기 보다는 그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그리고 그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맹선영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경영학과 외래교수  maeng_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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