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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안티 팬 품기...‘절반의 성공’‘보배드림’ 회원과 간담회, 시도 자체는 긍정적
박상문 기자 | 승인 2015.12.22 15:21
현대자동차

[여성소비자신문 박상문 기자] 현대자동차가 안티 팬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겠다며 진행한 '마음드림' 간담회. 초반 기대와 달리 행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나름 야심차게 준비한 현대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는 지난 14일 저녁 서울 양재동의 더케이호텔에서 '마음드림'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대차가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는 이번이 세 번째다.

특히 이 날은 초대된 100여 명 중 대부분이 ‘보배드림’ 회원이었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더 기대를 모았다. 보배드림은 국내 최대의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로 '현기차'를 '흉기차'로 부르는 현대차 안티 팬들이 대거 모여 있는 곳이다.

현대차는 사전에 보배드림 사이트 내 안내 배너를 통해 참여 신청과 질문을 받았다. 또한 질의응답 시간에는 곽진 현대차 부사장이 직접 나섰다. 현대차 경영진이 이렇게 나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곽 부사장은 "8만 명 고객을 상대로 한 음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국정감사에도 나가 봤는데, 오늘도 그만큼 떨린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대차가 이번 행사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여러모로 신경 써서 준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대와 달랐던 행사 진행, 아쉬움 남겨

간담회에서는 예상대로 참석자들의 비판적인 질문들이 다뤄졌다. 사전에 선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박병일 명장 고소 건과 관련해 사과할 의향이 없는가”, “한국에서는 어차피 잘 팔리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인가” 등 어느 하나 만만한 질문이 없었다.

현대차가 굳이 안티 팬들을 초청한 이유는 고객의 비판에 귀를 닫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전의 행사들이 일반 고객들에게 현대차의 우수성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엔 안티 팬의 의견까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행사 후 아쉬움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행사 장소와 날짜, 시간이 고객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 평일 저녁인데다 행사 전날 통보된 장소가 하필 서울 내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대와 달리 현대차와 참가자 간의 토론 자리가 마련됐다기보다 사측이 미리 준비한 영상물과 답변만 제시하는, 소위 ‘선생질’만 이뤄졌다는 것이다.

현대차도 난감...기획 단계부터 통(通)하지 못했다

이런 지적에 현대차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날짜는 사전에 공지된 것이었다”고 밝히며 “장소 선정도 모든 사람들의 상황을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참가자의 거주지역도, 직업도 다 다르기에 그보다는 행사 일정과 동선을 고려해 장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간담회 이후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둘러보는 일정이 있었고 본사 근처로 위치를 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 날짜와 장소에 만족한 참가자도 있었다. 일부의 불만 의견이 전체인 양 알려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리고 사실 현대차가 기획한 판 자체가 보배드림 회원들이 기대하던 바를 충족시켜 줄 수가 없는 것이기도 했다.

100명을 모아놓고 활발한 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탁월한 진행자가 있다할지라도 난장판이 되기 십상이고, 그만큼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어렵다.

참석자 선정 방식만 봐도 현대차가 그 간담회에서 당장 적용할만한 전문적 의견을 받을 것을 기대한 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배드림에서 기술적, 전문적 역량을 드러냈던 사람들을 선별한 것도 아니었고, 따라서 애초에 토론을 통해 기술적 문제 제기와 이에 따른 해결책 모색이 이뤄지는 건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진행 방식이나 참가자의 한계뿐만이 아니라 질문 내용 자체만 봐도 불가능한건 마찬가지다. 고객 입장에서 “국내 가격이 높다”, “차에 결함이 있다” 등 그간의 서비스, 품질 상 불만을 제기했을 때 회사가 당장 해줄 수 있는 건 해명이나 사과 정도다. 즉각적으로 가격을 낮추거나 완벽한 차로 바꿔주지 못하는 이상 말이다.

결국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의 진행 방식은 현대차가 진행한대로 보배드림에서 주로 제기됐던 대표적 질문들에 사과, 해명하고 개선 의지를 보이는 정도였다.

선전용, 형식적 만남? 아직 평가는 이르다

처음부터 행사의 성격을 분명하게 할 필요는 있었다. 고객들의, 더구나 안티 팬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구호만 놓고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번 행사는 사측의 기획 의도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아 참가자로 하여금 괜한 기대를 불러일으켜 실망을 낳게 된 꼴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안티 팬과 실질적 관계 개선을 원했다면 차라리 피해를 본 고객을 초청해 공개적으로 보상이나 사과가 이뤄지는 자리를 준비하는 것이 나을 뻔 했다. 그간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현대차의 태도로 인해 비판 여론이 더 가중되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이번 행사는 현대차와 안티 팬 간의 ‘화해의 장’ 정도로 보인다. “안티들도 끌어안았다는 선전용”이고 “형식적 만남”이라는 말들은 일견 맞는 평가지만, 그것이 비난받을 건 또 아니다.

간담회에서 곽 부사장은 현대차를 대표해 “우리는 쓴소리를 하는 고객을 안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른 말씀을 해 주는 소중한 조언자라고 생각하고 업무를 추진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어쨌든 그간의 고집스러운 방침을 바꾸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 변화이고 높게 평가할만하다. 그리고 이것이 발전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아직 진통 중인 현대차, 그 노력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국내 고객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제대로 잡았다. 얼마나 달라질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현대차 안티, 유난히 많은 이유...결함보다 해결방식이 더 문제

지난여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일명 ‘개타페’ 사건. 한 산타페 차주가 시동을 끄면 들리는 ‘개 짖는 소리’를 녹화해 유투브에 올렸고 그 동영상은 순식간에 퍼졌다. 또한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산타페 차주들의 동영상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사건은 더 커졌다.

이에 누리꾼들은 “현대차가 이제 개를 팔고 있다”며 “옵션계의 신기원을 열었다”, “그나마 성견이 아니라 다행이다”라고 조소했다.

산타페는 이미 2013년 누수 현상으로 ‘수타페’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산타페뿐만 아니라 기아차의 쏘렌토에서는 기름이 새는 현상으로 ‘유렌토’라는 별명이 붙었고, 아반떼에서도 물이 새는 현상으로 ‘달리는 수족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현대차는 그간 제품 결함에 대한 지적에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해왔다.

지난 ‘개타페’ 사건에서도 “항의를 했더니 ‘원래 엔진 소리가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는 해당 차주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더구나 현대차 관계자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는 듣기 힘든 소리인데 민감한 소비자에게는 거슬렸던 것 같다”며 “차량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간 현대차가 유난히 ‘안티’에 시달린 이유는 제품 결함뿐만이 아니라 이런 소극적·폐쇄적 대응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보배드림을 비롯한 현대차 관련 기사 및 게시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비판도 대부분 현대차의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고객들의 비판에 대해 귀를 닫고있다는 이미지는 현대차의 신뢰도 하락과 내수 시장 점유율 및 판매량 감소를 불러왔다. 이에 현대차는 고객과 소통 부족이 원인이라고 판단, 국내영업본부에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마음드림' 행사도 그 일환이다.

박상문 기자  msp2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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