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화 소민합동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지난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며 각 분야 전문가를 최고위원직에 전격 발탁했고, 그 중 한 명이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장과 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삼화 소민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였다.

당시 새정치연합에서 밝힌 김 변호사의 선임배경은 “가사법 분야에 있어 그 전문성 및 여성인권 신장과 남녀평등‧부부평등에 크게 공헌했다”는 점이다.

<여성소비자신문>은 우리 시대 대표 여성 변호사인 그를 만나 여성 법조인으로서 애환 및 그의 전문분야이자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새로운 이혼 풍토 그리고 정치권 참여 배경 등에 대해 들어봤다.

-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당시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지금보다 훨씬 원활하지 못하던 시절로 여성의 법조계 진출은 더욱 드물었다. 왜 법조인의 길로 들어선 것인가?

“30년 전 사시에 합격하고도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특별히 법조계 진출을 목표로 대학에 간 것은 아니다. 대학교수도 하고 싶었고 행정학과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행정고시도 생각했다. 그러다가 당시 행정고시에 비해 공부할 분량도 많고 어려울 수는 있어도 이왕이면 자유롭게 전문적인 영역을 개척하여 평생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됐다.

특히 고시공부를 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조언도 컸다. 아버지께선 늘 ‘여자도 남자처럼 똑같이 대우받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당시 나는 다른 부모님도 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줄 알았다. 제가 2남 4녀 중 첫짼데, 당시의 부모님 세대에 비해서는 아버지가 무척 선각자셨다고 생각한다.”

- 1988년 사법연수원 졸업 후 변호사를 택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법조계 자체가 남성 중심 사회였는데 텃세는 없었나?

“연수원을 졸업할 당시 자유롭게 내 영역을 갖고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변호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변호사를 하면서 여성이라고 하여 특별히 텃세를 느끼진 않았다. 다만 지금처럼 여성 법조인이 많지 않다 보니 그로 인해 작은 오해들이 생기곤 했다. 법원에 가면 변호사석이 있는데 그때 정리(법정경위)가 ‘여기는 변호사석이다, 앉으면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 변호사가 많지 않다 보니 발생한 에피소드다. 여성 변호사 자체를 의아한 눈빛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 변호사로서는 가사법 전문가로서 활약이 눈에 띈다. 이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분야에 대한 관심보다 당시에는 희소한 여성 변호사란 특이점 때문에 가사 사건을 상대적으로 많이 맡게 됐다. 특히 어려움을 당한 여성들의 하소연을 많이 들었다. 처음 변호사를 시작할 때 황산성 변호사와 함께 했다. 이분이 우리나라 여성 법조인 2호인데 국회의원도 하시고 환경부 장관도 하셨던 분이다. 이분과 함께 일하며 자연스레 이혼사건을 자주 접하게 됐다.

1990년 단독으로 개업하고 난 뒤로도 이혼사건과 관련해서는 여성변호사를 선호하는 여성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그쪽 일을 많이 하게 됐다. 이건 나와 비슷한 시기에 법조계에 뛰어든 여타 여성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또한 사건을 많이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전문성도 가지게 됐다고 본다.”

- 가사법을 주로 다루며 최근 이슈가 된 파탄주의 도입에 대해서도 상당히 눈에 띄는 발언을 했다. 즉각적인 파탄주의 도입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는데 그 이유는?

“파탄주의를 전면적으로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파탄주의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유책주의가 되다 보니 어느 한 쪽이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이혼을 원하는 배우자는 상대방의 잘못으로 이혼을 해야 하는 이유, 즉 혼인파탄사유를 자세히 주장,입증을 해야 하고, 상대방은 이혼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유지될 수 있는 가정마저 무너질 수도 있다.

다만 파탄주의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게 될 경우 축출이혼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대책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재산을 빼돌린 상태에서 ‘너와 나는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으니 이혼해야 돼’라고 하면 파탄주의에 의하면 이혼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의 축출이혼을 허용해선 안 되기에 파탄주의의 점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이다.”

- 파탄주의 실시가 이혼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진 않겠는가?

“파탄주의가 폭넓게 허용되면 과거와 비교하여 이를 악용하여 이혼청구가 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혼을 하려는 부부는 사실상 이미 가정이 파탄된 경우가 많다. 아직 파탄이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한번 돌아선 사람들이 다시 회복하여 이전처럼 화목하게 살기는 매우 어렵다. 법적으로만 부부지 실질적으론 부부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파탄주의가 반드시 이혼을 부추긴다고 단정하기는 무리라고 본다. 다만 축출이혼 등 피해를 당하는 배우자에 대한 보호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

- 파탄주의 적용이 가부장적 가치관을 가진 일부 남성에 의해 악용될 수 있진 않나?

“최근 이혼하는 여성들의 사례를 비춰보면 전적으로 여성에게만 불리하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아직 우리 사회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완전하게 남녀평등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특히 윗 세대로 갈수록 그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탄주의의 전면적인 시행은 여성보호 차원에서 시기상조라고 본다.”

- 궁극적으로 이혼율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

“결혼생활을 하는데 있어 부부는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은 물론 법적으로 부여된 부부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젊은 사람들의 경우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다소 부족한 경우도 보인다.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이 적어졌다. 이런 세태가 결혼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과거 같으면 이혼할 사유가 아닌데도 이해하지 못하고 이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결혼생활의 유지를 위해서는 성품 및 소통이 중요하다. 이혼을 진행 중인 부부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나랑 있을 때는 소통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부부 둘이서만 이야기하면 소통이 안 되고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 일각에선 여성의 성정체성을 높이는 페미니즘 확산이 이혼에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어떤 책에서 이혼율이 높아지면 여성의 행복추구권이 높아지는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과거에는 고통으로 속이 썩어 문드러져도 참고 살았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결혼생활이 행복할지는 의문이다. 이런 가부장적 사회분위기가 이혼율을 줄이는데 도움이 됐다면 그건 어느 한 쪽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본다. 지금은 젊은 남성들 또한 과거의 아버지 세대와는 다르다.”

- 외부 활동 중 여성변호사회 활동이 돋보인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7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여성변호사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인가.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처음에는 여성 변호사가 별로 없다 보니 법조계 여성 전체가 같이 모였다. 그러다가 그 수가 조금 늘어 1991년부터 여성변호사만 따로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목모임 형태였는데 여성 변호사가 점점 늘어나 이 상태로 가면 안 되겠다 싶어 체계화를 진행했다. 현재 대법관으로 있는 박보영 변호사가 회장을 하던 시절 내가 수석부회장을 맡았는데 당시 정관을 정비하고 상임이사제 등을 신설하였다. 그 후 내가 회장을 맡게 되며 여성전문가단체로서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 사단법인으로 만들고 대한변호사협회에 건의해 여성변호사 몫의 부협회장직을 신설하고, 상임이사 중 일부를 여성변호사로 선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여자의사회 등 외부 여성전문가단체와도 교류를 시작하였다. 현재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여성 변호사간의 친목 및 회원들의 권익 보호 등을 위해 노력 중이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장 및 가사법 개정안 참여 등의 활동도 눈에 띈다. 이 쪽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991년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설립됐는데 여성 법조인이 많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자문위원을 맡게 되었고 그렇게 인연을 맺어 이사장까지 하게 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전문가로서 운영 및 법률적 지원 등을 주로 해왔다.

또 이혼소송 등을 주로 다루다 보니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까지 맡게 됐고, 법무부에서 추진한 가족법 개정작업에도 몇차례 참여하게 된 것이다”

- 가사소송법 전면개정에 참여하며 입증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정치권과도 관계가 깊어졌다. 정치참여를 결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안철수 대표측에서 함께 하자는 요청이 와서 한 달 반 정도 고민했다. 그 전에도 여성 변호사란 희소성과 전문성 덕분에 정치참여 요청이 몇 번 있었으나 정치를 하는 것이 맞는지 하는 생각과 아직은 내 전문적인 영역에서 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양해 왔다.

그러다가 안 대표측의 최고위원으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엄청 많이 고민했는데, 내 선택이 후배들의 자연스런 정치입문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과, 아울러 그동안 변호사로 일하며 느꼈던 입법의 중요성과 그동안 내가 전문가로서 해온 일들이 정치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수락했다. 내 나름대로 전문성을 발휘해 여성을 위한 입법이나 소수자를 위한 입법 등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최고위원 활동이 오래 가지 못했다. 이후 새정치연합 윤리위원을 맡기도 했는데 현재 정치 참여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최고위원으로 네 달 정도 일했다. 정당의 최고위원이 어떤 자리인지도 잘 알지 못하던 상황 속에서 짧은 기간 압축적으로 많은 경험을 했다. 그리고 정치에 대해 조금 알게 됐다. 윤리위원의 경우 선배의 부탁을 받고 수락한 자리이고 현재는 사퇴를 하였다. 현실 정치 참여는 깊이 고민하고 있다.”

- 변호사 사무실 이름이 ‘소민’이다 무슨 뜻인가? 그리고 향후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소민은 바탕 소에 백성 민자로 ‘백성들을 부른다’는 의미다. 사무실 개업을 하며 추천받은 이름이다.

젊어서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나이가 드니 나와 가족의 건강과 행복 등 작은 소망이 우선하게 되더라. 물론 이건 누구나 원하는 소망이겠지만... 그리고 지금까지 일하며 얻은 전문성을 발휘해 우리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것이 정치가 될 수도 있고, 사회활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삼화 변호사 약력 1962년: 충남 보령 출생 1984년: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 합격 2000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장 2001년: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2008년: 법무부 여성정책심의위원회 위원 2004년, 2010년: 가족법 개정위원회 위원 2011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2013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김영 기자  ky@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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