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 그리고 지금의 삼성을 견인한 삼성전자. 특히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의 스마트폰은 과거의, 그리고 지금의 삼성의 위상을 세운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삼성도 망할 수 있다. 노키아나 소니 같은 불과 수 년 전 삼성보다 잘나갔던 기업들이 그랬듯 위기는 삼성에게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더구나 현재 삼성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스마트폰 산업은 후발업체인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5년 앞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 삼성 스마트폰 산업의 세계적 우위와 이익이 높으면 높을수록, 즉 의존도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그만큼 삼성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윤식 뉴욕주립대 미래경영연구소장은 "삼성전자의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며 "삼성전자, 그 중에서 특히 스마트폰 사업은 이대로 가면 위기"라고 말한다.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최 소장은 삼성이 현재 갖고 있는 ‘틀’이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데 있다고 설명한다.

한 마디로 앞으로 아무리 잘 만들고 발전시켜도 중국의 추격은 따돌리기 힘들고,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에서 더 이상 주력상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전과 스마트폰은 세계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지 오래고, 중국은 이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또한 아무리 군대조직을 창조적으로 혁신해도 군대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듯이 원인 자체가 기존의 틀 곧 사람의 문제, 조직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 또한 쉽지 않다.

최 소장은 다소 급진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를 아예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팔고 싶어도 사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 팬택 등 과거 기업의 사례들을 참고했을 때, 스마트폰 사업 역시 5년만 지나도 살 업체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 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 있을 때 '빨리' 팔라고 권고한다.

그리고 그 돈으로 미래 신 성장 산업, 곧 자동차 및 바이오, 생명, 나노 신소재, 특허기반 산업 등에 투자하라고 제안한다. 특히 최 소장이 주목한 스마트카 산업은 제조·소재·통신·에너지 산업 전 영역을 아우르는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다.

최근 스마트카 시대가 도래하면서 IT와 자동차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세계적 자동차회사와 IT기업들이 속속 미래 자동차사업의 성장성을 주목하며 뛰어들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이미 무인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를 놓고 경쟁하고 있고,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등도 자동차 제작에 첨단 IT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조직개편을 실시하면서 ‘전장사업팀’을 새로 신설했다. 자동차 산업에서 ‘전장’이란 전기장치의 준말로 자동차 구동을 위해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모든 부품을 말한다. 등화장치, 배터리, 발전기, 와이어링, 전자부품, 컴퓨터, IT 제품 등 수많은 부품이 이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은 기존의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활용해 전장부품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SDI를 통해 타 자동차회사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은 이번 사업에 기존의 스마트폰·디스플레이·배터리 등의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두뇌격인 반도체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번 개편을 통해 당분간은 단기에 성과를 볼 수 있는 부품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되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분야로 영역을 점차 확대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관계자는 “단기간 내 전장사업 역량을 확보하는게 목표”라며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간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번 전장사업을 발판으로 향후 자동차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삼성에게 자동차 사업은 15년 전 이건희 회장이 삼성자동차를 세워 도전했지만 실패했던 분야로 낯선 것이 아니다. 그 분야를 스마트카 시대를 맞은 지금,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그간 IT기업 뿐 아니라 도요타·GM·폴크스바겐·포드 등의 자동차기업 CEO들과도 꾸준한 만남을 이어오며 두루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지주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로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이와 같은 행보가 이 부회장이 스마트카 사업 및 삼성그룹의 새로운 활로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윤식 소장은 “기술의 융·복합이 이뤄지면서 세계의 변화 속도가 2~3배 더 빨라질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도 전기차나 무인차를 10년 후 미래로 보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우리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3D프린터, 무인자동차, 전기자동차 등의 이슈에 보다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불어 “산업에서 부가가치를 만드는 데는 ‘시장선점, 기술혁신, 판타지 혁신, 원가혁신, 프리미엄 세일’의 5단계를 거치는 만큼 올해와 내년이 시장 선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 융·복합적인 경계를 뛰어넘는 사고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리더다. 삼성이 스마트폰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는 지금이 이 부회장에게는 어쩌면 기회의 시간이다. 이 부회장이 ‘자기사업’으로 꺼내든 전장사업 혹은 나아가 스마트카 사업에서 성공할 경우 그간 따라다녔던 삼성그룹 후계자로서의 자질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화를 준비하는 삼성, 그리고 그런 삼성전자를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 이 부회장이 이번 기회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확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상문 기자  msp2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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