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경제성장과 급속한 산업화를 지나 정보화, 세계화의 물결 속에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부모의 자녀 교육과 사랑에 대한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도를 넘어설 정도의 학력제일주의로 대학 입학만이 너무 강조되고 있다.

아이가 학교 문턱을 넘어서기만 하면 ‘공부한다’는 것이 만병통치약으로 통하고, 공부만 잘하면 마치 왕처럼 떠받들어지고 착한 아이(?)로 평가받기도 한다. 영어를 잘 해야 출세한다, 영어를 못하면 평생 외국인 만날 기회가 없는 일자리도 얻기 힘든 세상이니 유학을 가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져 2000년대 들어 조기 유학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조기 유학생 수가 정점을 찍었던 2006학년도와 비교하면 현재는 3분의 1가까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아직도 50만명 가까운 ‘기러기 아빠’들이 있다. 가족과 떨어져 근무하는 이른바 ‘기러리 아빠’가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아 뇌경색이 발병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8년간 아내와 자녀들 뒷바라지 하던 기러기 아빠의 이혼 청구를 법원이 받아주었다.

엄마만 동반한 조기유학의 문제들

우리 상담원에도 기러기 아빠들이 찾아와 “1년에 한 두 번이라도 아내와 아이들을 보러가려고 하면 언젠가부터 여기 올 비용 있으면 아이들 교육비로 사용하게 오지 말라고 한다”, “유학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이제 어느 정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었으니 귀국해서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해 가족이 함께 살자고 함녀 자식의 장래를 생각지 않는 아빠라며 비난한다”고 하소연한다.

또 “남편이 아이들 교육을 위해 외국에 나가 있으라고 권유해서 나간 지 5년이다. 초기에는 남편이 자주 왔는데 점점 오지 않아 아이들 데리고 한국 들어오겠다고 했더니 그곳에서 잘 적응해서 영주권을 받아라, 나도 그곳으로 들어가 함께 살겠다고 해 열심히 공부하고 아이들 교육에 전력을 다 했다. 그런데 보내주는 생활비가 자꾸 줄어들어 귀국해 보니 다른 여자와 살고 있고, 집도 팔아버려 귀국해도 살 곳이 없다. 남편은 자기가 그동안 뒷바라지 해주었으니 그곳에서 직장을 구해 아이들과 살라고 한다”고 하소연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이번에 약 13년 만에 미국을 방문했다. 미국 교포들을 위해 한국 상속법 특강을 하고 미국 한미가정상담소(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남가주지부)를 방문하고 본원 창설 발기위원이자 해외 자문위원이신 유분자 미국 소망소사이어티 대표의 팔순 축하연에 참석해 많은 교포들을 만났다.

“자녀들 조기 유학을 보낸 때는 부모가 함께 오도록 해라. 아빠는 한국에 있고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 당사자 가정은 물론이고 교포 가정에 불화를 일으키는 경우들이 있다”며 2002년 미국 방문 시와 똑같은 부탁들을 받았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영어 공부를 충분히 할 수 있게 되어 영어 공부를 위한 외국 유학 형태는 점차 줄어들고, 대신 선진국의 수준 높은 교육 환경을 따르기 위해 나가는 유학 형태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한국의 치열한 입시 경쟁을 피하기 위해 가족이 함께 외국으로 가는 현상도 점차 뚜렷해져 아빠는 한국에 있고 엄마와 자녀가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 보다 가족 전체가 공부하러 나가는 ‘기러기 가족’ 형태가 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들은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관계를 배운다. 어떻게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싸운 뒤에는 어떻게 화해하는지…. 이는 함께 살지 않고는 배울 수 없다.

부부의 화목하고 굳건한 유대관계 위에서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화목한 가정에서 부모와 많은 대화의 시간, 체험의 시간을 가진 학생이 올바르고 당당한 인간으로 자란다. 간혹 소심함과 미숙함으로 친구 또는 남 앞에서 아예 말 한마디 못하는 아이를 본다. 안쓰럽기 짝이 없지만 누구의 책임이겠는가?

화목한 가정을 가꾸는 일, 자녀와 대화하는 일, 이것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부모만이 행할 수 있는 최고의 자녀 교육일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교육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교육이다. 가정화목의 요체는 바로 부부간의 사랑이다. 가정 화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부부간에 오고가는 말 한마디, 무심코 행하는 작은 행위 하나 하나인 것이다.

자녀에게 자립심과 자생력, 남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성과 지혜, 실력, 정직함 길러 줘야

우리나라 어른들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곧잘 열심히 돈 버는 것은 다 너희에게 주기 위해서라고 노래하듯 말하곤 한다. 그 결과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 재산만 바라보고 형제간에 싸우며 허송 세월을 보내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본다.

남에게 뻬앗기지 않는 재산은 영어를 잘하고 지식이 많다고 해서 갑자기 얻어지는 게 아니다. 어릴 적 부터 부모가 함께 하며 사랑을 주고 생활을 통해 행동을 통해 물이 솜에 스며들 듯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해주었을 때만 생기는 것이다.

자녀에게 부모가 남겨 주어야 할 유산과 진정한 사랑은 남이 빼앗아 갈 수 없는 재산, 어디에서도 혼자 살아낼 수 있는 건강한 삶과 책임감, 그리고 공명정대한 공동체적 삶에 익숙한 건전한 상식과 시민의식,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 자기들이 원하면 부모가 다 해준다는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 나간다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 능력, 실력이라는 재산이다.

이를 토대로 그들이 세계를 무대로 그들이 있는 곳에 주인이 되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올바른 사랑과 교육, 모범을 자식들에게 보여 주어야 하겠다.
 
 
 

양정자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원장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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