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편의 대가로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KT&G 전 임원이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 심리로 열린 이모 전 KT&G 부사장 등 3명에 대한 배임수재 등 혐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한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변호인은 이어 "정상과 관련된 정황에 대해 일부 살펴봐야 될 부분이 있어 추가 참고자료로 밝히겠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혐의에 대해 모두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인들 사이에서 지분 구조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확인이 필요하다"며 KT&G 납품업체와 거래관계에 있는 종이수입업체 W사 대표 윤모(58·구속 기소)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전 부사장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구모 KT&G 소속 공장 생산실장과 한모 S업체 대표도 지난 4일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18일 오후 4시30분에 윤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9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KT&G 이 전 부사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공범인 KT&G 신탄진공장 생산실장 구모 씨와 담뱃갑 인쇄업체 S사 대표 한모 씨에게는 배임증재와 회삿돈 횡령 혐의를 적용, 각각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의 뒷거래는 2007년 S사가 담뱃갑 인쇄방식을 변경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사는 수출용 '에쎄' 담뱃갑의 인쇄방식을 기존의 '열접착' 방식에서 'UV(자외선) 전사' 방식으로 변경했다. 제조원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납품단가 역시 크게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에 S사 영업부장은 구 씨에게 "인쇄방식 변경을 승인하고 단가를 최대한 유지시켜주면 담뱃갑 인쇄물량 한 장당 3원 씩 쳐서 커미션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이 씨는 납품단가 인하폭을 최대한 줄여 커미션을 챙기기 시작했다.

S사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지로 수출되는 물량에 3원을 곱하는 방식으로 커미션을 충당했다. 이렇게 지급한 돈은 총 6억2700만원이다.

이모 씨는 해당 수수료를 S사 영업부장에게 맡겨 차명주식 형태로 관리하도록 했다. 또 그는 퇴직을 앞둔 2012년 11월에는 현금을 요구해, 이듬해 2월까지 900만원을 별도로 챙겼다.

이외에도 이 씨는 제조본부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7월, S사를 KT&G의 협력업체로 지정하기도 했다. KT&G는 협력업체에 재료비와 노무비 등 제조원가와 일반 관리비, 이윤을 보장해준다. 결국 S사는 인쇄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특혜도 제공 받은 셈이다.

한편 검찰은 현재 KT&G 임직원들이 협력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이근하 기자  5dlrms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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