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준영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

- 항만물류 업계 동향은?
 “부산, 광양, 인천 3대 항만 간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지난 6월 인천신항이 개장, 본격적으로 컨테이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가까이 사는 수도권을 배후로 하고 있다. 항만은 사람도 많이 모여야 하지만 짐이 많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인천항은 경쟁력이 있다. 다만 현재 부산과 광양이 인천보다 물량이 많은 이유는 부산항과 광양항을 동반성장 시키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투포트 시스템(양항체제) 때문이다.

북미에서 물건이 올 경우 항로상 부산과 광양이 꼭짓점에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 가기가 편리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항만도 충분히 커져서 바로 갈 수 있게 됐다. 귀항하는 지리적인 위치보다는 짐이 많은 곳에 배가 가고, 배가 많이 가는 항만이 잘 된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항로상 아래였던 홍콩이나 싱가폴이 상해보다 항만이 컸지만 지금은 상해가 더 크다. 장강(長江) 주변의 수십개 도시에 소비와 생산시설이 형성되면서 단순히 배들이 환적하고 들르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항구(Harbour)가 커지게 된 것이다.

인천항은 부산이나 광양처럼 들르는 곳이 아니라 수도권의 생산과 소비의 코어(Core)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 정체기에 놓여 있지만 가능성을 보면 앞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면?
 “항만과 도시의 문제다. 예전에는 항만과 도시가 함께 있는 ‘항만도시’였지만 오늘날에는 배후부지와 보관창고 등의 필요성에 의해 항만이 커지게 되면서 도시와 항만이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교통이나 공해 문제 등이 생겼고, 항만이 점점 혐오·배척시설화 되어가고 있다.

변해야 한다. 이제는 도시를 끌어안아야 한다. 항만과 도시가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항만배후단지에서 가공, 청정생산, 포장 등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항만배후단지를 일터로 삼아 들어오게 된다. 항만배후단지는 항만과 도시의 교집합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항만=물류’를 넘어 ‘항만=인(人)류’를 만들어야 한다. 항만을 친수시설로 만들어 사람들을 많이 오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천항은 카페리나 크루즈 등의 제반시설을 통한 관광자원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해서 기획을 하고 있다.”

- 2년 8개월의 인천항만물류협회장 임기 동안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나
 “첫 번째는 지난해에 인천항 연간 실적이 200만 TEU(Twenty-foot Equivalent Unit, 20피트 컨테이너 박스 단위)를 넘은 것이다. 협회 회원사들이 힘을 모은 결과라서 기쁘다.

두 번째는 부산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 덤핑(Dumping, 상품을 정상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하는 것)을 한다거나 무너지는 회사들도 나왔지만 인천의 경우는 비교적 거래 질서를 안정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임기 동안 항만 평화를 해치는 파업이나 노동쟁의 등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성과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기존에는 2000~3000개의 물량을 가득 실어오던 것이 1만8000개~2만개 컨테이너에 담아 실어오게 됐다.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무게 때문에 바닥에 닿거나 불가능한 일이다. 인천신항은 바닥을 16m까지 깊게 팠기 때문에 가능하게 됐다. 인천신항은 이와 같은 시설확충을 통해 컨테이너 시대를 맞이할 새로운 발판을 준비하고 있다.”

- 최근 가장 관심 갖고 있는 이슈는
 “항만재생 사업이다. 항만 중의 일부를 시민들에게 오픈하는 프로젝트다.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항만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하다가 항만배후단지가 넓어지는 등의 불가피한 이유로 항만이 밖으로 나가야 할 시점이 오게 된다. 그렇게 도시와 항만이 떨어졌다가 다시 합쳐질 수 있도록 항만재생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수십년 동안 항만해역을 해 온 인천 내항 8부두 사업장이 연말에 시민들에게 오픈된다. 시민들에게 수변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항만과 도시를 가깝게 연결시키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1만평이 넘는 면적의 시설과 직원, 항운노조 등이 밖으로 나가야 했기 때문에 정리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비교적 최근에 마무리됐다.”

- 인천항만물류 업계의 발전을 위해 회원사 및 협회의 미션은?
 “항만은 짐이 많이 모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업도 잘해야 하고 서비스도 좋아야 한다. 회원사들 모두가 항만을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항 밖으로 배들이 들어오기 위해 줄을 서고, 들어오기까지 며칠씩 걸리기도 했다. 싱가폴은 여전히 그렇다.

그러나 현재 인천항의 경우 항만이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서 바로바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 회원사들의 환경 개선 노력은 물론 최선의 영업능력을 발휘해서 물량을 많이 늘리는 것이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과제다.”

- 향후 계획
 “인하대학교 산학 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인천 GDRP(지역내 총생산)의 3분의 1인 33.8%가 항만으로부터 나온다. 시민들은 눈에서 멀어져 있기 때문인지 이를 잘 모른다. 인천항만이 경제적인 부가가치 창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은 모르고 있다.

항만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항만물류협회 회장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인천항만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인천항이 잘 돼야 인천경제가 살고, 인천경제가 살아야 인천시가 발전한다는 것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역주민과 항만이 상생할 수 있도록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창구를 많이 만들겠다.”
 

안은혜 기자  iamgrace.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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