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이근하 기자] 여성의 사회적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양성평등을 외치는 사회 분위기와 더불어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많은 여성들의 수고 덕분이다.

이 중 국내 변호사 업계 내 여성의 입지를 신장시키는 여성변호사가 있다. 왕미양 변호사가 그 주인공. 왕 변호사는 한국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로도 활동하면서 여성변호사간의 유대관계를 구축, 이들의 영역을 확장 하고 있다.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그를 만났다.

-정말 흔한 질문이지만 궁금하다. 원래 변호사가 꿈이었는지.

“내 성격 자체가 활동하는 것과 함께 어울려서 하는 것, 끌고 가는 것을 좋아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법조인 자체가 기본적으로 자기 성취욕이 강하고 권력욕이 있다. 나 역시 그렇다. 대외적인 명성을 쌓고 싶었고 본래 성향이 있다 보니 변호사가 멋있어 보였다.”

-현재 전문 분야는.

“이혼 사건을 꾸준히 맡아왔고 일반 민사도 많았다. 2010년부터 파산 사건을 많이 담당하고 있다. 파산을 신청하면 법원에서 면책 여부를 조사한다. 이것을 파산관재인을 선임한다고 하는 데 2010년부터 해오고 있다. 올해 재위촉 받았기 때문에 향후 5~6년간 더 할 예정이다.”

-변호사로서 관심 분야는 따로 있는지.

“요새 이혼 사건을 전문화, 특화해볼까라는 생각은 있다. 의뢰인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혼 과정에서 변호사가 좋은 마인드로 개입해 당사자들이 상처를 덜 주고 덜 받으면서 이혼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이혼 시 큰 상처를 입게 되면 그것을 해소하고자 외부로 분출하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인 이혼은 이 사회에 대한 불만 표출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덜 상처 받으며 이혼해야 사회가 보다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혼 사건이 금전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보다 보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기억에 남는 변호 사례는.

“서울 가정법원의 가사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사조정위원으로서 당사자를 설득해서 이혼을 깔끔하게 할 경우 큰 보람을 느낀다. 그런 사례가 많다. 물론 조정위원 역할 상 조정적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사자에게 이득이다. 특히 의뢰인이 지불한 변호비용 그 이상의 이익과 가치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가 변호비용을 100원을 받는다면 그 의뢰인에게 500원, 1000원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비용 자체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받기도 한다.”

-변호를 하는 과정에서 ‘아차 잘못됐다’ 혹은 분명 의뢰인이 잘못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변호를 해야만 할 때가 있지 않나.

“힘들 때가 있다. 의뢰인 이야기를 듣고 선임했는데 상대방이 반박하면서 그에 부합하는 증거를 들이밀면 의뢰인에 대한 신뢰는 떨어진다. 그래도 변호는 해야 한다. 이런 갈등은 형사사건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일례로 성폭력 범죄 가해자는 분명 잘못한 사람이다. 하지만 내 역할 상 그 사람이 주장하는 일리를 이해해야 한다. 다만 그 사람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신은 이 부분을 정말 잘못했다’고 직접 지적하고 나무라기도 한다. 무조건 의뢰인 말이 ‘전부 옳다’라고 만은 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잘못을 저지른 어린 친구들을 변론해야 할 때는 꼭 지적해 본인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 깨닫게 한다.”

-이 같은 방법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빚어낸 실제 사례가 있다면.

“변호사 개업 후 얼마 되지 않아 국선 사건 변호를 한 적이 있다. 강간죄로 구속된 친구였는데 실형선고를 받고 복역 후 나를 찾아 왔다. 그 친구는 나를 은인이라고 표현한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본인 배우자도 소개하고 결혼식에도 초청하는 등 단순 의뢰인과 변호사 관계를 넘어 인간 대 인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를 맡고 있다. 어떤 조직인가.

“여성 변호사들의 친목도모와 권익 보장, 공익활동 등을 하는 단체로 현재 이명숙 변호사가 회장을 맡고 있다. 설립된 것은 오래됐지만 활성화는 최근 들어서다. 내가 2011년부터 3년간 총무를 담당했는데 그 때 많은 기반이 다져졌다. 이전에는 산발적이고 규정화 되지 않은 정리가 될 된 모양새였다면 현재는 견고한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물론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매우 바빴지만 굉장히 뿌듯하다.”

-견고한 조직 구조라고 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결실을 들자면.

“무엇보다 조직이 갖춰지면서 힘이 모아졌다. 현재는 상임이사회와 정기총회를 매달 한 번씩 하고 있으며 신입여변환영회 및 송년회 등도 꾸준히 하고 있다. 송년 모임을 하다 보니 여성변호사들끼리 친분을 쌓게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또 다른 일을 하게 됐다. 공익 활동이 그 일례다”

-어떤 조직이든 공통분모가 있어야 결속력이 보다 더 강해지지 않나. 여성변호사들만이 겪는 고충은.

“여성변호사는 남성변호사 대비 취직이 어렵다. 그리고 성적인 부문에서 간간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변호사 타이틀을 달고 어느 곳에 하소연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여성변호사회를 통해 문제제기 및 상담 등을 할 수 있다. 일종의 여성변호사 상담소다.”

-로스쿨 도입 등으로 변호사 수가 급증했다. 변호사 위상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글쎄다. 기성 법조인 입장에서는 변호사의 수가 덜 늘어나는 것이 이익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이전보다 많았어야 하는 것은 맞다. 내가 변호사가 될 당시보다는 그 수가 많아야 했지만 지금 수준이 적정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법률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는 점은 좋지 않은가. 기성세대는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변호사 수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와 한국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 다양한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사회적 역할이 많다보니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이 있을텐데.

“일하는 여성이 반드시 겪는 고충이다. 현재 자녀들이 초등 5·6학년이다. 사실 10년 간 입주 도우미의 도움으로 양육할 수 있었다. 남편이 ‘여성변호사 일만 생각해도 머리가 아프다’고 표현할 정도로 바빴으니 누군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이들을 기를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입주도우미 분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시게 되면서 불안하기는 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됐다. 일찍 귀가하고자 노력하게 되면서 아이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나를 돌아보게 됐다. 아이들 연령대 상 부모와 많은 교류가 필요하기도 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신입 여성 변호사에게 조언 한다면.

“무엇보다 변호사는 성실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활동적인 부분도 필요하다. 특히 많은 사람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라. 여성은 네트워크 구축에 약하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지위가 보다 높아지기 위해서 네트워크 형성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나 역시 나름대로 외부 활동을 많이 한다 해도 사회적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다.”

-향후 계획은.

“작년부터 후배 변호사를 고용 중이다. 이 같이 후배 양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향후 독자적 법인 대표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근하 기자  5dlrms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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