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라이제이션으로 불리는 세계화로 인해 이제 경제활동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현상이 되었다.

특별히 정보사회의 출현과 그로인한 문화와 의식의 지구화, 전 지구적인 쟁점의 등장 등의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는 세계화 시대에 살면서 국가들 역시 무한경쟁 시대에 점점 빨려 들며 생존전략을 짜야 한다.

세계화는 현재 나타나는 현상, 세계가 하나의 규범과 기준, 나아가 이념, 기호, 가치관 등을 갖게 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개개 국가가 가지고 있던 기준이나 가치관 등이 지구적 기준이나 가치관 등에 의해 대체되는 현상이 바로 세계화의 본질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농민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쌀을 수매하고 있다. 시장가격 보다 높은 값으로 농민에게서 쌀을 사들여 일종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에서의 관행은 세계를 단일한 시장으로 만들려는 무역자유화 기구, 즉 WTO의 관점에서는 보호무역적 조치로 보일 수밖에 없다.

세계화는 이러한 우리의 관행이 세계적인 기준으로 대체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내적 기준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가의 역할과 권한은 점점 약화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세계화로 인해 어떤 상품이 어느 나라 제품인지는 그 의미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또 생산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적인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고 기업들은 가격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생산 거점으로 임금이 싼 국가로 옮기고 있으며 비핵심 부품들은 아웃소싱을 통해 해외에서 조달해오는 추세다.

이렇게 국경을 초월한 생산이 일반화되면서 세계경제에서 초국적 기업의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UNCTAD의 2009년 세계투자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초국적 기업은 약 8만2000여개이며 이들은 세계적으로 81만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세계 상품 수출의 1/3 정도가 초국적 기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분야는 금융분야다. 금융은 이제 국경을 넘어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단 국제금융거래가 양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다. 1995년 일일 외환거래액은 1조2000억 달러였는데 2007년 말 기준 일일 외환 거래액은 3조3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연간 외환 거래액은 800조 달러로 세계 상품 교역량인 연간 12조 달러의 67배에 이른다. 이는 세계적으로 외환거래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본의 국제적 이동의 폭발적 증가는 자본 이동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느슨해졌음을 나타낸다.

한국의 김 씨는 홍콩의 은행에 있는 자신의 구좌에서 돈을 찾은 후 영국의 증권 시장에 보내 프랑스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본의 이동에 대한 국민국가의 통제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거 자본의 이동이 국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던 것과 비교해 볼 때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외국에 돈을 송금하려면 많은 제한이 따랐다. 그러나 지금은 외국에 있는 친척이나 기족에게 송금하는데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의 세계화는 각 국가나 각 기업, 또는 개인에게 더욱 커다란 위협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소위 초국적 자본이라고 일컫는 거대한 투기성 자본이 좀 더 큰 이윤을 내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러한 초국적 자본들은 1970년대 이후 세계자본 시장의 중대한 세력으로 떠올랐다.

1973년과 1979년의 석유파동에 의해 유럽의 민간은행을 중심으로 오일달러라는 대규모 달러가 모여들면서 이러한 자본들은 보다 높은 이윤을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총 자산이 4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머츄얼펀드나 연기금, 헤지펀드들도 이러한 초국적 자본에 속한다.

이처럼 초국적 투기 자본의 존재는 안정적인 국제금융 질서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거대한 자본이 빠른 속도로 통제를 받지 않고 이동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가에게는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국가와 국가가 금융거래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현실에서는 전 세계의 금융위기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그리고 1999년 브라질의 금융위기는 금융의 세계화가 낳은 부정적 결과로 볼 수 있으며, 금융의 세계화 시대에 그것을 관리할 수 있는 국제체제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소비자들은 국제위성네트워크, 인터넷, CNN 같은 전세계적인 통신 매체들을 통해 지구 도처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통신 매체의 혁명적 발전은 전 세계의 인구가 유사한 관심을 갖게 만들고 유사한 기호나 문화를 공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의 소비자들은 미국에서 유행하는 음악이나 패션, 음식 등을 시간차 없이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문화적 세계화는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의 소비자들의 기호와 소비유형, 심지어 가치관까지 동질화되는 현상을 낳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세계화는 이러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국 등 강대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강대국의 가치관이나 규범, 기준들이 옳은 것이고 약소국들의 가치관은 나쁜 것치럼 받아들여지는 효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화에 노출되는 소비자들이나 국가 경제는 아무런 보호막 없이 외부에 노출되게 될 것이다.

한국이 금융위기를 겪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물론 취약한 금융구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별다른 준비없이 OECD나 미국의 압력 때문에 외환시장의 자유화를 서둘렀기 때문이다.   

후진국일수록 국내경기는 세계경제의 주기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의 기업들도 최근 수 년간 인수 합병을 노리는 해외 투기자본들에 무방비로 노출돼 왔다.

이러한 해외투기자본이나 초국적 기업들은 국내 기업들의 자본 사정이 약화되는 틈을 타 헐값에 기업을 인수하는가하면 기업의 주가를 어느 정도 올린 뒤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먹튀’를 수없이 행해왔다.

그러나 금융의 세계화라는 명목에서 이런 투기자본의 잘못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의 자본이 잠식될 위기에 놓였을 때 주식을 헐값에 사들였을 뿐이며 또 그것을 차익을 내고 살만한 기업에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극히 상식적인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초국적 자본의 흐름은 전통적으로 국가 경제를 운용하던 효과적인 수단인 환율정책이나 물가 정책 등에 관한 정부 정책의 효과를 크게 감소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환율의 평가 절하는 자국 통화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투기를 오래하기 때문에 더 이상 효과적인 정책이 되지 않는다.

또 국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임금인상 등의 경기 부양책은 개방적 경제 체제 하에서는 국산품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키기 보다는 수입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별로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다.

요즘의 세계화는 시장논리를 신봉하고 경쟁력을 지상의 목표로 삼는 신자유주의적인 이데올로기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는 국가간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이러한 무한 경쟁에서 노출될 만한 경쟁력과 기술력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 봐야 한다.

또한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이 같은 치열한 경쟁상태에 노출된 우리 노동자들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실업을 더욱 가중시킨다.

세계화의 덫의 저자인 마틴과 슈만은 세계가 20대 80의 사회로 행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구촌의 20%만이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으며 80%의 대다수는 실업자 또는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 소수가 생산해 내는 부에 빌붙어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작금에 와서 너무나 피부에 와닿는 이론이 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국가가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화라는 폭풍 속의 배에 올라탄 우리 노동자들이 흔들리는 배 안에서 아무 것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도록 해서만은 안 될 것이다.

정책적인 안정망을 마련해야 하고 외국 기업의 막무가내 투자나 M&A에 대해 다시 보호무역주의로 우회해 국제 자본의 영향력을 감소시켜나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국가의 보호 기능을 강화시켜야 하고 초국적 해외 기업들의 이익보다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익에 더욱 민감해지는 정부의 변모를 기대해 본다.

정부는 무조건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제한하거나 노동조합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탈출할 수 있는 출구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 놓든지,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이 세계화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들을 물 붓듯이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희정 편집국장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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