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이근하 기자] “29살 남자 김원중이 좋아하는 것, 지내는 것, 보는 것 등 현재의 나와 관련한 모든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국내 유명 모델이자 87MM 대표 김원중 디자이너는 이 같이 말했다. ‘모델킹’이라 불리우는 그는 이미 명실상부한 모델이다. 87MM의 공동대표인 박지운 디자이너 역시 국내 모델로서 단단한 입지를 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새로운 꿈을 쫓고 도전하고 있다. 때로는 꿈과 현실의 괴리감으로 인해 고민을 겪기도 하지만 목표는 여전하다. 내가 입고 싶고 즐기고 싶은 옷들을 만들어 내는 것. 그들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난 87MM 매장을 방문해 김원중 대표와 만났다.

▲ 김원중 디자이너.

-업계가 인정하는 성공한 모델이다. 안주할 수도 있었을 법 한데 디자이너로서 활동영역을 확장한 이유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 모델 생활 이전부터 패션 디자이너로서 꿈이 있었다. 굳이 패션 디자인과 관련된 능력이나 기술 없이도 조력자들을 구해 모델 활동을 통해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 옷을 보는 능력들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본질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을 찾은 셈이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준비가 따로 있었는지.

“구체적인 준비는 없었고 막연했다. 이전에 패션과 무관한 전공으로 대학교에 입학한 뒤 그만뒀다. 20살에는 1년 동안 동대문에서 막연히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에는 패션에 대한 관심이나 허세만 있었다. 규격화 된 틀만 계속 바라보고 있는 단계에 머무른 사람일 뿐이었다. 자연스레 군대를 가게 됐고 전역 후 컬러감을 익히기 위해 아메리칸어패럴(수입의류 전문 패션몰)에 입사했다. 그러던 중 모델 제의를 받았다. 모델 제의에 혹 했던 것은 모델로서 멋있는 모습보다 정말 좋은 옷들을 입어 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컸기 때문이다. 87MM을 운영하게 된 것 역시 내가 옷을 만들지 못 한다 해도 내가 생각하는 것을 그려내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이들만 있다면 어려움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게 그 이유다”

-87MM, 87밀리미터라고 부르면 되나. 브랜드명의 의미는.

“87엠엠 이라고 부르면 된다. 우리 브랜드가 탄생한 지 4년차에 접어들었다. 신인 디자이너라고 말하고 싶지만 4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는 않다. 다만 4년 간 87MM만의 히스토리가 없다. 87년생들이 모였다는 뜻 하나만 있을 뿐이다. 이 부분이 해외비즈니스 중 어려운 점이다. 브랜드의 유래 및 히스토리가 없다보니 괄시받는 느낌이 있다. 브랜드명은 나와 애증의 관계다”

-해외 비즈니스를 언급했는데 현재 해외를 비롯한 유통 상황은.

“해외의 경우 중국과 홍콩, 일본에 국내에서는 기본 유통사에 모두 들어간 상태다. 매장은 홍대에 위치한 한 곳이 전부다. 향후 추가나 확대할 계획은 없다. 이전에 두타(동대문 패션 전문점)에 입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곳에 사무실이 있는 것이 아니고 스토어만 있다 보니 관리가 어렵고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 큰 백화점 내부에 입점한 스토어일 뿐이라서 욕심이 없었던 것 같다. 현재 매장은 꾸미는 것부터 전반적으로 내가 직접 하고 있어 애착이 더욱 생긴다”

-국내 패션 시장은 위탁경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판매의 전반적인 흐름을 읽지 못해 재고가 쌓이게 되고 장기적으로 디자이너에게 큰 손실이다. 이것이 국내 패션 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에 반해 해외는 대다수가 whole sales다. 국내와 해외 시장에 진출한 만큼 그 차이를 인지하고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것은 당연한 부분인 것 같다. 대한민국의 브랜드는 과포화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위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서 whole sales를 못하는 것은 브랜드가 아무리 많다 해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라지는 브랜드가 수 천개 이기 때문이다. 위탁 경영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엄청난 문제이지만 우리가 만든 문제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나 역시 디자인 관련 공부를 했던 사람이 아니라 다른 직군에서 유입된 사람이 아닌가.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진정성이다. 수 많은 브랜드 경쟁 속에서 진정성을 담아 생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87MM은 분명히 브랜드 진정성을 갖추고 있으며, 나 또한 이 브랜드를 이끌어 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렇다면 87MM의 진정성과 추구하는 경영철학은.

“내가 정말 만들고 싶은 옷을 제작하기 위해 옷에 대한 연구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사실 나의 경우 인기에 힘입어 시작한 브랜드이다 보니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컬렉션을 통해 많은 노력을 내보였고 그 부분과 관련한 시선은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본다. 그래서 전혀 부끄럽지 않다. ‘티셔츠를 만들 때 특정 패턴만 있으면 되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 하나 넣으면 되지’라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생각이 아니다. 하지만 요새는 그런 경우가 잦고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진정성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87MM의 경영철학은 하고 싶은 것을 계속 하는 것이다. 메인 컬렉션을 4번 진행했는데 그 때마다 내가 하고 싶고 즐겨 만들고 싶은 옷들은 항상 바뀌는 것 같다. 사실 브랜드의 정체성 관련 부분은 어느 정도 잡고 진행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이 싫다. 매 시즌 옷은 다르지만 센스는 항상 살아있는 점을 모토로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 때문에 브랜드 히스토리가 어정쩡할 수 밖에 없지만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서울패션위크의 신인 디자이너 등용문인 GN(Generation Next)에 2번 참가했다. 신진 디자이너로서 어려움은.

“욕심이다. 워낙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다보니 그것을 한 컬렉션에 모두 담아내기에는 넘치더라. 실제 경험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멋있는 것 다 넣다보니 컬렉션이 ‘바보’, ‘어설픈 컬렉션’이 돼버렸다. 그래서 GN의 2번 째 쇼를 했을 때는 아무리 좋은 디테일이 있어도 우리가 처음에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짜놓은 컨셉과 스토리에서 벗어난다면 무조건 배제시켰다. 필요한 디테일과 패턴, 키워드만 뽑아서 플레이 시키니 오히려 인정을 받게 됐다. 결과적으로 욕심을 덜어내는 것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100% 창작물이다. 영감을 얻는 것도 고충일 것 같다. 언제 영감을 얻는지.

“디자이너 선배들이 말씀하시길 어느 나라를 가서 그 때 하늘의 날씨와 색, 주변 사람들, 풍경 등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사실 나는 그렇게 어렵게 하고 싶지 않다. 작년의 경우 28살 남자 김원중이 좋아하는 것들, 지내는 것들, 보는 것들, 듣는 것들 등 올해에는 29살 남자 김원중이 좋아하는 것들, 지내는 것들, 보는 것들 등 이런 방식으로 현재의 나와 관련한 모든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지난 달 개최된 글로벌 패션포럼에서 한 연사가 “기존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Design’은 극히 제한적인 개념, 이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Design’하는 이른바 ‘Big Design’ 혁신 활동을 통해 창조적이고 지속가능한 디자인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한다”며 패션과 IT 접목을 강조했다. 이 부분에 대한 견해는.

“사실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다. 물론 패션이 신개념 문화와 만난다는 것 자체는 흥미롭다.하지만 우리 브랜드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다. 개인적으로 컬렉션을 할 때마다 고집하는 키워드가 ‘밀리터리’다. 그것이 남성복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나오는 새로운 문화나 상품을 보고 그것을 토대로 옷을 만들기보다 예전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오리지널은 어땠으며 그것에서 파생된 브랜드의 정체성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연구하는 편이다. 먼 미래를 보는 느낌은 아니다”

-지금은 모델과 디자이너의 경계선에 서 있다. 모델과 디자이너로서 각각 추구하는 목표는.

“사실 모델로서 수명은 끝났다고 본다. 남자 모델은 일이 많지 않아 ‘2~3년 하면 오래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수명이 짧다.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오래오래 하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주름살과 흰머리가 생겨도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모델로 남고 싶다.

디자이너로서도 오랜 시간 활동하고 싶지만 디자인 사업이라는 것이 단순히 창조물을 만들고 그것에 대해 인정 받는 다고 끝이 아니다. sales가 돼야 하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는 확실히 있다. 실제 예전보다 매출 상황이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다. sales를 계속 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인 것이다. sales에 치중해 내가 만들고 싶은 옷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걱정이 든다”

▲ 박지운 디자이너.

-결국 상업성과 본인의 꿈 사이의 괴리감에 대한 고민이다. 현재 어느 쪽에 치우친 상태인지.

“현재는 상업에 가까운 편이다. 상업성만 너무 추구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는 자존심을 버리면서 까지 내 이름을 저렴하게 팔고 싶지는 않다. 내 욕심을 어느 정도는 부리고 싶다. 하지만 꿈보다 상업을 조금 더 쫓고 있는 게 현실이다(웃음)”

-향후 계획은.

“최근에 87MM과 1987스튜디오, 베이직 중 1987스튜디오를 없앴다. 가격과 디자인 부분을 절충해 ‘원즈’라는 브랜드를 새로 만들었다. 가지각색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을 수 있는 라이프 브랜드가 되고 싶다. 87MM도 오래가서 역사까지는 아니라도 브랜드의 입지와 존재를 모든 이에게 각인 시키고 싶다"

이근하 기자  5dlrms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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