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안은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를 비롯해 한진, 현대 등 국내 대기업 5곳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했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한화S&C로 시작된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한화 전 계열사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현재 한화투자증권이 한화S&C를 통해 전산장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전산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 가운데 52%(2100억원 가량)가 계열사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이날 국감에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화S&C는 한화그룹 경영권승계의 핵심”이라며 “일감 몰아주기라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 세금 한 푼 없이 수조원대의 상속·증여 및 경영권 승계의 수단이 되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화증권은 한화S&C를 통하지 않으면 30억원의 비용이 절감된다”며 “통행세로 3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조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재찬 위원장은 “한화S&C에 대해서는 현재 예비조사 단계 중”이라며 “확인되는 대로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한화S&C의 ‘대규모기업집단의 현황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화 S&C의 전체 계열사 내부거래 중에서 한화투자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6%(12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법 ‘대규모기업집단 현황공시’ 자료에 의하면 한화S&C의 계열사 내부거래 전체 규모는 39개 계열사에 걸쳐있고, 금액은 2139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화투자증권의 비중은 5.6%(121억원)에 불과하다.

한화S&C와 100억원 이상 규모의 내부거래를 하는 계열사는 모두 9개이며, 규모별로는 ▲한화건설 503억원(23.5%) ▲한화생명보험 318억원(14.9%) ▲한화첨단소재 211억원(9.9%) ▲한화 182억원(8.5%) ▲한화갤러리아 152억원(7.1%) ▲한화케미칼 149억원(6.9%) ▲한화손해보험 141억원(6.6%) ▲한화 호텔앤드리조트 122억원(5.7%) ▲한화투자증권 121억원(5.6%)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한화투자증권에 대해서만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해서는 안 되며, 나머지 계열사들에 대해서도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또 다른 일감 몰아주기 조사 중인 대상이 있느냐는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한진, 현대 등 4개 대기업 집단 계열사를 조사해 법률 검토 중”이라며 “40개 대기업 집단에서 받은 자료를 검토 중이다.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과징금과 함께 필요하면 고발 조치 하겠다”고 말했다.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상위 5대 대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이 50% 이상인 112개 계열사 중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은 지주회사인 LG 1곳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회사 20%)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대부분이 규제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5대 기업집단 중 정상거래비율인 30%를 초과한 계열사가 절반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는 사실상 모두 제외되고 있는 것.

김 의원은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율을 기준으로 규율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친족 간 지분 조정이나 합병 등으로 규제대상에서 전부 빠져나가 규제 자체가 무력화 된 상태”라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간접지분도 포함해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올해 2월부터 시행돼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조사를 통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파악해 필요하다면 보완조치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공정위는 롯데그룹과 관련, 17일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주주를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개정도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안은혜 기자  iamgrace.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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