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안은혜 기자] 롯데건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로 척추를 다친 인부를 119 구급대를 부르지 않고 합판 위에 실어 승합차로 이송한 사실이 드러났다.

15일 JT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평택 미군기지 내 복지회관 공사장에서 지붕 작업을 하던 인부 A씨가 5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 현장 관리를 맡고 있는 롯데건설 관계자들은 119에 신고를 하지 않고 합판에 A씨를 옮겨 현장에 있던 승합차에 실어 지정병원으로 향했다.

추락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척추 고정 등의 응급조치는커녕 사고 이후 30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현재 A씨는 척추 탈골로 가슴 아래쪽으로는 감각이 없는 상태라고 전해졌다. 롯데건설 측은 119를 부르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승합차로 이송하면 시간이 단축될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건설, 산업 현장에서 안전사고 등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산업재해 처리보다 공상(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업체가 치료비 등을 부담하는 것) 처리를 유도하는 게 일반화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119 구급대를 부르게 되면 산업재해로 기록되기 때문에 업체 측에서는 보험료가 오르고 민형사상의 책임까지 지게 되며, 특히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의 감독이 강화된다.

때문에 지난 7월 29일 청주에 위치한 화장품제조업체 E사에서는 근로자 이모씨가 짐을 실은 지게차에 치였으나 업체 측은 산업재해를 은폐하기 위해 신고했던 119를 돌려보내고 회사 지정병원으로 옮겼다.

지정병원은 근처 대형 종합병원보다 2배 가량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결국 이모씨는 1시간 이상 이송 시간이 지연돼 ‘다발성 장기 손상에 의한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산재 은폐 시도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전국 2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중대재해 기업처벌 재정연대(이하 재정연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119 신고를 하지 않는 등의 산재 은폐 시도가 상당수다.

이들은 119신고 접수가 되지 않은 전국 사례로 △지난 2012년 H중공업 하청 노동자 심장질환 △2014년 12월 L사 공사현장 추락사고 △2015년 부산 S건설 현장추락 사고 등을 꼽았다.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재 미보고 적발건수는 2013년 192건에서 지난해 726건으로 3.8배 급증했다.

사례별로는 건강보험공단이 부당이득금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적발한 건수가 531건으로 가장 많았다. 산재가 보고되지 않으면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으로 처리하게 돼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부당이득금으로 잡힌다.

재해자의 산재처리 요구를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과정에서 적발된 건수도 96건이었다. 이어 사업장 감독 중 적발된 건이 48건, 산재은폐신고센터에 접수된 것이 32건, 자진 신고 16건, 119 구급대 신고 자료를 통한 적발 3건 등이었다.

이번 롯데건설의 추락사고에 대한 대응은 사고를 숨기려는 목적으로 병원 이송을 고의로 지연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친 사례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산업현장에 만연해 있는 이 같은 문제와 관련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은 법 규제의 보안·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은혜 기자  iamgrace.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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