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안은혜 기자]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이 고객의 예치 보험금에 대한 이자를 편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주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교보생명 등 생보사들이 약관상에 명시된 예치보험금 혹은 보험금 지연 이자를 의도적으로 줄여 계약자를 속이고 상습적으로 편취하는 사례가 잦다고 밝혔다.

금소연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IMF 시기에 계약자들에게 보험금을 예치해두면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예정이율+1%)에 해당하는 이자를 주겠다고 약정한 바 있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해당 조항이 보험사들에게 손해가 된다는 이유로 규정을 멋대로 변경해버린 것.

실제로 교보생명 무배당자녀사랑안전보험에 가압한 계약자 A씨는 5년 간 받아오던 연 생활자금 1100만원을 지난 2007년부터 보험사에 예치했다. 보험금을 예치하면 예정이율 8.5%에 1%를 더 주겠다는 교보생명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계약 조항에는 ‘만기축하금 또는 해약환급금 등은 그 사유가 발생한 날의 다음 날로부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지급기일까지의 기간에 대해 예정이율+1%를 연단위 복리로 계산한 금액을 더해 드린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교보생명에 보험금에 대한 문의를 하던 A씨는 ‘보험예치금에 대한 이자는 2년 치만 나간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A씨가 항의하자 교보생명 측은 민원을 넣지 않는 대가로 1000만원에 합의할 것을 권유하며 사건을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교보생명 약정대로라면 해당 계약자가 받아야 할 돈은 1억2333만원 남짓이지만 교보생명은 1억250만원 가량만 지급했다. 교보생명이 고객 돈 2072만원을 탈취한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소연에서는 보험금을 예치했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고 보험금을 받아가야 할 계약자가 받다가 안 받아가셨다”며 “보험금은 2년 동안 받아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에 의해 권리가 없어진다. 때문에 더 이상 가산 이자를 주지 않아도 된다. (해당 계약자에는) 2년 치의 가산 이자를 지급했다”며 금소연 측에서 내용을 잘못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치라는 개념은 갖고 있던 목돈을 어느 정도의 이율을 받기로 약정을 하고 맡기는 건데 해당 계약자는 보험금을 안 찾아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2년이라는 소멸 시효가 있기 때문에 2년이 지나 보험금을 청구하면 원금에 2년 치의 가산금리를 더한 금액을 찾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소연 측은 보험금을 예치하면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약정해 놓고, 상당 기간 흐른 뒤 청구를 하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규정이 바뀌었다는 핑계를 대면서 2년 치 이자만 지급하겠다는 행태가 대형 생보사에서 발생한 것이 놀랍다고 설명한다.

금소연 관계자는 “이런 비도덕적인 불법 행위는 전수조사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이자가 모두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교보생명은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지수(KSI, Korean Sustainability Index)’ 생명보험부문 6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과 지속가능경영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으로 선정됐다던 교보생명이 고객과 맺은 계약 규정을 임의로 바꿔 고객 돈을 탈취하는 등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금감원 생명보험검사국은 이 같은 생보사의 행태에 대해 면밀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안은혜 기자  iamgrace.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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