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안은혜 기자] 17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할 예정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병역 기피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사장을 비롯해 41명을 증인으로, 9명을 참고인으로 채택하는 ‘국정감사 증인 참고인 출석의 건’을 통과시켰다.

롯데그룹은 다음날인 11일 국정감사에 대비해 만든 자료를 통해 국적 논란을 비롯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롯데의 정체성, 일본 롯데의 배당금 문제, 호텔롯데의 특혜 사업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롯데는 자료를 통해 신동빈 회장 등 총수일가는 ‘한국 국적을 포기한 적이 없다’며 ‘롯데는 엄연한 한국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한국 국적으로 출생해 현재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한 적이 없다”며 “한국에서 종합소득세, 재산세 등 납세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의 한국 국적은 1996년 6월 1일 당시 법무부 장관의 보고에 따라 출생한 해인 1955년 10월 29일로 소급해 상실됐다. 그리고 2달여가 지난 8월 6일 국적을 회복했다.

한국 롯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1993년 당시만 해도 이중국적으로 알려져 있었던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1996년 출입국관리 당국으로부터 한국 국적을 상실했기 때문에 입국에 문제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롯데 측은 “당시 국내법은 이중국적자가 타국 국적을 취득한 시점으로부터 6개월 안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한국 국적이 상실되어 신 회장도 해당 법 적용을 받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중국적 보유기간을 6개월만 인정했기 때문에 국적상실 시점이 한국에 출생 신고한 1955년 4월로부터 6개월 지난 1995년 10월로 소급돼 정리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의 한국 국적 상실 기간은 2개월여 간이라는 것이다.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신동빈 회장은 이상하게도 군대를 가지 않았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일본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군대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41세까지 이중국적인 줄 알고 있었다던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양국을 오가면서 어떻게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까.

병역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과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일본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 입사하기도 했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 이사로 한국에서 경영활동에 참여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오갔다.

롯데 측은 “오랜 기간 해외에서 생활을 하다 경영활동을 위해 한국에 왔는데, 당시에는 병역의무 대상 시기가 지나 의무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당시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31살이 지났기 때문에 병역이 면제됐고, 이후 국적 회복을 신청할 당시 병역기피 목적이 아님을 인정받아 법무부 장관의 승인으로 국적을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자신은 한국 국적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신동빈 회장의 국적 문제에 따른 병역 기피 의혹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15일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행정부와 사법부 4급 이상 직위에 재직 중인 고위 공직자의 아들 가운데 ‘국적 이탈 혹은 상실’의 사유로 병역 의무에서 벗어난 사람이 1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공직자의 아들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중 한 명은 아들 2명이 모두 캐나다 국적을 얻어 병역에서 벗어났으며, 나머지 16명은 모두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16명 중에는 외교부 고위 공직자의 아들도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 이탈과 상실로 병역의 의무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은 일반 국민들에서도 최근 3년 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2012년 2842명이었던 것이 2013년 3075명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4386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 7월까지 2374명이 국적을 바꾸면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안규백 의원은 “고위 공직자들이 갖가지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한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므로 엄중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2015년도 국정감사 이틀째인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감장 앞은 피감기관 관계자들로 붐비고 있다.

한편, 롯데는 국감 증인 출석을 앞두고 준비한 자료를 통해 ‘롯데는 일본기업’이고 ‘국부유출 창구’라는 논란에 대해 외국인 지분 비율과 기업의 국적은 무관하다며, 2004년 이전에는 일본 주주에 대한 배당금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간 일본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도 2486억원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 1개사가 외국인에게 배당한 금액보다 작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또한 2004년 이전까지는 일본 주주에 대한 배당 자체가 없었으나 일본 국세청이 이전가격 과세 문제제기로 인해 2005년부터 일본 차입금의 금리 정도 수준의 최소한 배당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텔롯데 특혜 사업과 제2롯데월드 특혜의혹에 대해서는 “호텔사업을 하게 된 것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요청 때문”이라며 “호텔을 짓기 위해 당시 돈으로 4800만달러를 일본에서 들여왔고, 국내 롯데 계열사에서 자금을 충당하는 건 안 된다는 것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였다”고 밝혔다.

이어 “제2롯데월드 등 초고층 사업은 수익성이 없는 사업으로 특혜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서울의 관광명소 개발이 부진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관광명소를 만들어 국가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신념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순환출자의 70∼80%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검토하고 있으며,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호텔롯데 상장·전문경영인 및 사외이사 확대 등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동빈 회장이 출석하게 되는 17일 국정감사에 정치권은 물론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회장의 국감 출석시간은 오후 2시로 알려졌으나, 당일 국제행사인 ‘아시안 비즈니스 카운실(ABC) 포럼’ 연례회가 예정되어 있어 롯데 측을 애타게 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포럼이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만큼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17일 기조연설과 주제발표 예정이었던 신 회장의 참석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안은혜 기자  iamgrace.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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