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림 이문용 대표이사

[여서소비자신문=안은혜 기자] 하림이 사료값 담합 관련 위증을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10일 하림 이문용 대표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 대표에게 “사료값 담합에 대해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계열사 일이라 잘 모른다. 서면으로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13일 하림 측은 서면 답변서를 통해 “행정소송을 통해 사료업체들 사이에 합의가 없었고, 경쟁제한성도 없었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담합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인 셈.

그러나 하림의 담합 혐의를 담당했던 로펌의 한 관계자의 진술이 나오면서 하림 측이 위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로펌 관계자에 따르면 하림이 사료값 담합으로 적발된 계열사 3곳에 대해 리니언시(자진신고 감경제도)를 인정해달라고 공정위에 떼를 썼지만 1개사만 인정됐다. 하림이 리니언시 혜택을 받아 과징금의 50%만 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황주홍 의원은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하림이 국감에서 위증을 한 셈”이라며 내달 종합감사에 하림 이문용 대표를 다시 증인으로 불러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4일 하림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리니언시를 신청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과징금을 50% 감면받아 냈던 것은 ‘담합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가격에 관한 대화를 나눈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업체 대표이사 또는 부문장들의 모임인 ‘사목회’에서 ‘가격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것이다. 가격에 대한 언급을 하기만 했을 뿐 가격을 조정하는 등 담합을 하지는 않았다는 하림 측의 설명이 다소 애매하다.

하림 측은 “해석의 차이일 뿐, 그 부분은 공정위가 판단할 사안”이라며 “타 업체들도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사료 가격은 담합할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에서도 하림 측이 소명한대로 인정했기 때문에 감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림 측은 내달 종합감사에 또 다시 증인 출석을 하게 될 경우 “이 같은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1차 국감때와 같은 입장임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 7월 하림을 비롯해 카길, CJ 등 대형 가축사료 업체들이 4년 간 가격을 담합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국내 배합사료시장에서 가격 담합을 벌인 11개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773억3400만원을 부과했다.

적발된 업체는 하림그룹 계열사인 하림홀딩스·팜스코·제일홀딩스 3곳과 미국 카길의 자회사인 카길애그리퓨리나, CJ제일제당, 대한제당, 삼양홀딩스, 한국축산의희망서울사료, 우성사료, 대한사료, 두산생물자원 등 11곳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업체들은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1월 사이 총 16차례에 걸쳐 돼지, 닭, 소 등 가축별 배합사료 가격 담합을 벌였다. 이들 업체는 사료 값의 인상·인하폭과 적용시기를 합의해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카길 등 매출액 상위 업체가 사전에 합의한 범위 안에서 먼저 값을 올리면 나머지 업체들이 며칠 뒤 따라가는 식이었다. 원재료 값이 폭등하던 2006년~2008년에 이 같은 담함으로 국내 시장의 사료 값이 60% 가량 뛰었다.

업체 대표이사 또는 부문장들은 ‘사목회’라는 사모임을 통해 가격 인상·인하폭에 대해 협의했고, 만남은 주로 골프장 등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급 모임에서 합의된 내용을 토대로 각사 임원 및 실무진은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해 최종 가격을 결정했다.

업체 사장단은 사료협회 이사회 소속으로 대부분 특정대학 선후배 사이이거나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자연스럽게 가격을 논의할 수 있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그 결과 담합에 가담한 11개사의 배합사료 가격은 유사한 시기에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인상·인하됐다. 가축사료 시장은 연간 10조 2000억원 규모로 이들 업체의 관련 시장 점유율은 43%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담합기간 동안 국내 가축사료 가격도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돼왔다.

공정위는 “앞서 하림은 닭고기 가격 담합으로, 대한제당·삼양사·CJ 등은 설탕·밀가루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경험이 있어 모임 일정 및 결과 등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아 적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하림 계열사 팜스코 관계자는 7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정위에 ‘사료 시장이 담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는 소명 자료를 제출했으나 공정위와 사측과 상의한 의견이 일부 있어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라며 “팜스코 또한 법원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원재료를 100% 수입하는 사료 시장에서 업체들이 함께 모여 구매하기 때문에 원가를 차지하는 원재료 값의 등락이 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장단의 사모임은 가격 담합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의 영업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가격 등의 정보를 활용하기 위한 자리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은혜 기자  iamgrace.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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