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안은혜 기자]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업무추진비로는 매달 수백만원씩 사용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 3년 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며 부채비율을 키워오고 있다.

지난 2012년 매출액은 6104억원, 영업손실은 2074억원, 당기순손실 1988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매출액이 5962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938억원, 2877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6475억원, 영업손실 2760억원, 당기순손실 2658억원을 기록했다. 공사의 부채비율은 2012년 18.63%였던 것이 2013년 21.73%, 2014년 24.62%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매달 ‘식당’에서 수백만원씩 업무추진비가 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만경영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임원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금액은 월 평균 330만원 이상이다. 적게는 월 164만원에서 많게는 479만원을 사장 및 감사, 각 부서의 본부장급 직원이 사용한 것이다.

특히 간담회, 업무협의, 대책논의 등을 위해 집행 된 업무추진비가 대부분 ‘식당’에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나 의구심을 감출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업무추진비는) 매년 행자부에서 내려주는 예산편성 기준에 따라 사용되고 있다”며 “법인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매출액에 따라 업무추진비 금액 책정이 이뤄진다. 공사의 경우 1억740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올해 예산편성을 1억6200억원으로 했기 때문에 오히려 많이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매년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월 업무추진비를 수백만원씩 써야하느냐는 질문에는 “어차피 접대비는 더 돈을 벌기위해 쓰는 것이기 때문에 당기순손실 부분은 상관없이 매출액에 몇%를 쓰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사용하는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원들의 업무추진비는 대책논의, 업무협의 등의 목적이 아닌 영업을 위한 접대비였다는 공사 측의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도시철도공사는 특정 사업 부문의 자회사를 설립해 수의계약 방식으로 100% 내부거래를 하고 있어 ‘공기업이 영세 기업들의 기회마저 뺏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자회사는 전동차정비·소방시설관리·기지경비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엔지니어링과 청소용역 및 미화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등 2개다.

두 곳 모두 서울도시철도공사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서울도시철도엔지니어링은 최근 3년 간 서울도시철도의 일감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지난 2012년 매출액은 153억원, 2013년 167억원, 2014년 155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은 3년 모두 100%였다.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역시 마찬가지다. 2013년 설립된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은 그 해 매출액 323억원을 달성, 2014년 매출액 459억원을 기록했으며 내부거래 비중이 100%였다.

수조원에 달하는 시민의 혈세로 설립된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자회사에 100% 일감을 몰아줘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내부거래를 하고 있는 것은 ‘영세 기업 밥 그릇 뺏기 아니냐’는 여론의 지적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사와 자회사는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 자회사가 공사 외에 외부 공공기관에 입찰해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공사가 자회사와 법률근거에 의해 수의계약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시민고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전동차정비의 경우 기존 용역회사와는 달리 효율적인 면을 위해 자회사인 서울도시철도엔지니어링과의 협력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해당 자회사에는 공사에서 희망퇴직 한 전동차 정비 전문가 출신과 관련 자격증이 있는 신입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도시철도엔지니어링이 설립된 2008년 공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발생한 희망퇴직자들이 많이 자회사로 이동하게 되었다는 것이 공사 측의 설명이다.

또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역시 1, 2년마다 바뀌는 용역업체로 인해 발생하는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환경, 처우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와 함께 논의해 2013년 자회사로 설립한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라기 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해결책으로 인해 설립된 두 자회사의 설립 배경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입장이다.

 

안은혜 기자  iamgrace.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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