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여성 파워인터뷰
노경실 아동문학 작가 “글 쓰는 사람, 전생에 나라를 12번 구한 사람”
이근하 기자 | 승인 2015.08.28 08:20

[여성소비자신문 이근하 기자] “내가 경험하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아동문학계의 저명한 노경실 작가는 문학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노 작가는 1982년에 신춘문예에서 동화로 등단하고 10년 뒤 소설로도 등단했다.


하지만 그는 소설보다 동화를 쓸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모든 면을 파헤쳐야 하는 소설은 그를 힘들게 했다. 결국 그는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시선을 돌려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동화를 출간해오고 있다.

노 작가는 매일 가방 속에 사탕을 지니고 다닌다.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아이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써내려간 글을 통해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 특히 음지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 같이 글로써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노경실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글쓰기, 아이들이 최고의 영감

노경실 작가는 신춘문예에 소설과 동화 모두 당선돼 등단했지만 개인적 배경으로 어린이‧청소년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18살 때 동생 4명 중 8살 여동생과 동시에 급성폐렴에 걸렸다. 당시에는 급성 폐렴으로 많은 사람이 죽을 때였다. 고등학생인 나는 병을 이겨낼 수 있었지만 어린 동생은 5일 정도 피를 토해내다가 내 품에서 숨을 거뒀다. 내가 지상에서 기억하는 내 동생의 모습은 영원히 초등 1년의 어린 여자아이다. 그것이 평생 트라우마로 남아 어린아이, 특히 소외된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졌다.

동생과 어린 아이들에게 위로를 전달하는 글을 쓰고 싶어 동화를 써왔고 그 과정에서 내가 행복했다. 아이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고 보면 된다. 가는 곳마다 있는 모든 아이들의 손짓, 발짓에 마음이 움직인다. 단적으로 지금 조인성과 아이가 함께 걸어들어 온다 해도 아이에게만 눈이 갈 것이다”

미혼인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태교 및 자녀교육에 관한 도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 분야의 글을 쓸 수 있는 기본적인 경험이나 지식을 얻는 방법을 묻자 “결혼도 안하고 자녀도 없는 나에게 그것들은 결핍의 대상이다. 그러다보니 밖의 아이들에게 더욱 집중하게 된 것 같다. 매일 새벽 3시에 눈을 뜬 뒤 가정 및 청소년 관련 기사들을 모두 스크랩한다. 그 중 중요 기사들을 골라 전문가나 기자들을 통해 심도 있게 연구, 관련 지식들을 얻는다. 또 20여 년 간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해온 강연들을 통해 간접적 경험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이 왜 필요한지’, ‘인문학은 왜 중요한지’, ‘엄마 마음에 관하여(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슬로우 리딩’ 등 4가지 주제로 수십 년간 강연을 진행해왔다. 그 기간 동안 봐온 아이들은 각각 시대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분명 아이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사랑받기를 원하고 개구지고 놀고 싶어 한다. 다만 이런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90년대에는 형편이 어려웠지만 아이들 주변에 친구도 어른들도 많았던 반면 현재는 아이들을 보살펴 줄 수 있는 진정한 어른들이 없다. 지금 아이들은 교육받은 스킬이나 지식들로 욕구를 채운다. 요새는 인성마저 학원에서 배운다고 한다. 아이들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시대적 상황이 아이들을 변화하게 하는 것이다”

이어 그는 부모들의 자녀 교육법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엄마들은 그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강조하면서도 일반 지식만 가르치고 있다. 인문학은 해석하는 힘이다. 인문학이 바탕이 돼야 아이들이 겪는 인간관계 및 사회생활 등 수 많은 문제들을 해석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신화와 문학을 통해 진정한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초등 4년부터 학습도서에 치중한다”

   
 

◇작가, 글을 통해 독자를 어루만지는 사람

“글 쓰는 사람은 전생에 나라를 12번 구한 사람”이라는 노 작가는 35년이 넘는 활동기간 동안 단 한 번도 회의를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글을 쓰면 늘 행복했다. 중‧고등학생 강연을 가면 직업으로서 작가의 장점을 묻는 이들이 많다. 첫 번째는 은퇴가 없다는 점이다.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나이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내 생명이 다하는 날 까지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책을 통해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위로하며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하는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 줄만으로도 독자의 심장이 ‘쿵’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한편 그는 작가 외에도 ‘소리책 나눔터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등 을 역임하며 작가의 역량을 사회공헌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 도서관협회 독서전문위원, 고양시 도서관 정책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가난한 동네 아이들은 본인들의 옷이 더러워 도서관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들이 마음껏 도서관의 책들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작가회는 책을 통해 사람들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작가들이 힘을 모으는 곳이다. 일례로 진도의 어린이들이 ‘책 짝꿍’ 프로그램으로 작가와 1대 1로 매칭 되면 해당 아이에게 1년 간 책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외에도 시각장애 어른들 200여명과 함께 매년 문학탐방을 하고 노숙인들에게 글쓰기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그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할 일이 많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을 묻자 “작가로서는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옙스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소설은 가난한 사람을 통해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동시에 이야기 하고 있다. 나 역시 도서와 강연을 통해 어린이와 엄마들의 삶에 변화를 주고 싶다. 그들이 흘리던 눈물을 닦고 쓰러져있던 무릎을 일으키며 위로받기를 바란다. 향후에도 현재와 같은 길을 똑같이 걷도록 하겠다”며 웃음지었다.


이근하 기자  5dlrmsgk@naver.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근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