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을 대체할만한 물질 개발이 시급해 보이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모유를 먹는 신생아 8%가 내분비계 장애 추정물질의 일종인 환경호르몬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에 과다 노출되고 있다는 것.

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팀이 서울 등 전국 4개 도시 5개 대학병원에서 분만한지 1개월 된 산모 62명의 모유에서 DEHP·DnBP 등 환경호르몬 물질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DEHP는 장난감 등 플라스틱 제품을 유연하게 하는 가소제로 널리 사용되는 물질로, 사람에게 암이나 생식기능 장애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약 20년 전 대형 식품 파동을 일으켰던 물질로도 유명하다. 당시 유아용 분유에 DEHP가 들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국이 들썩인 바 있다.

연구 결과 신생아가 모유를 통해 매일 섭취하는 DEHP의 양은 아이의 체중 ㎏당 0.91∼6.52㎍ 수준이었다.
신생아는 또 모유를 통해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DnBP(디니트로부틸프탈레이트)를 하루에 자신의 체중 ㎏당 평균 0.38∼1.43㎍씩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모유를 먹은 62명의 신생아 중 5명은 하루 섭취 제한량을 초과하는 DEHP를, 4명은 DnBP를 섭취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에서는 DnBP에 임산부가 과다 노출되면 태어난 아이의 지능지수가 또래보다 6∼7점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전문가는 이번 연구결과를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프탈레이트는 산모가 약간만 주의해도 아이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산모가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랩 등 1회용 식품포장과 전자레인지를 이용한 조리를 줄이면 모유 내 DEHP·DnBP 등 프탈레이트 함량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것.

앞서 정부는 식품 용기에서 프탈레이트 사용 금지와 함께 플라스틱 완구·어린이용 제품에서 DEHP·디부틸프탈레이트(DBP)·벤질부틸프탈레이트(BzBP) 등 프탈레이트 3종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프탈레이트를 비롯해 비스페놀A·노닐페놀 등 환경호르몬 의심물질들은 계속해서 안전성에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가 환경호르몬 대체물질 개발에 나섰다. 향후 내 아이에게 마음 놓고 모유를 먹일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서유리 기자  yulee@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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