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이근하 기자]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보편화‧가속화 되고 있다. 이에 여성들의 권리가 신장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일과 가정 양립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제도와 인식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CEO로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이가 있다. 여성의 이미지로는 연상되기 어려운 건설업계에서 특유의 포용력과 결단력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는 (주)임광아이앤씨(이하 임광) 박찬재 대표가 그 주인공.

건설업계 여성 CEO에 이어 박 대표는 지난 4월, (사)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이하 여경총) 11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여경총의 회원들이 협회 소속만으로도 든든함을 느낄 수 있는 집이 되고 싶다”는 박 대표는 여성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음지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현장에서 뛰는 오너, 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성위주 건설업계로 도전, 그 만의 성공전략

박 대표의 사회생활은 일찍이 시작됐지만 건설업을 직접 운영한 것은 10년째다.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한 그는 기아산업 영양사로 사회에 발을 내딛었다. 그 후 형부가 운영했던 뉴월드건설에서 일을 돕던 중 경기도 시흥시 정왕역 부근의 개발 전 현장을 보게 됐고 그것이 그의 전환점이었다.

“황무지에 전철이 들어서고 신도시로 발전하는 개발 상황을 보니 나 역시 이런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형부를 만나지 않았고 그 개발 현장을 방문해 황무지를 보지 않았더라면 혹은 신도시와 상권이 형성된 이후 모습을 봤더라면 현재의 저는 건설업에 없었을 것 같다. 주변의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다. 다만 결단력이나 추진력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 같다. 저는 ‘이것이다, 이 때다’ 싶으면 뛰어드는 성격이다. 도전의식이 지금의 저를 탄생시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성 위주의 문화인 건설업에서 10년을 버틴다는 것은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박 대표 역시 나름의 고충이 있었지만 그 만의 방식으로 헤쳐 나갈 수 있었다. “10년 전 당시는 ‘여성이 하면 얼마나 잘하겠어’라는 의구심이 많을 때 다. 나 스스로 ‘나는 여자니까’라는 인식을 버려야 여성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성에 관계없이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정확도 측면에서 남성보다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시작부터 결과물까지 일관되게 보여줬고 그에 따른 임금을 정확히 지불했다. 더불어 여성의 장점인 모성애로 현장 직원들을 포용하고 마음을 헤아려 줬다. 특히 매일같이 현장을 방문한 것도 한 몫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명절을 제외하고 늘 현장을 찾았다. 이런 점들이 직원들에게 믿음과 안정감을 제공, 동기부여 하기에 충분했고 10년 째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들이다.”

예기치 못한 재정난에 시달린 순간도 있었다. “건설업에 뛰어든 지 1년 반 정도 지나고 수십억 원을 잃은 적이 있다. 집 한 채 짓는다는 자체가 정말 좋아서 공사비 하달과정의 위험성을 전혀 인지를 못한 것. 제가 하청업체에게 자금을 전달했는데 그 하청업체가 중간에서 가로챘다. 공사는 이미 80% 정도 진행된 상태였고 현장 인부들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너무 큰 위기였지만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 분들을 포함해 문제를 일으킨 하청업체 직원들까지 다시 안았다. 복리로 위험 수준이었지만 하루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그 분들을 외면할 순 없었으니까. 그 분들과 사업을 다시 시작해 아웃소싱을 했던 과거와 달리 모든 것을 직영했다. 굉장히 많은 수업료를 낸 셈이다. 당시에는 큰 위기였지만 그것 역시 저를 단단하게 만든 기회가 아니었다 싶다.”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회장, 나누는 삶 추구해

여경총 11대 회장으로 취임한 박 대표는 무엇보다 회원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10년 간 사업을 하면서 성공한 이유는 내 직원들을 자식처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경총 역시 회원 위주로 그들이 소속 자체만으로 든든하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집, 따뜻한 집, 힘이 되는 집’이 되고 싶다.”

이어 그는 일‧가정 양립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여경총의 역할을 강조했다. “어느 날 큰 아들에게 진로 문제에 관해 잔소리를 했더니 ‘엄마는 내가 아니잖아, 엄마는 나보다 직원과 회사를 더 생각하잖아’라고 답했다. 마음이 굉장히 아팠다. 사실이었으니까. 양립은 분명히 어렵다. 최근 노동부가 주최한 ‘일가양득 페스티벌’에 다녀온 뒤 ‘과연 나는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했다.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가 양득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에 여경총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교육해 바람직한 방향성을 설정해주고자 한다.”

봉사 역시 박 대표가 추구하는 여경총의 목표이자 방향이다. 사실 그가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회사의 인지도 향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나자 봉사를 통해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봉사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로 했다.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이 나눌 수 있게 만드는 것.

“현재 여경총은 미혼모를 위한 봉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이 부분을 더 부각시켜 음지에 있는 여성들을 양지로 이끌어 주고자 한다. 가진 것이 많아서 나누는 것이 아니다. 진실된 마음으로 베푸는 자세가 중요하다.”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바른 삶을 살아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박 대표, 그는 모든 것에 ‘진정성’을 강조했다. 여성 사회인으로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에게 청년들을 향한 한 마디를 부탁했다.

“정확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내가 왜 성공하고자 하는지, 왜 돈을 벌고자 하는지 목표의 이유 역시 정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내가 힘들 때 다시 일어 설 수 있다. 단 배려심이 전제돼야 한다. 나만 올라가려는 사람은 금방 부서진다. 항상 넓은 마음으로 배려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넉넉해지는 방법이다.”

이근하 기자  5dlrms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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