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가 문턱을 손으로 치며 “에끼 나쁜 것, 왜 거기서 우리 아기를 넘어뜨렸어” 하고 문턱을 꾸지람하고 나면 아기는 곧바로 울음을 그친다. 

요즈음 우리 사회가 온통 걸음마 배우는 아기들만 있는 것 같다. 내 잘못이나 허물은 없고 남이, 사회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남의 탓 타령이다.

정계와 재계를 난장판으로 몰아가고 있는 경남기업 뇌물파동에 이어 건강식품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가짜 백수오 파동 역시도 문턱이 아기를 넘어뜨린 남 때문에 생긴 일이란다.

국내 백수오 공급업체인 내츄럴엔도텍에서 공급하는 백수오 원료에 식품사용허가도 받지 않은 이엽우피소가 혼합되어 있어서 백수오 관련 제품이 가짜라는 소비자 단체의 발표가 있었다.

그 결과 내츄럴엔도텍은 물론 많은 건강식품산업 및 관련기업의 주식이 폭락하는 등 엄청난 경제적 파장을 몰고 왔다.

내츄럴엔도텍은 우리나라 지식경제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에 선정되었고, 미국에서 ‘자연식품박람회 최고과학상’을 수상한 전문 바이오기업체로서 백수오 추출물로 우리나라 건강식품산업의 성장을 주도하던 코스닥 상장 기업이다.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 단체의 조사결과가 잘못된 검사방법에 따른 것이므로  소비자 단체를 고발 조치하겠다고 나섰다. 그 증거로 감독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검사결과에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감독기관인 식약처는 처음에는 백수오제품에 이상이 없다고 했다가 재검사결과 이엽우피소 혼입으로 밝혀지자 이번에는 이 혼입물질이 중국등지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것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발표하였다.

마치 우는 어린애가 넘어진 것이 문턱 때문인양 넘어진 업체편을 두둔한 셈이다. 이러한 식약처의 발표를 근거로 백수오 제품 제조 및 판매업체들은 구태여 제품을 환불할 필요가 있겠냐며 책임전가를 하다가 백수오제품은 물론 건강식품 전반에 걸친 불신과 판매 급락으로 위기에 몰리자 마지못해 환불을 결정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우리나라 건강기능성 식품산업계는 물론 이를 감독하는 정부부처의 수준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건강기능성 식품산업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인구구조가 노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건강에 대한 욕구증대와 식품의 생체기능조절에 대한 기대로 건강기능성식품의 매출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매출액을 보면 1996년에는 약 650억 달러이던 것이 2003년에는 1152억 달러로 연평균 성장률이 10%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여 왔다.

즉 2004년 건강기능성식품 법률이 공포되었고 그해 매출액이 약 2500억원 이였는데 2013년에는 1조7920억원으로서 10년이 채 안된 기간에  7배 이상 시장이 커졌다.  최근 국내 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에서도 이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한 것이다.

문제는 건강식품산업이 빠른 성장으로 덩치만 커졌지 제대로 걸을 수 있는 운동신경도 의식수준도 미숙할 뿐만 아니라 이를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책임을 맡은 정부부서 또한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모두의 미숙함이 들어난 것이다.

이번 가짜 백수오 파동을 겪으며 많은 소비자들이 건강기능성 식품에 대한 회의와 불신의 벽이 높아진 것은 어쩔 수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할수록 산업계나 정부는 가짜 백수오 파동처럼 넘어지고 상처 입은 성장통을 교훈삼아 건강기능성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전 세계적인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서 재기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관련 산업계나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잘못을 솔직하게 사과하고 손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산업계는 철저한 품질경영으로 불량제로(Zero defect)를 위한 경영목표와 전략을 세워 실행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식약처에서는 좀 더 인력을 보강하여서라도 연구와 검사를 강화하고 제도상의 허점을 제거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 상당기간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사용했던 마황이 문제를 일으키자 사용금지를 내린 것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약국이 아닌 슈퍼마켓이나 건강기능성 식품전문점에는 건강기능성식품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영양상담사를 배치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무분별하고 과다한 건강기능성식품 섭취를 막도록 제도적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튼 이번 백수오 파동을 계기로 우리나라 건강기능성 식품산업이 이제는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이 단계를 벗어나 뜀박질 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건국대학교 강창원 명예교수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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