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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3세 구본현, 회삿돈 횡령하다 아버지와도 등돌려
고승주 기자 | 승인 2012.07.25 17:03

드라마에서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재벌 3세.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최근 LG그룹에서 3세의 부정비리가 들통나 법에 의해 처벌됐다. 대법원 2부는 7월 9일 직계 3세인 구본현씨에게 주가조작 및 횡령의 혐의로 징역 3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한때 신소재 업계의 혜성이었던 구본현씨는 주가조작과 비리, 횡령으로 회사를 운영하다 법정에 서게 됐다. 그리고 아버지 구자극 엑사이엔씨 전 회장이 아들이 남겨둔 부채를 대신 변제하는 등 곤욕을 치러야 했다.

   
 

신소재 관련 매출실적 부풀리고 주가 조작
거짓 공시보고 투자한 소액투자자들 승소 여부는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횡령 등으로 수백억원을 빼돌린 LG가(家) 3세 구본현씨에게 징역 3년이 내려졌다.

지난 9일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증권거래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된 구본현 전 엑사이엔씨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됐다.

재판부는 유가증권신고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하고 부당한 이득을 얻고자 회사 홍보자료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했다.

구본현씨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조카이자 구자극 전 회장의 아들로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의 주가를 조작해 139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또 직원 명의로 대출금을 끌어다 쓰는 것처럼 속여 765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는 일부 혐의가 무죄로 인정돼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이번 대법 판결로 구본현씨는 명실상부한 범죄자가 됐으나 그 여파는 아직 남아 있다. 주가조작으로 손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신소재 사업의 정체는 거짓말

엑사이엔씨가 탄생하게 된 데에 대해선 구본현씨의 기여가 컸다. 2004년 10월 아버지 구자극씨와 아들 구본현씨, 두 부자는 각각 회장·사장으로 엑사이엔씨 공동대표이사가 됐다. 처음부터 구씨 부자가 엑사이엔씨와 연을 맺었던 것은 아니다.

아들 구본현씨는 1998년 외환위기로 휘청대던 예림 인터내셔날을 인수했다. 이후 구본현씨는 2004년 7월 아버지 구자극씨가 대표이사로 있던 이림테크를 인수합병해 2004년 10월 우회상장해 엑사이엔씨로 코스닥업체로 등록해 현재의 기틀을 갖추었다.

형식상으로는 공동대표이사로 등록되었지만 엑사이엔씨의 실질적인 소유주이자 경영주는 아들 구본현씨였다. 예림 인터내셔날을 인수한 것도 구본현씨였고 아버지에게 인수합병을 제의한 것도 구본현씨였다. 2004년 당시 구본현씨는 엑사이엔씨 지분보유율 18.25%로 최대주주였다. 아버지이자 회장인 구자극씨가 보유한 지분은 6.59%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들(구본현)이 하겠다고 하니까 아버지(구자극)가 사업을 도와주는 형식이었다. 1998년 예림을 인수했을 때도 이림테크와 합병했을 때도 그랬다. 경영은 구본현씨가 경영을 하고 구자극씨는 지원만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부자의 연에 금이 갈 일은 없었다.

문제는 구본현씨가 신소재 사업에 투자하면서다. 당시 신소재 사업은 촉망받는 고부가가치 사업이었다. 현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등이 신소재 사업의 산물이란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다만 그 산업들은 모두 하나의 희귀원소에 의해 명줄이 보존되고 있다. 바로 인듐이다.

인듐은 오늘날 스마트 기기를 통해 누리는 혜택을 가능케 한 장본인이었지만 업계에선 수급에 골치 아픈 원료였다. 생산량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는 지라 툭하면 중국 정부 정책에 의해 가격이 널뛰기 하듯 뛰어 올랐다. 한국자원광물공사 자료에 따르면 인듐은 2004년 한해에만 하더라도 무려 17배 이상의 가격이 뛰었다.

문제는 가격만이 아니었다. 중국정부가 인듐을 포함한 희귀금속 산출을 관리하면서 산출량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자 업계에선 골치 아픈 인듐보다 이를 대체할 신소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인듐을 대체할 꿈의 신소재, 그것이 바로 탄소나노튜브다.

2007년 구본현씨는 탄소나노튜브 및 신소재 전문개발기업인 나노텍을 인수하면서 공시를 통해 깜짝 발표를 했다. 탄소나노튜브의 개발은 물론 상용화까지 이루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이 뒤따랐다. 나노텍엔 탄소나노튜브 상용화 사실이 없었다. 또한 단순히 개발업체를 인수한다고 해서 곧바로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장담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증권가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나노텍이 탄소나노튜브 상용화에 성공단계에 올랐고, 이 사실을 미리 안 구본현씨가 인수했다는 것이었다.

<여성소비자신문>과 인터뷰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에 성공해도 이 신소재를 균등한 품질로 생산할 수 있어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제작단가도 맞춰야 하고 성능도 이전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 그래도 문제는 있다. 아무래도 인듐으로 만든 부품과 성분이 다르다보니 해당 기기와 궁합이 맞는지도 따져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전부 쉬운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명확한 사실은 없었다. 투자자들은 오직 구본현씨의 말을 가지고 진위를 파악해야 했다. 인수 당시 엑사이엔씨에서 탄소나노튜브 상용화에 성공한다는 소문은 주식시장에 쫙 퍼졌다. 2007년 상반기까지 4000원선이었던 엑사이엔씨 주가는 2007년 7월 20일 9000원선으로 펄쩍 뛰어 올랐다. 급기야 2008년 2월 초부터 13000원대를 돌파하더니 2008년 4월 21일 엑사이엔씨가 탄소나노튜브 발열체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는 발표 이후 한동안 9000~1만원선을 지켰다.

그러나 신소재의 꿈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법원을 통해 매출 실적, 상용화 사실이 모두 주가조작을 위한 장단 맞추기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구본현씨는 합병하는 과정에서 탄소나노튜브를 상용화했다고 허위정보를 유포했고, 인수를 위한 증자를 통해 확보한 투자금도 원래 목적이 아닌 부채상환에 썼다. 그러면서 외부감사를 방해하고 허위내용을 공시했으며 주식시세를 조종했다.
 
구본현씨가 주가조작으로 얻었다고 추정되는 부당이익분은 253억원. 이중 본인이 챙긴 것이 139억원이고 나머지 114억원은 지인들에게 이득을 보게 했다. 또 직원대여금 형식으로 회사 돈 765억원을 빼돌린 혐의와 회사 약속어음을 개인채무 담보물로 제공하는 등 각종 비리도 추가로 저질렀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엑사이엔씨 주가는 급락, 2011년 9월에 들어서서 1000원선도 방어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가 매출이 오르면서 올해 1000원선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소액투자자 줄소송 이어져
 
비리로 부풀린 신소재사업은 부자 사이마저 갈라놓고 말았다. 2010년 2월 구본현 씨는 대표이사직에서 자진 사퇴하고 그 뒤를 이어 아버지 구자극씨가 단독대표이사로 올랐다. 회사 공시에는 별다른 사유가 써 있지는 않았지만 당시 구자극씨는 구본현씨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가압류 신청까지 넣었다.

구본현씨로 인해 발생한 부채는 구자극씨가 모두 변제를 마쳤지만, 여전히 대여금 반환 관련해서 소송이 어이지고 있다.

그러나 구자극씨도 소액주주들의 규탄과 아들의 부정으로 인해 2011년 7월 6일 엑사이엔씨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엑사이엔씨 발표를 믿고 이 회사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소액투자자들은 2011년 8월 구자극씨와 구본현씨, 회사 임원과 법인을 대상으로 1억8000만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처음에 김 모씨 등 소액주주 십 여명으로 시작했던 소송은 현재 22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들은 재판부는 7억2000만원에 이르는 3건의 소송에 대해 약 1년에 걸쳐 공판을 진행했고 지난 13일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선고기일을 다음달 10일로 변경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구본현씨의 주가조작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승소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태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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