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이근하 기자]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차지를 위해 업체 간의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지난 7일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 서울 시내 면세사업 면허 취득경쟁에 뛰어들었다. 현대산업개발이 호텔신라와 공동출자를 통해 'HDC신라면세점(주)'를 신규설립해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면세점의 경우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관광객의 급증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유통업계의 신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 2010년에 4조 5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 해에는 8조 3000억원을 달성하며 매년 급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 대형 유통사들은 면세점 사업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에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 역시 각각의 강점을 결합, 최고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관세청이 제시한 면세점 선정 평가기준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영능력(300점), 관리역량(250점), 주변 환경요소(150점) 에서 각자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합작 사업 제안은 올 3월 초 현대산업개발이 먼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1월 간담회를 통해 용산 아이파크몰에 면세업 진출을 선언, 용산의 지리적 강점을 설명하며 국내 파트너십 협업 계획에 대해 밝힌 바 있다. 

현대아이파크몰 관계자는 "해당 사업 진출과 관련해 자사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파트너를 모색하는 방안 두 가지를 고민했다"며 "이후 호텔신라와 자사의 결합 효과가 완벽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제휴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내세운 용산의 경우 서울 정중앙에 위치하며 최근 개통된 KTX 호남선, 1·4호선, ITX, 경의중앙선 등이 지나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이 같은 입지우위조건이 호텔신라 측에 솔깃한 조건으로 판단된 것. 호텔신라의 경우 수십년간 면세점 운영을 통해 경영능력을 인정받았으나, 호텔부지 외에 별다른 부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아 사업장 위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용산은 교통적인 부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계속 개발 중이다 보니 관광인프라를 구축하기에 좋다"며 "기존 면세점이 밀집된 강남, 중구와 달리 차별화된 입지요건과 전자상가 및 주변상권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기업결합에 대해 두 회사가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윈윈 모델'의 전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까지도 논란이 되고있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서 벗어나 재벌가 2·3세 경영인들이 기업 상생을 택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후에도 대기업 상생의 기조에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현재는 공정위 기업 결합 신고만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협업이 진행될 지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한화그룹·신세계그룹 등이 잇따라 시내 면세점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롯데면세점 역시 최근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혀 면세점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근하 기자  5dlrms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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