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대출자 학력에 따라 일부 대출을 거절하거나 대출이자를 더 받아내는 식으로 차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3일 발표한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신한은행 일선지점들은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책정할 때 고졸 이하 대출자는 13점을 준 반면 전문대 졸업자 38점, 대학 졸업자 43점, 석·박사 54점을 부여하는 식으로 학력이 낮으면 더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거나 대출을 거절했다.

은행 측이 저학력자가 고학력자보다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고 자체분류한 것으로, 고졸자 신용평점은 석·박사의 4분의 1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직업이나 급여 등을 통해 충분히 신용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 학력부분을 따로 부가해 차등 금리를 이중으로 부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력차별 신용평점은 대출승인 여부와 대출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만 1만4138명이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돈을 빌리지 못했다. 이들이 신청한 대출금은 1241억원으로 파악됐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5만1648건의 개인신용대출 취급 건 중 48.7%인 7만3796건(대출금액 2346억원)가 학력 요인으로 신용등급이 낮게 평가된 탓에 돼 17억 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은 학력을 평가요소로 포함시킨 신용평가모형을 이용한 것은 금융감독원이 평가모형의 적정성의 검토하고 이를 승인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금감원은 2008년 4월 승인을 내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금감원도 지도 책임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제출한 신용평가 모델에서 부도확률이 적정한지만 따질 뿐, 학력 등 구체적인 평가 항목까지 들여다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판단력이 개인신용평가 모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을 처음 이용하는 고객에 대해 성향이나 신용정도를 알 수 없어 처음 6개월간 한시적으로 학력을 적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전했으나 감사원은 추가적으로 금리를 더 부담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지난 2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신한은행은 3월 학력란을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은행이 불합리한 신용평가 항목으로 개인 신용을 낮게 평가해 신용대출을 거절하거나 대출금리를 더 부담하게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금감원은 은행의 신용평가모형이 평가 기준과 적정성에 맞는지 꼼꼼히 검토하고 승인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통합당은 24일 개인신용평가 때 학력이 낮을수록 한 시중은행이 더 많은 이자를 부과한 것과 관련,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신한은행의 어긋난 상도에 대해 지탄을 날렸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은행에서 대출을 하면서 공공연하게 학력차별을 하는 것은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일"이라며 "이런 차별을 받고도 부모들이 고졸 학력에 만족하겠느냐.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계가 돈벌이에 아무리 급급하더라도 사람과 학력을 차별하는 이런 일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이제 학력에 따라 신용이 달라지는 사회가 된 모양"이라며 "국가·사회시스템의 혜택을 받고 있는 대형은행이 국민경제에 기여할 생각은 안하고 학력차별사회를 부추겨서야 되겠느냐"고 시중은행을 비판했다.

이어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들은 사회적 책무를 다해주길 바란다"며 "금융감독기관 등 관계당국 역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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