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계약직으로 가야지 평생고용은 힘들다. 기업들에게 고용유연성을 줘야한다. 대신 해고당할 위기가 있는 만큼 비정규직의 임금을 더 높여야 한다.”

다음 문장은 매일경제가 2월 24일자 종합 3면에 실은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 44대 회장)와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차기 회장직)와의 대담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긴급 좌담’이라 이름 붙인 이 기사의 제목은 다름 아닌 “모든 근로자 계약직으로 뽑아 한국 기업 다시 뛰게 하라”였다. 부당한 해고로 ‘파리 목숨’이 돼 정문을 나서는 국내 비정규직들의 현실을 고려하거나 전혀 반영치 않았다는 비난이 이어져 논란을 일으켰던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해당 보도가 알려지면서 SNS를 비롯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반응들이 줄지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일단 이 교수님들을 계약직으로 전환 추진을”이라는 비난의 댓글을 달았고 “미국에서는 래리서머스가 수장인 위원회가 임금을 높여야 미국경제가 살아난다고 대통령에게 조언하는데, 매일경제는 이런 소리나 하고 있군요. 노동자를 은행에서 돈이나 빌리는 노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들”이라고 쓴소리의 글을 단 네티즌도 등장했다.

헌데, 재미있는 부분이 한 가지 있다. 이들 두 교수의 각각 의견들이 공통분모를 가진 부분이 있는데, 바로 세수 확보 방안과 관련한 법인세 인상에선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이신문 헤드라인 아래 박스 채 들어가 있는 기사를 살펴보면 “법인세 올리면 모든 공장 해외로 도망칠 것”이란 제목이 나란히 달려 있는 것을 발견해낼 수 있다.

이후, 대담 당시 자신의 발언 취지와 무관하게 등장한 기사 제목에 대해 “당혹스러웠다”는 이지순 교수의 답변이 실린 해명 보도가 나오면서 시선은 신문사 쪽에 쏠리게 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지순 교수는 매일경제신문과의 대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것은 좋지 않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른 선진국들처럼 비정규직도 ‘4대 보험이 보장되는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 그렇게 하면서 계약직의 경우는 임금을 올려주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해명했다.

즉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신문사 측에서 ‘모든 근로자 계약직으로 뽑아…’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경제학회장, 서울대 교수라는 권위를 빌어 ‘해고하기 쉬운 나라가 기업하기 쉬운 나라, 기업하기 쉬운 나라가 곧 선진국’이라는 도식을 정당화하려 한 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상 대다수가 알고 있는 진리는 매우 간단한 것이다. 활자는 좌우를 구분 짓거나 어느 편에 설 것의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 활자는 단지 활자로서의 존립 근거를 가질 뿐이다. 중립적인 사실 보도로 저널리즘의 객관성을 지키는 것이 어려워진 요즘, 활자를 ‘윤색’하는 작업이 일상화된다 해 그것의 통용을 정당하다곤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활자에 관한 일반화의 오류를 대다수 국민들이 목격하게 됐다. 물론 독자들은 이따금씩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통해 체득했고, 알게 됐다. 이 오류에 관해 지향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 지양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까지 말이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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