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서유리 기자]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4월은 우리에게 익숙한 꽃들이 잔치를 벌인다.
다채로운 꽃이 주는 즐거움에 봄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장소물색에 한창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봄꽃 명소 대신 다가오는 주말에는 근교 나들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은 매화, 진달래, 벚꽃 등 다채로운 꽃들을 한꺼번에 감상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최적의 도시다. 그중에서도 궁궐에서 맞이하는 봄꽃은 한층 특별하다. 왕의 걸음을 흉내 내며 궁궐의 봄을 누리다 보면 꽃들이 주는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될 것이다.

조선의 으뜸 궁궐 ‘경복궁’

조선 왕조 제일의 법궁 ‘경복궁’은 1395년 태조 이성계에 의해 창건됐다.
동궐(창덕궁)이나 서궐(경희궁)에 비해 위치가 북쪽에 있어 ‘북궐’이라 불렸으며, 5대 궁궐 가운데 으뜸의 규모와 건축미를 자랑한다.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상당수의 건물이 불타 없어진 아픔을 갖고 있으며, 고종 때에 흥선대원군의 주도 아래 7700여칸에 이르는 건물들을 다시 세웠다. 궁궐은 왕과 관리들의 정무 시설, 왕족들의 생활공간, 휴식을 위한 후원 공간이 조성됐고, 왕비의 중궁, 세자의 동궁, 고종이 만든 건청궁 등 궁궐 안에 다시 여러 작은 궁들이 복잡하게 모인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일어나면서 왕조의 몰락과 함께 경복궁도 왕궁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광화문-흥례문-근정문-근정전-사정전-강녕전-교태전을 잇는 중심 부분은 궁궐의 핵심 공간이며,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대칭적으로 건축됐다. 중심부를 제외한 건축물들은 비대칭적으로 배치돼 변화와 통일의 아름다움을 함께 갖췄다.

또한 경복궁에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경회루와 향원정의 연못이 원형대로 남아 있으며, 근정전의 월대와 조각상들은 당시의 조각미술을 대표한다. 현재 흥례문 밖 서편에는 국립고궁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고, 경복궁 내 향원정의 동편에는 국립민속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가장 오랜 기간 임금들이 거처했던 ‘창덕궁’

창덕궁은 1405년(태종 5년) 조선왕조의 이궁으로 지은 궁궐이다. 경복궁의 동쪽에 위치한다 해 이웃한 창경궁과 더불어 동궐이라 불렸다. 임진왜란으로 모든 궁궐이 불에 타자 광해군 때에 다시 짓고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하기까지 정궁 역할을 했으며,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임금들이 거처했던 궁궐이다.

경복궁의 주요 건물이 좌우대칭의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면 창덕궁은 산자락을 따라 건물들을 골짜기에 안기도록 배치해 한국 궁궐건축의 비정형적 조형미를 대표하고 있다. 또한 비원으로 잘 알려진 창덕궁 후원은 다양한 정자, 연못, 수목, 괴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낮은 야산과 골짜기에 원래 자연 그대로 모습을 간직한 채 꼭 필요한 곳에만 사람의 손을 댄 우리나라의 으뜸가는 정원으로, 부용정과 부용지, 주합루와 어수문, 영화당, 불로문, 애련정, 연경당 등을 비롯한 수많은 정자와 샘들이 곳곳에 있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의 궁궐 중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창덕궁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배치가 탁월한 점에서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고종황제의 장수를 기원하다 ‘덕수궁’

사적 제124호의 덕수궁은 본디 왕궁 아닌 월산대군(1454∼1488)의 집이었으나, 1592년 임진왜란 때 왕궁이 모두 불타서 1593년 행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선조임금은 의주로 피난 갔다가 한양으로 환도한 뒤 덕수궁에서 머물렀고, 선조의 뒤를 이은 광해군은 1608년 이곳 행궁에서 즉위한 후 1611년 행궁을 경운궁이라 고쳐 불렀다.

그 후 7년 동안 왕궁으로 사용하다가 1615년 창덕궁으로 왕궁을 옮기면서 이곳에는 선왕인 선조의 계비인 인목 대비만을 유폐시켰다. 1623년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폐위되고 인조가 이곳 즉조당에서 즉의. 창덕궁으로 옮긴 이후 270년 동안은 별궁으로 사용됐다.

1897년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관에 있다가 환궁하면서 이곳을 다시 왕궁으로 사용하게 됐는데, 그때부터 다시 경운궁이라 부르고 그 규모도 다시 넓혔다. 이어 고종 황제가 1907년 순종에게 양위하고 왕궁을 창덕궁으로 옮긴 후에도 덕수궁에 거처하게 되면서 이때부터 고종 황제의 장수를 비는 뜻에서 덕수궁이라 부르게 됐다.

또한 덕수궁은 구한말 비운의 황제 고종이 일제의 압박으로 양위를 강요당하고, 한 많은 여생을 보내다가 1919년 1월 22일 덕수궁 함녕전에서 일제에 의해 독살당해 돌아가신 것으로 알려져 3·1 독립운동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곳이다. 덕수궁에서 지난 날 많은 건물이 있었으나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대한문, 중화전, 광명문, 석어당, 준명당, 즉조당, 함녕전, 덕홍전 및 석조전 등에 불과하다.

자료제공: 대한민국 구석구석,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서유리 기자  yulee@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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