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고객 개인정보 장사로 불매운동, 매각 논란, 실적 부진 등 악재를 치르고 있는 홈플러스가 최근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른바 가격·품질·매장·서비스 등 체질 개선을 위한 ‘4대 혁신안’을 제시한 것. 도성환 사장은 10일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입장을 다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날 도 사장은 전국 점포와 온라인 마트서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500개 신선식품을 소비자 물가관리품목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약 1000억 원의 자체매진을 투자, 연중 상시 고객에게 기존 대비 10~30%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할인행사로 사측 스스로 잘못을 덮으려고 하는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여론의 비난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매장에 홀푸드마켓(Whole Food Market)과 같은 미국 유통모델의 낱개 진열 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고객이 상품의 품질·색·향 등을 직접 확인, 가장 신선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방침을 세운다는 설명이다.

또 ‘품질이 좋지 않은 신선식품은 과감히 즉시 폐기하겠다’는 모토로 신선식품 전문관리직원 ‘신선지킴이’ 500명을 신규 채용키로 했다.

도성환 사장은 신선식품의 연중 상시 10~30% 인하와 관련해 “1주일 혹은 한 달이 지나면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연간에 걸쳐 일관성 있게 10~30%를 내리겠다는 것”이라면서 “현재까진 프로모션을 할 경우 협력회사와 같이 행사를 분담해 진행해왔지만 이번 신선식품 가격인하는 우리 마진을 줄여 판매가를 낮추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잇단 개인정보 유출로 신뢰에 막대한 금이 간 홈플러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오히려 사측의 이미지 쇄신 방침에 여러 시민단체들의 비난 움직임까지 더해졌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홈플러스의 행태(4대 혁신안)는 자신들의 잘못을 할인행사 등으로 쏠리게 해,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고 하는 전형적인 소비자 기만행위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4대 혁신안, 전형적인 소비자 기만행위”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진보네트워크센터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어떠한 대책 없이 혁신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소비자 기만행위”라며 “시민단체가 신청한 개인정보 열람 신청을 지체 없이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과 진보넷은 “지난 10일 홈플러스는 기자 간담회를 열어 주요 신선식품을 연중 항상 10~30% 싸게 판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4대 혁신안’을 발표했다”면서 “그럼에도 2406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도성환 사장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을 다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시간이 지나 사법 판단이 내려지면 저희 의견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이들 단체는 이어 “홈플러스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게 개인정보 유출사실을 통지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선 시민단체가 요구한 개인정보 열람 요구를 지체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홈플러스 노조가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노조원이 든 피켓에 '고객에게 경품사기 나쁜 홈플러스!'라는 문구가 찍혀 있다.

또 “홈플러스는 할인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피해구제를 위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지금도 수많은 소비자들이 불법으로 제공된 개인정보로 인해 스팸성 보험가입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사건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진보넷은 홈플러스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중이다. 소송인단 모집은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

불매운동 속 편의점 인수 의지?

소비자단체들의 잇따른 소송 움직임이 이는 가운데, 도 사장은 이날 4대 혁신안과 함께 한화그룹의 편의점 체인 ‘씨스페이스(C-Space)’ 인수 의지를 밝혔다. 

도 사장은 “편의점 영업에 대해선 인구학적인 변화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편의점 365플러스를 하면서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네트워크를 늘리는 측면에서 씨스페이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도 사장의 인수 검토 발언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씨스페이스를 인수해도 생각만큼의 시너지는 창출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홈플러스의 자사 편의점인 플러스365와 씨스페이스 매장을 모두 합산한다 해도 그 수가 편의점 업계 가운데 꼴찌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전국 220개점에서 플러스365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의 우려 속에서도 도 사장의 의지는 여전히 굳건하다. 도 사장은 “편의점 영업은 물류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물류 흐름을 잘 만들어야 한다”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품에서 얼마나 고객들의 수요에 충족할 수 있는지다”고 강한 인수 의지를 피력했다.

씨스페이스는 현재 한화갤러리아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편의점 체인이다. 100개의 점포수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는 씨스페이스 인수가로 50억~6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지난해 7월경 1호점을 연 신세계의 편의점 위드미는 530여개 매장을 갖고 있다.

한편, 검찰은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 개인정보 712만건과 회원정보 1694만건을 당사자 동의 없이 보험사에 판 홈플러스 경영진과 보험사 간부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법원이 홈플러스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할 경우, 대규모 집단소송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이 배상해야 할 금액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돼 앞으로 후폭풍이 일 것으로 내다보인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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