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지 아시아판이 발표한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인에 선정됐다. 지난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선정이다.

포브스는 “현 회장이 지난해 약 3조3000억원의 자구이행으로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단행하는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며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해 해운, 기계설비, 대북 사업에 주력함으로써 금융시장이 환호했다”고 평가했다.

금강산 관광이 7년째 중단된 상황에서도 관광을 재개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등 남북경협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다. 2003년을 시작으로 현 회장이 현대그룹에 취임한지도 이제 12년째를 맞이했다.

두 차례 경영권 분쟁, 중단된 대북사업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등 그가 일군 성과도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금강산관광 재개 등 대북사업에 꾸준히 활로 모색

우선 현 회장은 현대상선 LNG 운송사업 부문을 당초 자구안보다 4개월여 앞당겨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는 대내외적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현대그룹은 LNG 운송사업부문 매각 우선협상자로 IMM컨소시엄을 선정, 두 달여 동안 실사를 거친 후 4월 30일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자구안을 발표하고 나서 5개월이 채 되지 않아 전 계약을 완료한 셈이다.

이와 함께 현 회장은 그룹 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 대금 449억원을 활용, 현대상선이 보유하던 현대글로벌 지분을 매입하면서 순환출자 구조를 단선 구조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당초 ‘현대글로벌에서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를 지녔었다. 현대로지스틱스가 엘리베이터를 통해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지배하는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그룹 구조조정 일환으로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면서 ‘현정은 회장 일가-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 구조로 바뀌게 됐다. 현대로지스틱스는 본래 보유하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전량을 장외 매도함으로써 현대글로벌이 지분율 15.78%로 현대엘리버이터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지면서 현대글로벌이 명실상부한 현대그룹 지주사로 등극하게 됐다. 현 회장이 현대글로벌 지분을 91.3% 보유한 가운데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가 7.9%의 지분을, 차녀 정영이 현대상선 대리가 0.2%, 막내 정영선 씨가 0.6%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선 이 같은 구조조정 과정에 현정은 회장의 결단력이 한 몫을 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2014년 9월, 현 회장은 이 같은 그룹 내 재무구조를 개선키 위해 본인 사재를 출연하는 결단을 내린 바 있다. 그는 사재 440억원 출연을 통해 현대상선과 현대유엔아이가 갖고 있는 현대글로벌 32.9%를 매입했다.

한편 2014년 말 기준 현대그룹은 1조여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현대상선이 700억 원, 현대엘리베이터가 1400억 원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대북사업에 대한 숙원

유동성 위기 극복에 힘썼던 현 회장은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에도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현 회장은 개성에서 북측 김양건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다. 현 회장은 개성에서 아태 김양건 위원장을 만나 김정은 제1비서 명의의 감사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이에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차츰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 현정은 회장이 김양건 아태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당시 신년사에서 ‘금강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금강산 국제관광지구 등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1월 5일 현 회장은 금강산관광 재개 등 대북사업과 관련된 후속 일정에 대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회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사업 후속 일정에 관한 질문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정해진 건 아직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현 회장은 이미 지난해 북한을 세 차례 방문한 전력이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당시에는 금강산 관광 16주년에 방북해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기자회견 당시 방북 7년간 중단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 현 회장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잘 해결될 거라고 믿고 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게 희망 사항”이라고 답했다.

현 회장은 이어 “최근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현대그룹이 만들어가고 있음을 한순간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현 회장은 오래 전부터 중단된 대북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꾸준히 힘써왔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현 회장은 2009년 현대아산 직원 억류 사건이 터졌을 당시에도 2박3일 일정으로 방북길에 올랐다.

당시 다섯 차례에 걸쳐 북한 체류 일정을 연장하는 기다림 끝에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가졌다. 면담 이후에는 북측 조선아태평화위원회와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 합의 성과도 도출해냈다.

한편, 현 회장은 2006년 작고한 신한해운 회장과 김용주 전방 창업주의 외동딸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의 넷째 딸 중 둘째이다. 1988년 대한여학사협회 재정분과의원, 1999년 대한적십자사 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 등을 거쳐 2003년 현대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1년에는 주한 브라질 명예 영사를, 2013년에는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현 회장은 21세에 현대가와 인연을 맺은 뒤 남편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됐다. 올해는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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