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신한은행 횡령·배임 사건에서 사용처가 불분명한 비자금 3억원의 종착지가 이상득(77)의원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직원이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사용처는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설범식) 심리로 열린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과 이백순(60) 전 신한은행장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비서실 과장 A씨는 비자금의 행방에 대해 묻는 검찰의 질문에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A씨는 "3억원이 든 돈 가방을 사무실에 둔 지 며칠만에 사라졌다"며 "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이 돈의 행방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돈이 이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2008년 1월 신한은행 고위 간부로부터 '3억원이 든 돈가방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고 신 전 행장의 개인 자금과 재일교포 주주자금 등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신한은행 횡령·배임에 실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앞서 검찰은 2010년 신한은행의 횡령 사건을 수사하던 중 당시 이백순(60) 전 신한은행장이 라응찬(74)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지시로 2008년 2월 남산자유센터에서 성명불상자에게 3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확인했다.

이후 검찰은 이 전 행장으로부터 돈을 건네 받은 인물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광범위하게 진행했지만 진술과 물증 등을 확보하지 못해 이 전 행장을 횡령 혐의로만 재판에 넘긴 바 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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