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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의원 “낮은 이의 목소리 꼭꼭 담아 ‘땀의 정의’ 이룰게요”<인터뷰>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최문희 기자 | 승인 2015.03.20 09:37

   
 
[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 “20년 전, 제기동의 전노협(민주노총 전신) 사무실 근처의 한 보신탕집이었어요. 전노협 지도위원은 내게 개고기 한 점을 내밀었지요. 앞으로 처절한 고난의 길을 헤쳐가야 할 노동운동가가 가리는 게 많고 유약하면 되겠느냐며 개고기를 받아먹을 때까지 끝을 보겠다고 했죠. 노동운동판에서 여성이 많지 않았지만 최초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더 했어요. 철은 단련되면 더 단단해지잖아요? 지금 제가 있기 위해 단련된 시절이기도 하니까 별명이 수긍가긴 하는데 사실 전 수줍음 많고 부드러운 사람이에요.”

“대기업, 우리 사회 강자인 만큼 책임도 크다는 걸 인지해야”
기업 윤리경영은 ‘시대적 요구’ 한국기업 ISO26000 도입 촉구

금속노조 사무차장을 역임할 당시 붙었던 ‘철의 여인’ 이란 별명의 계기를 묻자 심상정 의원이 수줍게 답변했다. 대학 시절 공장에 위장취업한 데 이어 노조를 결성, 오랜 수배생활을 겪었던 그가 5백만원 현상금이 걸린 채 저녁 뉴스에 나와 가족을 놀라게 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이후 그는 수십 년 노동운동 시절을 지나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현안들을 다루며 쉴 틈 없는 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삼성 백혈병 문제를 비롯해 소비자 현안에 이르기까지 기자는 ‘시민이 행복한 세상’에 가닿기 위한 대안책들을 심상정 의원을 통해 들어봤다.   

- 무차별적인 인권 탄압이 이뤄지던 시절, 구로공단에 위장 취업해 노동운동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대학 시절, 후배 동생의 이름으로 위장 취업해 들어간 곳이 대성전자였어요. 플라스틱으로 카세트 틀이나 다이얼 같은 걸 만드는 곳이었는데 독성이 매우 강한 화학물질을 다뤘죠. 독한 냄새 때문에 화장실 가서 토한 적도 많고 식사는 조그만 어묵 너덧 개와 김치뿐이어요.

당시 노동현장은 열악하다 못해 처참했어요. 당시엔 노동력을 쉽게 구하려고 산업체 특별학급이란 이름으로 일하면서 공부도 시켜주겠다는 명분으로 열세 살에서 열여섯 살 시골아이들을 데려왔어요.

이 어린 여자아이들이 하루 종일 서서 먼지와 뜨거운 스팀을 쐬며 다리미와 씨름했어요. 오후 4시까지 일하고 야간학교엘 다녀오면 저녁 8시쯤 되는데 가방만 던져놓고 다시 새벽 2시까지 철야를 했어요.

녹초가 된 몸으로 프레스 앞에서 깜박 졸면 손에 프레스에 끼는 아찔한 사고가 한 달에도 몇 번씩이나 일어났고요. 그렇게 병원에 실려 갔던 아이들이 얼마 후 일그러진 손으로 다시 일감을 잡아야 했지요.

하루 13시간을 일하고도 월급은 고작 8만 원, 그나마 3만 원은 겨우 새우잠을 자는 벌집촌의 월세로 나갔어요. 남은 5만 원을 다시 쪼개 동생들 학비와 부모님 약값을 보내요. 순진하고 누구 탓할 줄도 모르는 이런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살아야 ‘민주사회’ 아닌가 싶더군요.”

- 2004년 진보정당 원내 진출을 이루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 금산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07년 ‘삼성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회사전환로드맵’을 공개했다. 거대재벌의 편법·탈법 행위들을 규탄하고 처벌하는 법안들을 발의하면서 겪은 갈등과 성과도 상존하리라 짐작되는데.

“대기업과의 싸움은 삼성뿐만이 아니죠. 최근엔 SK하이닉스 반도체,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의 CCTV 불법 사찰, 강릉 포스코 페놀 유출 사고 같은 환경 문제까지, 상대하는 대기업도 해당하는 범위도 다양해요. 삼성 반도체 문제의 경우, 7년을 매달렸어요. 그 결과 제가 제시한 중재안이 빛을 볼 수 있었는데요.

한번 문제제기하고 돌아서면 결코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러니까 마치 제가 재벌에 나쁜 감정이 있는 것처럼 비춰질 때가 있는데 그런 것은 결코 아니지요. 오히려 대기업들이 공정하게 룰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이 오히려 대기업들이 진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죠. 재벌도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 대기업이 우리 사회의 강자인 만큼 책임 또한 그만큼 크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삼성에 없는 한 가지, 노조

- 2013년 10월 14일 삼성그룹이 작성했다는 151쪽 분량의 S그룹 노사 전략 문서를 공개했다. 노조가 설립될 경우 전 역량을 투입해 조기 와해하고, 노조가 있는 8개사에 대해 해산 을 추진하라는 지침이 포함된 문서였다. 이에 관해 삼성은 여전히 ‘우리가 만든 자료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데.

“2013년 10월 14일이었죠. 제가 JTBC 9시 뉴스 생방송에서 최초로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 했을 당시 삼성은 손석희 앵커에게 ‘2011년 말 고위 임원들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전달해와 방송되기도 했어요.

10월 30일에는 삼성그룹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자신들이 작성한 문건임을 시인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죠. 2014년 1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이 삼성에버랜드에 민주노조 설립을 주도한 2명의 조합간부에 대한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소송에서 조합간부들의 손을 들어준 바도 있어요.

이 판결문은 해당 문건이 “삼성그룹에 의해 작성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정확히 이 문건의 실체적 진실과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죠. 문건에는 이미 삼성에버랜드와 같이 노조 설립을 와해한 사례뿐만 아니라 노조 설립이나 설립된 노조를 와해, 고사하는 범죄 계획과 모의까지도 구체적으로 담겨있어요.

핵심은 문건의 출처가 아니라 부당 행위 사실 여부와 문서 작성을 주도한 이를 밝히는 것이죠. 삼성그룹은 무노조 경영의 시효가 끝났음을 직시해야 해요. 지금껏 지켜 온 무노조 경영이라는 구태를 벗어야 대한민국 노사관계가 바로 설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 삼성은 노조 와해 문제 외에도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반올림이 삼성전자 뇌종양 피해 근로자 4명의 산재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 황유미 씨의 사례와 같이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하루 빨리 회복하기 위한 범국가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범국가적으론 산재가 발생하고 나서 사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춰 기업과 노동자, 정부가 조기개입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어요. 기업은 특히 하청기업보다 힘과 재원이 더 많은 원청기업의 책임을 보다 강화해야 해요.

노동자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사업장 내에서 행사하는 작업중지권,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의 활동 권한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정부는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며, 산재발생 후 감독강화와 처벌만이 아니라 사전 사고예방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노동자의 권리 측면에서 하나 더 제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권고한 바와 같이, 직업성 질병의 업무연관성 입증책임을 재해자에게만이 아닌 사업주와 근로복지공단에도 부과하는 것이에요. 그렇게 되면 재해자가 입증책임에 있어서 전문성과 정보·비용의 비대칭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를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해요.”

기업이 외면하는 또 한 가지, 소비자

- 지난 1월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의 가습기 살균제 판결에 대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꼴”이라며 당시 법을 위반한 기업을 단속하는 국가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공산품은 기업의 자율적 안전관리 대상이고, 국가의 확인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에 대한 법적 수단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국가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죠. 그러나 이는 세 가지 지점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해요.

첫째, 국내기업인 SK케미칼은 2003년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의 흡입독성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옥시싹싹 등 기업들은 가습기 살균제인 PHMG를 거래하면서 물질안전정보(MSDS)를 교환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아 법을 위반했습니다.

즉, 불법을 단속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에 흡입독성의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죠.

둘째, 화학물질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제품의 용도가 바뀌면 독성의 성격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제품 용도변경에 따른 독성평가를 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지적해왔어요.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경고를 무시했죠. 기업의 부담만 가중된다며, 법 개정과 같은 제도개선을 하지 못해 가습기 살균제 재난을 야기시킨 측면이 커요. 이 또한 사전예방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죠.

셋째,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원인을 알고도 7개월이나 지난 후 제품을 수거한 것 또한 예상 위험을 제거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죠.

설사 최초 가습기 살균제 피해발생이 불가항력이라 할지라도, 사고 발생 후 7개월이 지난 후 제품을 수거한 건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하는 국가의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닙니다.”

- 기자는 노동 환경과 소비자 환경의 공통점은 모두 국민이 ‘주체’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기업이 국민의 일할 권리와 안전한 환경을 누릴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이를 개선시키기 위해 기업이 지켜야 할 필수적 윤리경영 지침을 주문한다면.

“해외에선 이미 1950년대 중반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켜 왔어요. 1990년 초, 이미 국제표준을 제정해 기업들이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고요.

2010년 11월 국제표준화기구에서 ISO26000 발표를 통해 지배구조,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운영,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 등 7개 의제별로 약 300개의 실행지침과 권고를 마련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고 있어요.

소비자 이슈 관련해선 공정마케팅, 공정계약,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의 보호, 소비자 불만과 분쟁해결, 소비자 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고요. 이 같은 ISO26000이 제정·발표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한국 기업들이 이를 준수하는 사례는 매우 소수에 불과해요.

대다수 기업은 필요성은 물론 그 내용에 대한 이해조차도 부족한 것 이 현실이에요. 기업의 윤리경영이 시대적 요구이자 국제적 추세라는 점에서 보다 많은 한국기업의 ISO26000 도입을 촉구합니다.”

생활정치가 뿌리내려야

- 사실 심상정이란 이름 석 자는 한국의 대표적 여성 리더십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미 ‘살림적 정치’를 언급하면서 여성 리더십은 시대적인 필수사항이라 밝힌 전력도 있는데.

“지금까지 전쟁과 보릿고개,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등 건설이 중심이 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국민들에게 삶에서 무엇이 해결되기를 바라냐고 물으면, 사교육 없앴으면 좋겠다, 아토피, 어르신 잘 모셨으면 하는 문제 등 대부분 여성들이 도맡아 걱정하다시피 한 과제들이 해결되기를 바라요.

정치가 실제 삶에 천착해야 한다는 것이죠. 국민들의 삶을 바꾸는 생활정치가 이뤄져야 해요. 그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수평적 리더십이고요. 얼마 전에는 여성의 날이기도 했죠. 사실 여성들이 가장 절실하게 경제민주화를 필요로 해요.

여성들도 다수가 고학력자이지만 대학문을 나서는 순간 반값으로 ‘디스카운트’되는 것이 현실이죠. 여성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것이 진정한 경제민주화에요. 특권과 권위주의 리더십의 대척점에서 여성 일자리 문제와 여성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여성 리더십이 시대적 요청인 셈이죠.”

   
 
- 노동운동가로 살아온 세월 속에 ‘엄마’로서의 고분군투도 치열했으리라 짐작된다. 여성노동 현실의 무게도 체감했으리라 미뤄진다. 이 땅의 워킹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본다면.

“우리나라는 직장 내 남녀차별인 유리천장이 선진국 중 가장 높고 남녀 임금격차가 13년째 OECD 국가 중 1위를 이어가고 있어요.

여성들의 월평균임금은 OECD 국가 중 16년째 꼴찌에요. ‘워킹맘’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공공보육 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정치인인 제가 워킹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말하려니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노동운동을 20년 동안 해온데 이어 정치를 하면서 제가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했어요. 아이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죠. 다른 건 다 할 만한데, 애가 말도 잘 못 할 때 친정에 애를 맡기고 일주일에 한 번 보러가던 때는 참 힘들었어요.

어느 날인가 조용히 집을 나서기 전에 애 얼굴을 쓰다듬는데, 그 어린 게 엄마가 가는 줄 벌써 알고 소리도 못 내고 울고 있더군요.  지방 가는 버스 안에서 저도 눈물을 줄줄 흘렸지요.

어느 설문 조사 결과를 보니 워킹맘들이 가장 어려운 점으로,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는 현실, 아이를 돌봐줄 사람구하기, 가정과 회사 모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를 꼽았더군요. 여성 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육아문제로 나타난 겁니다.

우선, 여성노동자 보호를 위한 ‘남녀임금차별시정제도’를 도입해야 해요. 여성이 차별과 폭력을 넘어 당당한 삶의 주인공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여성의 일과 생활 보장이 매우 중요해요.

또 한국형 마더센터 도입 및 지역육아공동체 조성, 국공립보육 50%까지 확충, 아동수당 및 아이간병휴가제 도입, 육아휴직 아빠쿼터제 도입 등 보육제도 개선책 또한 시급한 과제에요.

이와 관련해 저는 2006년 성인지 예산 법률안을 발의해 통과시킨 바 있어요. 성 인지 예산은 정부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평가를 정부의 예산체계와 편성에 반영, 다시 예산 집행과정에서의 영향을 분석·평가해 성별 형평성을 제고하도록 하는 법이지요. 이렇듯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최선을 다해 걸어가겠습니다.

또한 최근 거대 양당이 독점하는 구조인 정치판에서 비정규직, 여성, 서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전혀 대변되고 있지 않고 있잖아요. 기득권 편향, 소모적이고 극단적인 대결정치를 극복하고 다양한 소수의 목소리도 대변될 수 있는 정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애써나겠습니다. 함께 응원해 주실 거죠?”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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