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박영준 기자] “보험사에 민원을 제기하면 소송이 부메랑처럼 돌아옵니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이미 절차를 통해 보험금을 지급받은 경우에도 부당이득이라며 소송을 거네요. 보험금 지급 시에도 한 푼이라도 깎으려는 보상 직원 때문에 투병 중에 고생했는데 이번엔 소송이라니 보험사를 상대하기가 참 무섭습니다. 보험 참 힘드네요.”

한 보험소비자의 하소연이다. 위험에 대비하고자 보험을 들었지만 보험금을 두고 보험사와 소송까지 간다면 보험을 들 이유가 있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물론 보험사들이 보험모집인들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민원, 어려운 보험 약관의 이해 차이에서 오는 분쟁, 블랙 컨슈머들의 악성 민원 등으로 지급사유가 없는 질병이나 상황까지 보험금을 지급해 줄 수는 없다.

불완전판매는 모집인들의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할 문제다. 약관의 경우 보험사가 약관 상 기재된 사항을 철저히 이행하면 된다.

요즘은 보험사들이 약관에 기재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의 원 취지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감독당국의 책임도 있다.

이미 감독당국이 허가를 낸 표준약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위의 경우 분쟁사유가 발생할지라도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다만 보험금으로 이익을 내려고 하는 소비자는 보험사가 철저히 막아내야 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는 보험소비자의 보험료를 기반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악성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은 곧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보험금 지급이 보험료 수입 이상으로 늘어나면 결국 보험료는 오른다.

그러나 최근 보험사들의 소송이 잦아지면서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줄이거나 회피하기 위해 소송을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보험소비자에게 소송을 제기한 건수는 전년보다 70% 이상 증가했다. 소송건수 증가율도 전년에 비해 8배나 급증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손보사들의 소송이 급증한 이후로 다시 소송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손보사들의 위기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이 구조조정 등을 통해서 추후 발생할 경제적인 위기에 대비했다면 올해는 손해보험사 차례다. 손보사들은 제일 먼저 보험금 지급부터 줄여나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지자 당연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까지 줄여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인식한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소송현황을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송제기가 잦은 보험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보험사들의 소송이 크게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소송건수 뿐만 아니라 민사조정 신청이나 승소율·패소율 현황을 포함시켜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국이 만들어낼 결과를 지켜봐야 할 일이다.

소송이 보험사의 권리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보험사는 선량한 다수의 가입자를 보호해야 한다. 부당한 지급사유가 발생한다면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에도 선량한 피해자는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는 이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박영준 기자  jun34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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