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이명진 기자] 추석을 앞두고 재계가 협력사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한 납품 대금을 조기 지급했다.

각종 상여금과 임금, 원자재 대금 등 협력사들의 자금 수요가 몰리는 상황을 고려해 이른 대금 지불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여기에 수 백억원대 온누리상품권 구매 및 온·오프라인 장터 개설을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힘을 보태 ‘상생 경영’과 함께 내수 경기 살리기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통계청이 집계한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기준 98.4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5개월 연속 하락세이자 기준점(100)을 밑돌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던 지난 2021년 2월(98.2)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수 부진에 경기마저 꺾이는 모습이다.

삼성·LG·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매 명절마다 상생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상생 행보’는 최근 내수 경기 불황 장기화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어온 협력사들과 침체된 경기 회복에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8700억원의 물품 대금을 추석 연휴 이전에 조기 지급했다. 이는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동행 철학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앞서 삼성은 올해 설 명절에도 국내 경기 활성화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협력사 물품 대금 2조1400억원 가량을 조기 지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주요 관계사들은 협력사들이 계획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지난 2011년부터 물품 대금 지급 주기를 기존 월 2회에서 월 3~4회로 늘려 지급하고 있다.

물품 대금 조기 지급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E&A, 삼성웰스토리, 제일기획 등 12개 관계사가 참여했다. 이들 기업들은 당초 지급일 대비 최대 15일 앞당겨 지급했다.

삼성은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상생 펀드 및 물대 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상생·물대 펀드 규모는 2010년 2조3000억원에서 시작해 현재 3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협력사들은 조성된 펀드를 활용해 시설투자, 연구개발(R&D) 등 회사 발전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임직원 대상 ‘추석 맞이 온라인 장터’도 열었다. 이번 온라인 장터에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17개 관계사가 참가했다.

삼성은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사내게시판 등을 통한 사내 홍보도 실시했다. 온라인 장터 외 임직원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일부 사업장에는 ‘오프라인 장터’도 추가 마련했다.

LG는 협력사 납품 대금 9500억원을 예정일보다 최대 14일 앞당겨 추석 연휴 전에 지급했다.

LG전자를 포함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D&O 등 총 8개 계열사가 함께했다. 앞서 LG는 지난 설 명절에도 중소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해 1조2500억원 규모의 납품 대금을 예정보다 앞당겨 지급한 바 있다.

LG 계열사들은 협력사가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상생협력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000억원대 협력사 ESG(환경·책임·투명경영)펀드를 신설했고, 현재까지 3000억원대 펀드를 운영하며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는 설비 투자가 필요한 협력사에 400억원을 무이자로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온누리상품권 구매, 생필품 나눔 등을 통한 상생 활동에도 나섰다. LG는 150억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해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힘을 보탰다. 구매한 상품권은 국내 직원들에게 추석 연휴 전에 지급했다. 지역 소외 이웃들에게 생활용품과 식료품 등 생필품도 전달했다.

SK도 삼성·LG와 함께 상생 행보에 동참했다. SK는 협력사 납품 대금 3272억원을 추석 연휴 전 조기 지급했다.

물품 대금 조기 지급에는 SK하이닉스(1210억원), SK텔레콤(1260억원), SK㈜ C&C(400억원), SK실트론(276억원), SK에코플랜트(94억원), SK케미칼(24억원), SK㈜ 머티리얼즈(8억원) 등 7개 관계사가 참여했다.

앞서 SK는 매년 설·추석 전 협력사들의 자금난 해소를 돕기 위해 납품 대금을 선지급해왔다. 지난해 추석과 올 설에도 각각 1676억 원, 2116억 원의 대금을 조기 지급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관계사들은 이미 납품 대금 조기 지급 체계를 갖추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이벤트성으로 단발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협력사 대금 조기 지급을 시스템화해 현행 하도급법 규정보다 빠르게 정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협력사 대금 지급주기는 평균 7일로 나타났다.

SK는 ‘동반성장펀드’를 운용하며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 운용도 지원하고 있다. 동반성장펀드는 시중 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협력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 이자를 감면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SK그룹은 추석을 전후해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약 137억원 상당을 구매했다. 이중 사업장 소재지 지역사회 지원 30억원, 가정 밖 청소년 및 결식아동 지원 5억원 등을 포함, 약 50억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해 지역경제 활성화 및 소외계층 지원에도 힘을 보탰다. 

이명진 기자  mjin04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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