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이명진 기자] 통신사들이 지난 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인터넷 접속 장애에 보상안 마련을 검토 중인 가운데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장애와 관련해 원인조사를 진행한다.

현재 보상책 마련에 나선 통신사업자는 KT와 SK브로드밴드이며 LG유플러스는 배상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대규모 장애가 아닌 만큼 보상 규모는 크지 않겠지만, 향후 기업 분쟁에 따른 책임 공방이 이어질 수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의 인터넷 접속 장애는 무선 공유기(AP)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선 AP는 사무실이나 집 등에서 유선망을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와이파이 공유기다.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도 각각 '특정 제조사 AP 문제'라고 안내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 역시 보안소프트웨어(SW) 업체 안랩의 방화벽 교체작업 시 인터넷 트래픽이 과다 발생했는데 일부 AP에서 해당 트래픽을 처리하지 못해 인터넷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다. 보안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한 과다 트래픽을 특정 공유기가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애가 발생한 AP는 머큐리와 아이피타임인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사별로는 KT와 SK브로드밴드는 머큐리, LG유플러스는 아이피타임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머큐리나 아이피타임 공유기의 일부 모델을 보유한 이용자는 인터넷 서비스 장애를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접속 장애는 지난 5일 오후 4시 57분부터 9시 58분까지 발생했다. 이 같은 장애는 같은 날 오후 10시 복구됐다.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문제를 일으킨 무선 AP기기가 국내 10만대 미만으로 보급된 것으로 알려져 피해 규모는 대략 10만대 미만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접속 장애가 일어난 공유기들은 모두 대만의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미디어텍의 칩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선 미디어텍의 칩이 펌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켰거나 해킹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안랩은 이번 장애가 특정 칩을 사용한 AP 일부 모델에서만 발생한 것이라 장애 원인과는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접속 장애가 통신사 문제는 아니지만,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현재 자사 홈페이지 및 고객센터를 통해 장애 신고를 접수하고 있으며 장애가 지속될 시 이용자의 조치사항도 함께 안내하고 있다.

아울러 KT와 SK브로드밴드 고객은 요금 감면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KT와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접속 장애로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요금 감면 등 보상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통신사 약관에 따르면 이용자의 귀책이 없는 경우 연속 2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1개월 동안의 서비스 장애발생 누적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한 일수에 따라 월정 요금을 계산해 자동반환해야 한다. 이로 인해 대략 하루치 요금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두 회사의 구체적인 보상안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한 뒤 검토할 예정으로, 과기정통부의 원인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고객이 직접 구매해 사용 중인 무선 공유기에 문제가 발생한 만큼 이번 장애로 인한 회사의 피해 보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KT와 SK브로드밴드와는 달리 요금 감면이나 보상은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입자 가운데 개인적으로 아이피타임 공유기를 설치해 사용한 이들의 피해 발생에 '사설 공유기 이슈에 대한 조치방안'이라는 공지문을 게시해 안내한 바 있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과기정통부는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KICI)에 의뢰해 총 10여 종의 AP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4시간 모니터링 및 관련 전문가 조사 실시 등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아직까지 구체적인 피해 규모가 파악되진 않았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피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따라서 요금 감면분 및 보상안 모두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향후 구상권(남의 빚을 갚아준 이가 채무자에게 갚아준 만큼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권리) 청구를 둘러싼 기업 분쟁으로 이어져 사태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신사와 장애를 발생시킨 안랩, 공유기를 만든 머큐리와 아이피타임, 칩셋의 제조사인 대만의 미디어텍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KT와 SK브로드밴드는 고객 보상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기업 분쟁으로 사태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재작년 10월 발생한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와 SK C&C 간 구상권 청구는 2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시 카카오는 피해 규모 파악 후 SK C&C에 구상권 행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답보 상태다. 

이명진 기자  mjin04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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