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박영준 기자] 지난해 금융권은 소비자에게 얼굴을 들지 못했다. 특히 은행·보험·카드 등 금융권 전역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갔다. 신뢰가 기반인 금융사들은 수습에 매달리다 한 해를 보냈다.

시작은 카드사였다. 카드사에서 발생한 1억400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유출된 정보는 2차 피해로 이어지는 중이다.

파밍이나 스미싱 등을 통해 빼앗은 금융정보가 개인정보 유출로 빼돌린 개인 신상 정보와 만나면 더 큰 금융범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재발을 막기 위한 법안은 여·야간 대립으로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험사에서는 자살보험금 이슈가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2010년 표준약관 개정 전까지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적은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생보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약관의 실수는 인정하지만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건으로 금융감독원에 과징금과 제재를 받은 ING생명은 법률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행정 소송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소송을 통해 소멸시효를 늘려 사망보험금 규모를 줄이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보험사에게 약관은 고객과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약속을 어기고 소송을 불사한 보험사들의 태도에 소비자단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은행에서는 텔레뱅킹으로 소비자도 모르는 사이에 돈이 무단 인출되는 사례가 농협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원인조차 밝히지 못한 데 있다. 단순히 IP를 우회해 이뤄졌으며, 예금 인출에 사용된 통장은 대포통장이라는 점 뿐이다.

이러한 무단 인출 사례는 비단 두 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 전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리 없다.

올해에는 대통령 공약이었던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이고 있다.

이번 달 12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를 위한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안건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 또한 여·야에서 인사와 예산에 관련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결과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은 각종 금융사고로 신음하고 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되찾아주기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법정 다툼 시 금융사의 무분별한 소송을 막기 위한 취지의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쟁점은 많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소비자 피해는 어느 산업에서나 발생하는 일이다. 과자에서 이물질이 검출되면 해당 제조사는 뭇매를 맞곤 한다. 그 일이 빈번할 경우 해당 산업에서 고사할 위기에도 몰린다.

소비자가 한 번 등 돌린 관심은 다시 찾아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지난해를 반면교사 삼아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소비자에게 두 번은 없다.

박영준 기자  jun34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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